혹시 회사 같은 거 다녀?

프롤로그

by 함태진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혹시 회사 같은 거 다녀?"


언젠가부터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유머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절묘한 풍자에 ‘빵!’ 터지고 말았다.


'혹시 회사 같은 거 다녀?'라니?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다 표정이 어둡다는 얘긴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웃긴 이유는 단순한 농담 때문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실, 즉 많은 사람들이 ‘회사’라는 공간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고단한 일상의 무게가 숨어 있었다. 웃기지만 슬픈, 이른바 ‘웃픈’ 현실 말이다.


솔직히 말해, 회사 생활이 정말 재미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학교 다닐 때 수학문제가 재미있다고 말하던 친구가 드물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가끔 그런 ‘희귀한’ 사람들도 있다. 이 세상엔 원래 이상한 사람들도 많은 법이니까.




돌이켜보면, 나는 어느새 25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또 성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연차가 쌓일수록, 직함이 바뀔수록 새로운 질문들이 따라왔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무엇이 정말 중요한 걸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학교 같은 곳이었다는 걸.


직장이라는 학교


연구원 시절엔 데이터와 씨름하며 작은 사실 하나를 밝히기 위해 며칠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그 시절, 끈질기게 파고드는 힘을 배웠다.


관리자가 되었을 땐 미숙하기 그지없었다. 의욕은 넘쳤지만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몰라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이 먼저’라는 단순한 진리를 배웠다.


영업 현장에서는 고객 앞에서 말문이 막혀 멈춰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막막함이 결국 버티는 힘을 길러주었다.


미국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는 문화적 충격에 꽤나 허우적거렸다. 익숙한 방식이 통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로 하여금 겸손의 필요성을 배우게 했다.


해외 지사를 맡았을 땐 언어와 문화, 시장이 모두 달라 매일이 도전이었다. 그 속에서 다름을 존중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법을 익혔다.


벤처 기업에서는 울타리 없는 불확실성과 싸우며 ‘안정보다 도전’을 선택하는 용기를 배웠다.


이렇듯 일은 나를 지치게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키워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우리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결국 일은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처음 시도해 보는 이번 연재는 그 거울 앞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부딪히는 주제들 — 번아웃, 일의 의미, 성과와 관계, 팀워크, 리더십, 그리고 커리어와 삶의 균형까지.


혹시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위로받거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고 시선을 달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Cover Image: unsplash @omila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