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Remote Work)
요즘 입사 지원자를 만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묻는다.
“이 회사에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한가요?”
어쩌면 이제 이 질문은 연봉이나 직무에 대한 질문보다도 더 많이 나오는 듯 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강제로 집에서 일해야 했던 경험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혀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게 해주었고, 많은 직장인들은 아침저녁으로 출퇴근길에 허비하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면서, “이제야 인간답게 산다”고 환호하였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재택근무를 찬양하던 많은 회사들이 이제는 하나둘 “사무실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 구글, 메타처럼 한때 재택근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다. 이들은 온라인 협업이 아무리 발달해도, 대면에서 생기는 창의성과 팀워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며 사무실 복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직원들의 반발이다. 이미 유연근무의 장점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다시 매일같이 출근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대규모 시위나 서명운동을 벌이며 회사 방침에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논쟁은 단순히 ‘출근이냐, 재택이냐’의 이분법적 문제를 넘어선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장소와 방식이 아니라 목적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진짜 목표가 성과와 생산성이라면, 그 목표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일에는 대면이 필요하고, 또 어떤 날은 재택근무가 더 생산적일 수도 있다.
직원들은 단순히 자신의 편리함을 ‘유연함’으로 포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출퇴근이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재택을 주장한다면, 그건 회사가 주는 ‘자율’을 ‘책임’ 은 없이 소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회사 역시 규율과 규정을 앞세워 형식적인 생산성을 강요해선 안 된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인원만 채우면 성과가 난다고 착각하는 순간, 조직은 직원의 신뢰를 잃고 만다.
결국 유연근무는 신뢰의 제도다. 직원은 자율을 책임감 있게 누리고, 회사는 그 자율을 존중하면서도 결과를 공정하고 명확하게 평가해야 비로소 제도가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 신뢰의 바탕이 되는 것은 제도 그 자체보다 조직의 문화와 개개인의 성숙도라고 볼 수 있다.
유연근무는 복지도 아니고, 유행도 아니다. 일과 성과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자,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의 문제일 뿐이다. 결국 진짜 유연해야 할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서로를 믿고, 스스로에게 책임지는 태도 — 그것이 유연함의 출발점이다.
Cover Photo: unsplash @helloe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