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2>는 분명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야기는 아니다
* 본 리뷰는 <라스트 오브 어스> 1편과 2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라스트 오브 어스2>가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욕을 먹었고 여전히 먹고 있다. 전작이 준 즐거움과 감동으로 완벽에 가까운 호평을 얻으며 평론가와 일반 게이머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라스트 오브 어스'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두의 기대와 환호를 받으며 돌아온 2편이지만 놀랍게도 모두의 기대를 보란 듯이 무너뜨린 모양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대중의 평가는 그렇다.
그 이유는, 바로 게임의 ‘이야기’ 때문이다.
1편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조엘은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엘리를 위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인다. 좀비 바이러스로 멸망한 인류, 그중에 살아남아 집단을 이룬 한 조직이 바이러스 치료를 목적으로 엘리를 죽이려 한다. 바로 엘리에게 면역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눈치챈 조엘이 그들과 싸우며 힘겹게 엘리를 구해낸다. 그야말로 극적이며 감동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인류의 생존과 맞바꾼 선택, 그 무조건 적인 사랑에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그 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모두 궁금해했고 마침내 그 후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을 때 우리는 손꼽아 그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너티독’이 들고 돌아온 이야기는 대중의 기대와 달랐다.
조엘이 엘리를 구하기 위해 죽였던 의사의 딸 애비가 등장한 것이다. 조엘과 의사의 사연이 어떻든 애비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살해당한 거다. 그것도 따뜻하고 자상했던 아버지가. 이쯤 되니 게이머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뭐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역시 애비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조엘을 쫓고, 게임 초반 결국 조엘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여기서 대중의 첫 번째 분노가 시작된다. 애비는 조엘을 단숨에 죽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무참히 죽인다. 조엘은 전작의 주인공이자 한없이 자상한 우리의 ‘영웅’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제작진들의 입장에서는 엘리를 움직이게 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그랬을 수 있다. 실제 엘리는 조엘의 복수를 다짐하며, 길을 떠나고 게임을 하는 우리 역시 분노하는 마음으로 그 ‘곰 같은 여자’를 잡기 위해 조이스틱을 움켜쥐게 된다. 조엘에게는 미안하지만 엘리의 활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게임을 절반쯤 했을 때, 유저들은 조엘을 죽인 애비의 시점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분노를 폭발했다. 대체 왜 당장 죽여도 모자랄 여자로 게임을 진행하게 만드는 것이냐! 그것도 전체 게임의 절반에 가깝게 말이다.
나 역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애비라는 캐릭터를 이해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일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 그럼 어디 나를 설득해봐.
실제 제작진은 애비의 사연을 들려주고 캐릭터의 따뜻한 면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 애틋했던 마음 등을 설명하며 그녀가 가졌을 분노를 공감시키려 한다. 동시에 조엘을 살해하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떠한 사건 이면에 다른 사연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기 위한 장치로써, 조금은 과격하지만 그 참신함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애비로 게임을 하며 그 캐릭터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그녀의 행동들이 설득력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위험에 처한 레브와 야라를 돕기 위해 트레일러로 돌아가는 모습은 애비의 인간성을 드러내는 영리한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엘을 향한 복수의 ‘행동’ 자체는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또 애비와 엘리의 재회 시, 내 손으로 엘리를 공격하고 쓰러트리게 만드는 부분 역시 고약한 설정이다. 이쯤 되면 제작자의 사디스트적 성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건, 플레이어들이 가장 크게 분노했던 부분은 게임의 말미다. 처절한 싸움 끝에 복수를 눈앞에 둔 엘리가 애비를 살려주는 부분이 나오는데 관련 리뷰들을 살펴보면 많은 이들이 그 부분을 최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애비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또 허무하게 죽어버린 조엘과 제시를 생각한다면 애비는 고민할 것도 없이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엘리의 행동이 일견 이해되었다. 바로 레브 때문이다. 레브가 없었다면 엘리의 처절한 복수가 결국은 이뤄졌구나, 로 끝날 수 있었겠지만 레브의 존재로 복수를 이루는 순간 엘리는 '악인'이 되고 만다. 물론 앨리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복수’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정당함’이 홀로 남겨진 레브에게는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레브에게 애비는 자신의 언니를 위해 좀비들과 목숨 걸고 싸운 것은 물론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적진 한가운데로 한달음에 달려왔던 ‘영웅’과 다를 바 없다. 마치 앨리에게 조엘이 영웅이었듯.
엘리가 애비를 죽였다면, 먼 훗날 레브가 다시 복수의 칼날을 엘리에게 겨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 ‘버려진’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아니 ‘먼 훗날’까지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그리고 배 위에 누워 있는 레브의 모습에서 전작의 말미 수술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엘리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때 우리는 조엘이 죽지 않고 엘리를 구해주길 간절히 바랐었다. 제작진의 치밀한 설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엘리는 레브를 보며, 조엘 곁에 있던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제작진의 의도는 차치하고, 전적으로 엘리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애비를 살리는 것이 어쩌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사실 내가 정작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게임의 가장 마지막이다.
엘리는 힘겹게 집으로 돌아가지만 디나와 아이는 이미 사라진 후다. 텅 빈 집은 낡아있고 어쩐지 차갑게 느껴진다. 디나는 혼자 애를 키우는 것이 힘겨웠을 것이고 무엇보다 보안과 안전의 문제로 떠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더구나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엘리를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다. 그러니 디나의 입장에서 최선은 원래 있던 무리로 돌아가는 것이었을지도...
그러니 집은 비어있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디나와 있었던 (짧았지만) 행복했던 시간과 대비되어, 혼자 남은 엘리의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하게 느껴진다. 더구나 손가락이 잘려 제대로 치지도 못하는 기타를 튕기는 모습은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만든다. 그저 다시 길을 떠나는 엘리가 이후 디나와 반가운 재회를 하길 기대할 뿐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분명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나 역시 서사적인 부분에 있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잘 만든 게임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언젠가 엘리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때는 부디 밝은 모습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