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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May 19. 2024

세대전쟁 in 스웨덴

14-1. Värmland주-EU 최대의 호수를 만든 땅

베넨

* 2021.7월 배네른 호수 북쪽



"요번 일정은 물확실한 일정이야."

"불확실?"

"아니, 물(water) 확실하다고."

"그래, 배네른 호수가 있어서?"


배네른(Vänern) 호수 전경



강과 호수가 전국토의 9%라고 하는 물이 풍부한 스웨덴에서도 가장 큰 호수로 눈에 두드러지는데, EU 회원국 전체를 따져서도 최대의 호수이며 러시아까지 범위를 넓혀 '유럽' 전체로 봐도 세 번째로 큰 호수다. 크기가 5,650 km²라니 우리나라 제주도 면적의 세배가 넘고 서울시는 9개가 들어가도 남는다.


"TS팀이 지난번 배테른(Vättern) 호수(면적 1,900 km²)를 보고 바다 같다고 했었는데, 여기에 비하면 장난이구만." 


Värmland의 위치(출처: 위키피디아)


"그래, 이번에 우리가 탐험할 Värmland 주의 이름도 이 호수와 관련이 있어. Värmland의 주도 Karlstad시도 호수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이 지방은  Vättern 호수로 흘러들어 가는 크고 작은 강들과 호수들이 많아 스웨덴에서 그려진 멋진 풍경화들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지."


"Värmland 주는 우리나라에서 면적으로는 가장 큰 경상북도와 맞먹는 크기(18,164 km2)를 가졌는데, 스웨덴의 다른 외곽 지방과 같이 인구는 32만 명에 불과해.   


선사시대 스웨덴 남부가 당시 대부분의 스웨덴인들의 거주지여서 유적들도 많은데 비해, 여기는 상대적으로 그 당시에도 인구가 적었다는군.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면 왕의 폭정을 피해 숨어든 이들이 살았던 곳이고 9~10세기에는 지리적으로도 노르웨이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기도 하지.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사이에 있다 보니 양국 간 전쟁터가 되기도 했는데, 16세기부터 스웨덴의 역사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어 왕으로부터 도시의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해. 현재의 주도인 Karlstad도 지역 내 두 번째인 1584년 도시의 지위를 인정받으며 주도(capital of the province)가 되는데, 당시 왕인 Charles 9세의 이름을 따서 'Charles의 도시'라는 뜻이었다고 하는구먼. "


Värmland의 주요 도시들(출처 Värmland-kart3)


"그런데 여기는 왕의 폭정을 피해서 온 지역이어서 그런가, 17세기 초에는 핀란드에서도 이민자들이 왔다고 해. 그들은 핀란드의 관습과 언어를 유지하면서 19세기말까지 살았다는데, 마지막 핀란드 원주민은 1980년대 말까지 살았다고 하지. 어찌 보면 그런 이민자들이 정착할 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운 환경을 가져서 그런 게 아닐까?"


"다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닌 게, 스웨덴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쿠데타가 발생한 곳도 이 지역이야. 당시 이 지역의 한 귀족 출신 유명인사인 Georg Adlersparre가 19세기 초에 혁명을 선언했는데 전쟁과 탄압으로 이 지역이 황폐화되고 있어 왕정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도인 스톡홀름까지 쳐들어갔는데, 그의 군사들 상당수가 핀란드 출신이었대. 이로 인해 국왕 Gustav Adolf 4세가 퇴임하기에 이르지."


"하여간 이곳은 안 그래도 사람이 적은데 전쟁 등으로 더 그렇게 돼서 나무가 사람보다 훨씬 많은 거 같아. 그래서 그런가 19세기 초부터 시작된 프랑스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울창한 삼림을 바탕으로 목재산업이 발전을 했는데, 이것이 현대에도 이어져 아직도 지역 경제의 중추가 되고 있다고 해. 


어쨌든 이 지역은 전쟁의 영향이 끊이지 않았는데, 1814년 노르웨이와의 전쟁은 물론이고 세계 2차 대전 당시인 1940년대 가장 많은 스웨덴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라고도 해. 당시 독일 나치가 바로 옆 동네인 노르웨이에 점령했었거든. 당시 스웨덴 젊은 병사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인 'Beyond the Border (Gränsen)'는 우리나라에서 소개되었기도 했어. 물론 나치와 스웨덴 관계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봐야 하지만, 이 영화는 Värmland의 설원을 배경으로 스웨덴의 나치의 저항을 다루고 있어. "

https://youtu.be/dVcijNPYqOM?si=2t0S2WKiAnlefTcR

https://www.stevenh.co.kr/1231



"하지만, 이 지역을 꼭 우울하게 볼 것만은 아니야. 그 와중에도 스웨덴 문학을 대표하는 이들을 다수 배출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나 축구에서 유명한 팀들도 많이 배출했거든. 또한 겨울 스포츠 인프라로도 유명한데, 북부의 토르스비(Torsby)는 스웨덴 최초로 2006년에 건립된 스키 터널이 있어. 길이만 1.3km이자 왕복 2.5km에 달해 건립 당시 세계 최장 스키 터널이었다 해. 

토르스비 스키 터널


"그래... 근데 워낙 외진 곳이라 훌륭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겠네..."


"오, 결코 그렇지 않아. 아무래도 외진 곳이라 정말 똑똑했던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 자신의 뜻을 펼치려고 했겠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웨덴 내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인 Tage Fritjof Erlander 총리를 비롯해 이미 국방장관이나 외교장관을 배출한 데다 미국이나 영국으로 건너가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도 많아. 참고로 스웨덴에서 최초로 영국에 이민을 간 사람도 이곳 출신의 엔지니어라고 하네."


"그래 엔지니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세계적인 전자통신회사 Ericsson의 창업주 Lars Magnus Ericsson이 태어난 곳도 이 Värmland야. 구한말 고종황제가 쓴 전화도 이 회사 것인데, 현재는 세계적인 5G 장비 생산 업체로도 유명하지. 5G 업계 최강인 화웨이를 보유한 중국에 장비를 수출하기도 했어." 

5G 등 전자통신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인 Ericsson


"그나저나 Värmland 주의 이름은 Vänern 호수에서 나온 건가?"


"그건 아닌 거 같고,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Värmer족의 땅(the land of the Värmer tribe)'에서 유래했다는 것이야. Värmer족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따듯한(warm-글자가 비슷하지? ㅎㅎ) 강에서 살았던 부족 이래. 그런데 이게 정말 강이 따듯하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의 터전인 강의 유속이 너무 빨라 얼지 않아서 강물이 따듯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는데 서 유래했다는 거지. 오늘날 이 강은 호수의 북서쪽에 위치한 Borgviksälven 지역이라고 한다는군. 


근데, 이게 오늘날에 와서도 믿을 만한 것이, Värmland 주는 Vänern 호수보다 해발고도가 높은 상류 지방에 위치해 이 호수로 물이 유입되는 지형을 가지고 있어 강들의 유속이 빠르고, 이런 빠른 유속은 과거에는 물레방아나 오늘날에는 수력발전을 통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지." 

베네른 호수 북쪽 지역 지도. 지도와 우측 상단의 ①-②-③를 비교하면, 호수쪽으로 올수록 해발고도가 점점 낮아짐을 알 수 있다.(출처: Värmland 주 자전거도로 안내지도)
Värmland 주 안내 표지판. 상류의 큰 지류들이 유입됨을 알 수 있다.


"그래,  Värmland 주 이름이 Vänern 호수와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구먼. 그리고 또 이 지역을 얘기할 때 이 호수를 또 빼놓을 수 없잖아. 그래도 스웨덴과 EU회원국 내 최대이자 유럽 전체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인데. 한번 이 호수를 제대로 좀 알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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