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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Aug 11.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12-2 스웨덴의 상징이 된 아버지의 사랑 Dala Horse

세계 각국에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있다. 주로 올림픽 마스코트로 등장하는데 미국의 대머리 독수리, 중국의 팬더곰, 프랑스의 수탉, 호주의 캥거루... 등등 많은 동물들이 있는데 각기 그 나라에서만 살고 있다는 특수성도 있지만, 그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설화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포르투갈의 '바르셀루스의 닭'이다.  

바르셀루스의 닭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기념품이기도 한 이것은 북부 Barcelos 지방의 한 전설에서 유래한다. 순례길로 유명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던 어느 순례자가 날이 저물자 Barcelos의 가정집에 들러 하루 묵기를 간청한다. 헌데 이 순례자가 좀 잘 생겼었던지 그 집의 처녀가 연정을 품고 접근했는데 거절당하자(좀 못생겼었나 보다) 다음 앙심을 품고 집에있던 촛대를 훔쳤다고 고발을 했다.


당시에는 재판관이 식사를 하면서 재판을 했다고 하는데 재판 결과 교수형을 당하게 된(법이 좀 세긴 셌던 거 같다) 순례자는 "내가 정말 억울하다면 재판장님이 지금 앞에 있는 저 닭고기가 일어나서 울 것이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결과는?


갑자기 재판장 앞에 놓여있던 간장치킨이 벌떡 일어나 "꼬끼요~"하고 우렁차게 울고 순례자는 누명을 벗었다는 알흠다운(?) 이야기... '뭐 말도 안 되는...'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전설로 인해 아무 볼 것 없는 시골마을인 Barcelos는 매년 관광객들이 몰리고 '바르셀루스의 닭'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포르투갈인들의 재치와 상상력이 번뜩이는 스토리다.



스웨덴도 '바르셀루스의 닭'과 같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달라호스(Dala Horse, 스웨덴어로 Dalahästen)'다.  굳이 해석하자면 '달라르나 지방의 말' 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대사관이나 기업들이 사무실에 88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나 마을 입구에나 있을 '장승' 모형을 둔다면 '이 사람이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스웨덴에 주재하는 상당수의 대사관이나 외국 기업들의 사무실에는  이 달라호스가 몇 개씩 있음을 볼 수 있다. '달라호스'는 스웨덴의 상징인 것이다.

달라르나를 상징하는 다양한 것들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달라호스'다.(출처 달라르나 주 소개 책자)


그럼 달라호스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달라호스 제작과정(출처 : 제조사 Grannas 안내 책자)

그를 소개하는 책자에 따르면 달라호스가 최초로 언급된 시기는 400년 전인 1624년이라고 전해진다.


오후 서너 시만 돼도 어둠이 찾아오는 길고 긴 스웨덴의 겨울밤, 집 안 장작불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귀여운 자식들을 위해 뭔가 해줄 것을 생각하다, 흔하디 흔한 땔감 나무토막 하나를 깎아 말의 형태를 만들었다. 왜 하필이면 개나 소도 아니고 말일까?  


스웨덴에서 말은 여름에는 농장에서 일을 하고 교통수단도 되었으며 겨울에는 땔감을 날라주는 매우 귀중한 가축이자 친구였다고 한다. 척박한 스웨덴의 환경에서 이만큼 일해주는 가축도 드물었기에, 아이들은 아버지의 일을 돕는 말을 갖고 싶어 했고 그런 자식들을 위해 아버지는 목각 말을 만든 것이다.


아버지는 이 목각 말을 가지고 노는 아이가 다칠까 봐 수도 없이 표면을 깎고 다듬은 것도 모자라서 그 위에 색칠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라고 예쁜 색을 칠한데 장식도 해주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라. 하루 종일 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를 위해 집 안 화롯불 앞에서 목각 말을 깎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달라 호스는 말이 없이 자식을 생각하는 스웨덴 아버지가 낳은 사랑이다.


달라호스가 최초로 대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 달라르나 주의 Mora 지방이라고 하며, 오늘날과 같은 모양을 갖춘 것은 다시 1세기가 지난 이후라고 한다(이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달라호스 제작업체인 Grannas사의 설명이고, 달라르나 지역에서 전쟁 당시 구리광산에서 나는 빨간색을 칠했다는 얘기도 있다). 다시 1937년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에서 스웨덴은 자국 전시관에 대형 달라호스를 세웠는데 이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달라르나를 넘어 스웨덴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달라르나에선 매년 25만 마리의 달라호스를 최상급 소나무를 바탕으로 수작업을 통해 생산하며, 전통적인 빨간색 이외 다양한 색깔을 북유럽 전통 문양인 커비츠(Curbits)를 넣어 제작하고 있다. 달라호스는 단순한 목각 인형을 넘어 스웨덴 생활 곳곳에서 발견되며 스웨덴을 방문하는 이들이 사가는 필수품이 되었다.

달라호스는 선물가게 매장에서 뿐만 아니라 거리 등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스웨덴인들은 떠나는 외국인 친구들을 위한 선물로 달라호스가 들어가 있는 것들을 종종 준다(2022.7월).




"오호~ 그래, 우리도 스웨덴에 사무실을 차리면 저 말은 꼭 사다놔야 하겠구먼."


"그래, 스웨덴은 옛날부터 아빠들이 자식들을 더 아꼈나 봐... 그 전통이 내려와 현대 '라떼파파'가 된 거군."


회의실에 앉은 임원들은 발표를 듣고 한 마디씩 쏟아냈다.


"네, 우리나라엔 잘 알려진 '라떼파파'라는 말에 대해 실제 스웨덴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다만, 이래서 한국에선 스웨덴 아빠들을 '라떼파파'라고 말한다고 설명하면 '아~'하면서 웃어대죠. '야, 어떤 아빠는 맥주 들고 다니던데 그건 '비어파파'냐?'라고도 하고요."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41659321?cat_id=50005855&frm=PBOKPRO&query=%25EC%258A%25A4%25EC%259B%25A8%25EB%258D%25B4%2B%25EB%259D%25BC%25EB%2596%25BC%25ED%258C%258C%25ED%258C%258C&NaPm=ct%3Dl6o2zcrs%7Cci%3Dc9f657bed54a1c67deae0ac7d5cd515c2c36ddb6%7Ctr%3Dboknx%7Csn%3D95694%7Chk%3Da93be28302df84f706ed2f064c91bdd7a774cc5a



"자식을 사랑하는 맘은 다 똑같지 뭐. 다만, 스웨덴은 1930년대 이래 수차례 개혁 과정을 거쳐 사회복지모델을 수정하고 정착시키면서 달라호스에서 시작한 아버지의 사랑을 제도화시킨 반면, 산업화에 고속 성장을 달려온 우리나라는 특히 아빠와 자식과의 단절이라는 상황을 야기시켰다는 게 달라요. 시스템의 차이죠.


특히, 라떼파파가 스웨덴에서 정착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남성 출산(육아) 휴직 의무사용'을 들고 있는데 2015.11월 스웨덴 의회는 그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90일로 연장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요.


스웨덴은 부모에게 480일의 출산 휴직을 부여하면서 부모 공히 240일씩 사용하도록 되어있는데, 그중 남성의 휴직 기간 90일은 부인에게 양도를 못하게 되어있고 쓰지 않으면 사라지게 되다 보니 안 쓸 수가 없는 거죠. 보수의 80%까지도 지급해주니 뭐.

https://www.youtube.com/watch?v=DOGat08m3hw


이러한 아빠들의 의무적인 휴직 사용은 결과적으로 엄마들이 직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안겨다 주고 아빠들은 나름 자녀와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만족할 수 밖에 거에요. 부부 모두 만족하니 아이를 갖는 데 두려움이 없겠지? 그 결과 2022.7.20.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서 스웨덴은 미국·러시아·프랑스와 함께 1.8명을 기록하면서 계속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1명으로 조사 대상 198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네요. 굳이 이유를 따져볼 것 없이 우리 주변을 보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나요? 법으로 보장되어있는 육아휴직을 아직도 자신 있게 쓰는 사람은? 또 그 아이를 키우는데 비용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우리는 너무 잘 봐왔잖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RsBiFBM281U 


매년 수많은 보도와 방송, 또 그 먼 거리를 날아와 스웨덴의 '라떼파파'를 보고 배우기 위해 스웨덴을 방송하고 관계기관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세계 최고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스웨덴에는 '출산율 대책'이 없다는 것이죠.


우리가 간혹 영어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학생들이 정작 시험공부보다는 평소에 영어 소설이나 에세이를 많이 보고 영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를 수없이 보면서 실력을 키웠다는 사실을 잘 알 것입니다. 우리가 낮은 출산율에 대한 '원 포인트' 해결 대책을 찾기보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400년 전 '달라호스'가 오늘날 '라떼파파'가 되기위해 스웨덴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정교하고 실천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듯이 말이에요."


발표를 다 들은 박 사장이 입을 뗐다.


"어이, 저 달라호스는 나중에 사. 늦둥이들도 생각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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