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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n 27. 2022

MBA 41. 회고록 -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벌써 5년이 지났다니“

인시아드를 졸업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졸업 후 5년마다 있는 동창회가 있었다. 재학생 시절, 퐁텐블로 성에서 한 Summer ball을 졸업생 신분으로 올 수 있는 것인데 이 동창회를 참석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프랑스를 찾았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을 할 수 없었는데 코로나까지 얻게 되면서 사람들이 올리는 피드만 구경해야 했다 (2년 동안 굉장히 조심히 다녔는데 하필 지금 코로나에 걸릴 줄이야). 원래 계획이라면 동창회를 온 동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5년이 지난 시점에서 MBA를 온 것에 대한 의견을 적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한 순수한 내 의견을 전해볼까 한다.


와이프가 찍은 5월의 런던

지난 5년 동안 참 많은 분들과 통화를 했다. MBA에 관심이 있는 분들, 인시아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 그리고 아마존 취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이 남는 분들은 본인들이 MBA 준비를 할 것이라고 연락을 주시고 주기적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주신 분들이다. GMAT 시험을 보고 나서 바로 연락을 주셔서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는 분들도 계셨고, 원하는 점수를 받은 후에는 에세이를 적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분들 중에서는 실제로 인시아드에 입학하신 분들도 계시고 졸업을 할 때가 되어 아마존 지원에 도움을 드렸던 분들도 있었다. 브런치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런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가장 자주 듣던 질문들에 대해서 다시 답변을 해보려고 한다.


1. MBA를 다녀온 것에 대해서 후회한 적은 없나요?

없다. 반대로 안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비록 나는 어려서 유학을 갔긴 했지만 MBA를 가기 전에는 한국 회사에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상태였다.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해 보지도 않았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MBA 졸업 후 5년 동안 해외에서 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단순히 회사를 넘어서 어떤 나라에서 근무를 하면 좋을지 혹은 어떤 나라에서 나중에 자녀를 키우면 좋을까 라는 다양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졸업 후 계속 룩셈부르크에서 5년 동안 근무를 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 정말 많은 기업들에서 연락이 왔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두바이, 덴마크, 에스토니아, 그리고 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위치한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연락을 준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지만 현재 아마존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맡고 있는 팀, 그리고 담당하는 영역 역시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 룩셈부르크에 있기를 선택했다. 물론 이런 자유로움이 꼭 MBA를 했다고 하여 생기거나 하지 않았다고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MBA라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 더 무난하고 어려움 없이 새로운 경험을 쌓고 해외 근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MBA를 가서 배운 것 중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업무적으로는 Organizational behavior (OB) 혹은 조직 행동이라는 수업과 그 수업들을 통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매니징 할 것인지 배운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막상 학생 때는 가장 유쾌하고 재밌는 수업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가장 유용한 수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인터넷 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MBA에서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다는 말을 쉽게 내던지고는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말 경영 이론을 깊이 있게 배우고 싶다면 MBA가 아닌 박사 과정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MBA를 졸업함과 동시에 본인이 경영의 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MBA에서는 경영에 관련된 다양한 학문을 설명하고 가르친다. 하지만 짧은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을 다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에 깊이가 떨어진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선배들을 통해서 알고 갔기 때문에 과정에 대한 만족도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다. MBA 과정 속에서 성격이 전혀 맞지 않는 팀들과 함께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고 또한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경험은 지금도 아마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다중 평가를 할 때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능력이나 사람들과 일할 때 그들의 능력을 잘 살려준다라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3. 다른 동기들은 뭘 하고 있나요?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브런치에 적어놔서 그런지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많이들 궁금해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동기는 평생 컨설턴트가 될 것처럼 아직도 컨설팅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똑같이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지만 본인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이직을 한 동기들도 있다. 나와 같이 테크 회사에서 꾸준히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가 하면, 스타트업을 해서 이미 성과를 보인 친구들도 있다 (외국 친구가 싱가포르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를 열어서 현재 한국에도 오픈을 할 정도로 성장시킨 기업도 있다 - 부다페스트 여행 중에서 본인 집에 우리를 초대해 동생이 만든 와인을 설명해줬던 그 친구다). 반대로 일은 하고 있지만 아직도 본인의 꿈을 찾아 이곳저곳 탐방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 아직 근무를 하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할지 아니면 어떤 인더스트리에서 일을 시작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는 것을 보면, 꼭 MBA를 나온다고 하여 본인의 커리어에 대한 목표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 역시 학교에서 배운 중요한 점이다.


4. MBA 학비에 대한 투자금은 전부 회수했나요?

MBA 과정 자체가 워낙 비싸 하다 보니 금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글을 읽어보니 나는 삼성을 퇴직하기 전 보너스를 받고 퇴직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선배들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어서 빨리 MBA 과정을 수학하고 하루라도 빨리 Post MBA 연봉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퇴직을 결정했다고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MBA를 한다고 해서 졸업 후 엄청난 큰 목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MBA 과정을 배우기 전보다는 연봉 인상이 있는 편이고 (입학 전 투자은행을 다녔던 친구들을 제외한다면)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주변 동기들을 봐도 다들 학교 학비를 어느 정도 회수를 하고 남은 것 같다.


5. 인시아드는 테크가 약하다고 하던데 괜찮나요?

생각보다 자주 듣는 질문이다. 워낙 컨설팅 이미지가 강한 학교라서 그런지 (실제로 맥킨지, 베인, 비시지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시아드 졸업생들을 가장 많이 데리고 간다) 테크 쪽에 관심 있는 분들이 걱정 어린 질문을 많이 주신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졸업 후 (1) 어떤 테크 기업을 갈 것인지 (e.g.,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vs. 구글/페이스북), (2) 그곳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e.g., 전략, 프로덕트 vs. 마케팅, 세일즈), 그리고 (3) 본인이 타깃하고 있는 드림 컴퍼니의 위치 역시 중요하다 (e.g., 아시아 vs. 미국 vs. 유럽). 예를 들어서 나는 졸업하자마자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면 인시아드 보다는 미국 서부에 있는 MBA를 지원할 것을 추천한다. 비자나 미국 여권이 없는 이상 바로 미국으로 지원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렵다). 반대로 아시아에 위치하거나 유럽에 위치한 기업에 취직할 생각이라면 인시아드는 매우 좋은 옵션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5년이 지난 후에 느낀 것은 물론 학교가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결국 테크 커리어는 결국 본인이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인시아드를 나와서 맥킨지를 다닌 다음 테크 회사에 가서 전략 팀에 소속이 될 수도 있다. 아니라면 인시아드를 졸업한 다음 나처럼 바로 아마존에 입사하여 제품 관련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경력이 생긴 후부터는 더 이상 어떤 나라에서 근무하는지는 크게 어렵지 않게 된다. 결국 대부분 회사들은 비자를 스폰서해 줄 의향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테크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고민해보고 그 역할 혹은 경력을 쌓기 위해서 MBA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6. MBA 합격했습니다. 입학하기 전에 인턴을 해야 할까요? (혹은 여름 인턴을 꼭 구해야 하나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관심 갖고 있었던 인더스트리가 있고 또 그 회사에서 인턴십을 줄 예정이라면 한번 경험을 해보고 오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지원 기간이 워낙 힘들고 지치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입학 전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입학하기 4개월 전에 퇴사를 하고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친구와 함께 국내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또한 인시아드에서 제공하는 랭귀지 스쿨을 들으러 싱가포르 캠퍼스에 가서 한 달 정도 생활을 했고 (너무 재밌었다) 입학하기 전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발리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역시 아직도 잊지 못하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꼭 인턴을 해야만 취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턴십을 하고 거기서 오퍼까지 받는다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턴십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풀타임 취직을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정말 궁금했던 기업에서 잠시 여름 인턴십을 했었는데, 꼭 취업을 위해서 보다는 스타트업과 같은 곳들은 어떻게 일할까 라는 점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인턴십을 했다.


다행히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MBA는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문제를 어려운 사람들을 데리고 풀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고 어느 나라에 가서 일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또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아직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내 커리어를 롤러코스터에 태워서 안전하지만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MBA가 모든 사람의 답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다만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 필요한 코스라고 느껴진다면 힘든 지원과정이 되겠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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