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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Dec 16. 2018

MBA 40. INSEAD - 회고록

"MBA 갈만한 가치가 있나요?"

아마도 필자의 인생 마지막 졸업식 @싱가포르


2년 동안 졸린 눈을 비벼가며 준비했던 GMAT, 에세이, 레쥬메를 적으면서 항상 궁금했다. 정말 MBA라는 과정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인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줄 것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과정일까. 내가 이 고생을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을 과정일까? 분명히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며 현재도 지원 준비를 하고 있거나, 내년에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학교를 다니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그 이후 필자의 모습을 회고를 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갖고 학교에 입학한다.

컨설팅에 가고 싶어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커리어 체인지를 위해서, 새로운 경험을 통한 자아성찰을 위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결혼 상대를 찾고 싶어서 (의외로 외국 친구들 중에 꽤 있다), 회사에서 보내줬으니까, 성공하고 싶어서, 놀고 싶어서, 하고 나면 성공할 것 같아서, 남들이 다 하니까, 그리고 "지금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고 지금 직장에서는 길이 보이지 않아서". 


필자 역시 마지막의 이유가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나이 대비 좋은 직장 높은 직급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인정도 꽤나 받는 편이기는 했지만 5년 그리고 20년 후 필자의 모습이 어떨지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겠지만 이렇게 정해진 삶을 살기에 조금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필자는 펜을 들고 준비를 시작했고, 몇 번의 탈락 소식과 피땀눈물 끝에 합격 통화를 받았다. 그럼 이제 학교도 졸업했고 취직도 했으니까, 보이지 않다고 하던 길은 좀 보이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해본다.  


준비하면서 god <길>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에펠탑


졸업 후 필자는 원하는 회사에 취직했고 나이 치고는 과분한 직급의 일을 하고 있다. 모르는 게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 날들도 많지만 끝없는 배움과 몸소 느껴지는 성취감 덕분에 감사하며 일을 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 길을 찾은 것일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막상 다녀와보니 MBA는 본인이 무슨 일을 좋아하고 어떤 방향을 통해서 걸어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되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고 나아갈 수 있는 길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준다. 그리고는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는 건 너희의 역할이다. 다만 이 길을 헤쳐나갈 때 필요한 준비를 도와줄게"라는 코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학생마다 느끼는 것들은 다르겠지만, 졸업 후 필자는 어떤 일을 마주하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MBA에서 배운 내용을 사회에 들고나가서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일 년 동안 개개인이 느꼈던 점들이나, 다양한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그리고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배운 soft skill들이 가장 유용하지 않았나 싶다. 필자의 경우 막막한 길에 불을 밝힐 줄 알았던 이 과정의 스위치는 필자가 알지 못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수많은 길들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필자의 생일날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준 친구들 @퐁텐블로 캠퍼스


돈을 투자한 만큼 회수할 수 있니?

현실적인 이야기,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비즈니스 스쿨 학생이라면 당연히 ROI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MBA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수입이 없는 상태로 억대 가까운 학비를 내고 다녀야 하는 과정이다. 적은 돈이 아니기에 결혼 적령기인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졸업을 한 후 투자한 만큼 회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개인적으로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만 본다면 생각 이상으로 빨리 회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회수를 하지는 않았기에 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입학 전 어떤 직장을 가졌냐에 따라서 ROI나 연봉 상승률이 많이 다르겠지만, 필자의 상황에만 국한하여 이야기를 해보자. 


필자는 삼성전자 과장 진급 5개월 전 사표를 냈다. 조금만 기다리면 연봉도 많이 오를 것이고, 상위 고과를 받아서 추가 보너스도 나올 것인데 조금만 기다렸다가 퇴사를 하지 왜 이리 일찍 나갔냐고 많이들 이야기해주셨다. 물론 눈 앞에 보이는 금액들이 적은 돈이 아니어서 순간 흔들리는 것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때 가야 한다는 마음에 결정을 내렸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수천만 원이 날아간 것이었지만 장기적으로 고민했을 때 post MBA 직장을 반년 더 일찍 찾아서 일을 할 때 얻는 수익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만 봤을 때도 참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입학을 1년 미뤘다면 아마존에 입사를 하지 못 했을 것이다 (1년 후에 들어왔던 인시아드 학생들은 hire freeze가 있어서 입사가 불가했다). 그러니 모든 결정들이 운이 좋게도 맞아 들어갔다. 필자의 경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아놨던 돈 전부를 MBA에 투자했다. 실제로 졸업하고 돌아오니 투자해놓은 금액들을 제외한 현금들을 거의 다 썼다. 허나 지금 다시 돌이 켜봤을 때 필자의 경우 후회는 없다. 많은 친구들이 대출을 받아서 학교 생활을 했다. 졸업 후에 이자와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인데, 대출 상환 금액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졸업 후에 받게 되는 기본적인 MBA 연봉들이 있기 때문에 (상상하는 만큼 큰돈을 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 금액을 갚는데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졸업 후 연봉이 궁금하다면 각 학교별로 발표하는 Career service information booklet 같은 것들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산업별로 평균 연봉과 최고/최저 연봉까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졸업 후 충분히 잘 번다.


퐁텐블로에서 마지막 날 @인시아드 퐁텐블로 캠퍼스


취직은 잘 되니?

필자의 부모님이 가장 궁금해하셨던 부분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그만두고 떠나려고 하는지, 한편으로는 응원을 해주시면서 걱정이 되셨나 보다. 근데 필자도 솔직히 잘 몰랐다. 취직이 잘 되는지 아니면 안 되는지. 그래도 잘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학교를 왔다. 그렇다면 MBA 졸업하면 취직이 잘 될까?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MBA가 예전의 명성을 잃은 지는 꽤 지났다고 한다. 예전에 졸업을 하면 회사들이 스카우트를 해가고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과정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MBA 취업시장이 더 치열하다. 무슨 일을 하던지 동일하겠지만 수없이 이력서를 고쳐야 하고, 인터뷰 연습을 해야 하며, 떨어지는 메일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다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필자는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약 1년이 되어간다. 지금 친구들을 봤을 때 취업을 못 한 친구들은 없다. 다만 확실한 차이가 하나가 있는 것 같다. 학교를 오기 전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뚜렷한 그림이 있는 친구들의 경우 대부분 목표를 달성했다. 다만 학교를 와서 가고자 하는 길을 찾고자 하는 친구들의 경우 추후 본인들이 원하는 회사에 가지 못 했거나 비슷한 산업군에 있는 회사에 어느 정도 compromise를 하고 들어갔다. 그러니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이다. 기왕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해서 입학이 가능해졌다면 최대한 빠르게 어느 산업군 그리고 dream company 리스트를 고민해보자. 특히 컨설팅의 경우 입학과 함께 준비한 친구들 중에서 못 들어간 친구들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결국 취업은 다 할 수 있다. 다만 얼마나 일찍 시작하는지에 따라서 그곳이 어딘지 결정된다.


학교 갔는데 누가 나랑 똑같이 입었길래 뛰어가서 친구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싱가포르 캠퍼스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하루는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때는 5월 말 P3 중이었고 집에 가는 길에 같이 사는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바비큐 할 거고 술도 많이 사놨으니까 어서 들어오라고. 프랑스의 봄바람은 따듯했고 해가 지려고 하니 하늘은 핑크색으로 변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느껴지는 바람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 그때 굉장히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경험을,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물론 생각해보면 필자의 경우는 학교 생활에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end tail에 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잘 풀렸으니 이러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 같다. 학교 생활은 본인 하기에 달려있는 것 같다. 비싼 돈 주고 고생하면서 기왕 올 것이라면 최대한 즐겁게 생활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도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게 큰 복이었던 것 같다. 


P1 마지막 강의 @퐁텐블로 캠퍼스

  

졸업생들은 자주 "인시아드는 네 인생 가장 즐거운 한 해 중 하나가 될 것이야"이야 라는 멘트를 했었다. 졸업 후 돌이켜보니 동의하는 말인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게 되고, 생각지도 못 했던 색다른 경험들을 끊임없이 하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던 그런 일 년이었다. 졸업이 가까워지자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들이 있다. 아마 이 문장이 필자가 학교를 떠날 때 느꼈던 그 아쉬움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Don't cry because it's over. Smile because it happened 

<Dr. Se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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