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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n 23. 2020

언택트로 가는 회사와 컨택트로 돌아오는 유럽 사람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간 듯하다"

이번 주면 룩셈부르크 국가 비상사태가 끝난다. 밖을 돌아다니면 우리가 코로나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1년 전으로 돌아가 전염병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사는지 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룩셈부르크를 포함한 유럽은 뒤늦게 마스크 사용을 권고했다. 그 후 마스크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시선들은 점차 사라져 갔고 동시에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한자리 수가 유지되고 있다. 좋은 소식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식당과 카페는 다시 장사를 시작했고 2미터 거리두기 권고를 무시하듯 사람들은 좁은 골목에 모여 예전의 삶을 즐기고 있다. 벌써부터 이래도 되는가 싶다가도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집에서만 보낼 수 없다 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재택근무를 한지 어느덧 4달이 되었다. 2월 초 한국을 가기 전 매니저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금방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했는데, 그 이후로 그를 본 적이 없다. "언택트" (Untact: 접촉하다는 Contact의 부정적인 의미) 시대가 온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자 동료들을 화상 채팅에서 만나 업무를 진행하는 삶이 익숙하다. 필자는 10월 초까지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동료들 중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고 실제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주일 내내 출근을 하지 않지만 월, 금은 재택근무를 하고 나머지 요일은 회사에 출근한다던지 아니면 격일로 출근하는 동료들도 있다. 아무리 코로나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인지 물어봤는데, 동료들은 본인만의 이유가 있었다. 부부가 아마조니언으로 근무하는 커플은 몇 달 동안 같은 공간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개인의 공간이 필요해 출근했다고 하고, 조언을 받아야 하는 동료가 출근한다는 소식을 듣고 따라 출근한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사무실 출근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며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문화는 잘 정착됐다.


집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얼굴을 보며 일을 하던 때와 다른 극명한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가장 큰 장점으로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회의를 해야 할 경우 씻지도 않고 회의 참석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노트북 전원을 끄는 것으로 곧장 퇴근할 수 있다. 허나 그만큼 단점도 많이 있는데 전에 언급한 것처럼 본인만의 스케줄을 정해놓지 않는다면 필요 이상으로 일을 하고 (사람들이 집에만 있음으로 답변을 기대하기도 한다) 삶과 일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그 외에도 언택트 환경이 주는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직원 간 사회적 거리두기 이상으로 거리감이 생긴다. 아무리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외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동료애가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은 업무 미팅이 아니면 동료들과 이야기할 일이 없다.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고 (예상과 다르게 재택근무 중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로 인하여 쉬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매니저와도 정해진 1:1 미팅 혹은 같이 들어가는 회의가 아니면 대부분 메신저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택근무를 하기 전부터 매니저와 리더십 원칙 중 하나인 Earn trust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했고, 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어디서 일하든지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 쓴다. 허나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서 일하는 것이 처음인지라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참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온라인 Beer hour. 금요일 저녁 모든 일이 마무리될 5시쯤 단체 화상 채팅방을 만들어 모두를 초대한다. 각자 마실 술을 들고 미팅에 참석하여 일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한다. 주말에는 뭐할 것인지, 각자가 마시는 술은 무엇인지 (필자는 막걸리를 마시는데 사람들이 코리안 라이스 와인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아마존 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등 개인사를 털어놓는다동료들 뿐만 아니라 매니저와 디렉터도 참석하는데 최근 디렉터가 기타를 치기도 하고 막내로 들어온 친구가 갑자기 색소폰을 연주해 모두가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가장 바쁠 수 있는 수요일 오후 한 시간을 팀 소셜 시간으로 잡았다. 팀원들끼리 모여 술 없이 건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일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지난주에는 각자 태어난 도시를 설명하고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들 즐거워하고 서로에 대한 새로운 면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동료 간 "커피 챗"과 같은 인포멀한 시간들을 갖으며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정신적인 거리감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두 번째는 업무 관련 소통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명확한 설명과 지시가 없을 경우 원하는 결과물과는 조금 다른 (혹은 아주 많이 다른) 내용을 받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아"라고 했을 때 "어"라고 받아들이는 동료가 있더라도 랜선을 통해서 일을 할 경우 "아 라고 할 테니까 너는 어라고 해줘"라고 명확하게 지시를 해야 한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경험을 했는데 최근 임원 보고를 준비하면서 다른 동료에게 A라는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는 내부 팀원들과는 상의되지 않은 B라는 데이터를 보낸 것이었다. 심지어 보고 준비를 마무리 짓는 날 이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되어 크게 당황스럽긴 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서 예전보다 더 구체적인 설명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굴을 보고 일하다 보면 이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표정, 행동에서도 메시지가 보인다. 그런데 모니터라는 장벽 앞에서는 그 사람의 의도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누구나 짜증 날 수 있겠지만 주변 동료들을 봐도 상당히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임원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재택근무와 락다운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일 외에도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무작정 본인이 원하는 결과물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꾸짖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이해하고 본인이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최근 보고를 하다 보면 이러한 모습들이 자주 포착되는데 서로 예전보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회의를 시작하기 전과 후에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수고가 많았다" 라며 서로 기운을 줄 수 있는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언택트 생활로 인하여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담당 프로젝트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아예 접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지만 전혀 다른 시장 상태로 인하여 외면을 받았을 수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취미생활이나 야외활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도 풀고 또한 회사 밖에서 동기부여를 많이 찾아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락다운으로 인하여 이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요즘같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서로가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다. 최근 개발자 한 분이 지난 3년 동안 다른 팀들이 해결하지 못한 작지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다음, 시크한 메일을 보내 "이거 내가 고친 것 같은데 확인해줄 수 있어"라고 연락을 보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연락이라 테스트를 해보고 어떻게 해결한 건지 물어보자 그는 X라는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해당 시스템에 대한 공부 했고 자연스럽게 문제를 고쳤다고 했다. 그의 주인의식 (Ownership)과 재빠른 결정과 행동 (Bias for action)에 감탄한 필자는 그의 매니저의 매니저와 해당 문제에 대해 한번이라도 언급한 사람들을 모조리 다 찾아내 "이 세상 칭찬 다 받아봐라"라며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네가 얼마나 큰 불편함을 해결했는지 몰라", "이 문제를 겪었던 모든 셀러들을 대신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1 (완전 공감)"이라는 회신들을 보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그는 그 후에도 더 열심히 그리고 잘하고 있다. 이렇게 요즘 같은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게 서로에 대한 공감과 칭찬이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이케아를 자주 찾는다. 지난주에는 홈 오피스 용도로 사용할 책상, 램프, 사무실 의자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케아의 홈 오피스 섹션을 가봐도 생각보다 품절이 된 물건들이 많다 (필자 역시 지난번 사고 싶은 의자가 품절이어서 두 번째 방문만에 구매를 한 케이스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만드는 중인지 짐작이 갔다. 필자 역시 현재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집 안에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10월이 되어 다시 사무실 출근을 하더라도 예전보다 재택근무 문화가 정착될 것 같다 (이 전에도 꽤나 자율적으로 집에서 근무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서 재택근무를 해도 성과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일하는 게 서로에게 가장 좋을지 한번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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