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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l 23. 2020

익숙함과 변화의 사이

"익숙한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월요일 아침, 브런치를 통해서 알게 된 MBA 지원자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레쥬메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하셔서 알게 된 분인데 결국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다고 하시네요. 제 일은 아니지만 준비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에 뭔가 저 역시 기분 좋아지는 한 주입니다. 덕분에 잠시 예전으로 돌아가 합격했던 제 모습을 생각해보다 오늘 글을 써볼까 합니다.



난 아마존이 익숙해질 때까지 3년은 걸렸던 것 같아.

매니저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를 앉혀놓고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아마존에는 아마존만의 고유의 방식 (예: 리더십 원칙 등)이 있는데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는데 대략 3년은 걸렸다고 했다. 이제 막 일을 배워가는 입장에서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니 그의 말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부서들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품을 론칭해보기도 했다. 긴장되던 매니저와의 미팅 역시 어떻게 준비하고 그가 어떤 답변을 기대하는지 얼추 알게 되면서 나름 아마조니언으로 일에 적응한 것이 아닌가 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난 이제 반년 남았네

얼마 전 매니저와 가벼운 대화를 하다가 과거에 그가 해준 말에 대하여 운을 띄었다. 나는 1년이면 충분하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크게 웃으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 것에 대해서 신기해하면서도 이제 일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았냐는 말을 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수많은 제품들을 론칭하며 리더십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고 덕분에 매니저는 기존보다 훨씬 많은 직원들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조직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신기해하면서도 그가 예전에 하던 일들을 하나씩 맡다 보니 아직 내가 아마조니언으로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최근 아마존 사내 온라인 교육을 들었다. 교육의 제목은 Owning change라는 것으로 주도적으로 변화를 맡는다 라는 내용이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일까 싶어 사전 교육 45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아마존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에서 우리는 단순히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닌 변화를 주도하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 교육 중 아마존 리더들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새롭고 이전 경험이 필요 없는 조직을 찾아다니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전문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것들을 두루 알고 있는 제너럴리스트보다 어떤 한 가지에 대해서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인정받는다고 들어왔고 또한 나 역시 그 내용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 교육에서 주장하는 것들은 되려 우리 보고 제너럴리스트가 되라고 한다. 한 디렉터는 "내가 이 그룹의 디렉터가 되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데 가장 좋은 밑거름은 다양한 팀들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들이야.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필요한 스킬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배웠거든"이라고 설명했다.


내 제품과 관련한 토픽에 대해서는 내용전문가 (Subject Matter Expert: SME)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담당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수많은 교육을 진행했고, 어떠한 어려운 질문에도 고민 없이 답을 줄 정도로 많은 질문을 받아 답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마주하지 않게 되었고 주변 동료나 매니저에게 신뢰를 받아 나름 편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교육을 듣고 나서 다시 한번 나에게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과연 나는 익숙해진 내 일에 만족하며 안주하는 것이 맞을까.


사람은 누구나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고 혹시라도 변화된 환경이 별로일까 두려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특히나 아마존과 같이 부서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제품들이 있는 기업에서 변화란 정말 0으로 돌아가 걸음마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경험이다. 아무래도 그 모든 것들을 고민하다 보면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는 참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영어를 못하는 상태로 유학을 갔고,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아무도 모르는 영국으로 갔으며,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어설픈 한국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 모든 변화엔 호기심이 두려움보다 더 컸었던 것 같다. 그 후 퇴사와 유학 그리고 취업까지 많은 변화들을 겪어 지금 유럽에 자리를 잡았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변화를 위해 뛰어들었던 순간들 중 후회되는 순간은 없었고 되려 그러한 변화의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들을 바탕으로 고민해보면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새로움을 찾아 변화를 주도하는 게 맞겠다.



아직 나에겐 반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현재 근무하는 그룹에서 새로운 일을 맡아 변화된 일을 할 수도 있고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찾아 부서를 옮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교육을 통해 내린 결론은 변화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것보다 내가 주도적으로 변화를 가져가 기회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자는 것이다. 익숙함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일보다 더 중요한 개인의 삶이 있을 수도 있고, 전문성이 중요시되는 세상에서 한 분야에 대해 파고들어 익숙해지는 것 역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을 돌이켜봤을 때 단순히 익숙함만을 쫓을 것 같지 않기에 변화와 익숙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요즘과 같이 정신없는 시기에도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준비하고 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느끼며, 두려움보단 그 기회를 잡을 준비를 신나는 마음으로 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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