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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권도하는변인섭 Mar 08. 2024

실버 태권도 - 늦은 시작이 아닌, 새로운 도전!

태권도하면 어린 학생이 즐기는 스포츠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격투를 기본으로 하는 격렬한 동작이 연령이 높은 수련생에게는 신체적 부담을 제공하고 위험성이 높다는 편견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태권도는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긍정적 도움을 제공하는 운동입니다.

태권도는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운동이면서 전신을 위-아래, 앞-뒤, 왼쪽-오른쪽으로 골고루 움직이기 때문에 평상시 잘 사용하지 않는 온몸의 근육을 충분히 단련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도구 없이 자신의 체중만으로 훈련하는 맨몸운동이기에 적은 부상 위험으로 고령에게 필요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태권도 동작으로 이루어진 품새를 외우면서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시니어 수련생은 태권도를 배우면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얻습니다. 단계별로 동작을 배우고 도전하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합니다. 태권도가 노인에게 새로움을 제시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주면서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태권도 수련은 노인의 사회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장기간 태권도를 배운 시니어 수련생과의 인터뷰에서 실버태권도 수련을 통해 '가족 간의 소통 방식이나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느낀다는 만족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과 리더십 또한 향상되어 '타인 관계'에서도 만족스러운 변화를 경험한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실버태권도를 함께 활동하는 회원들과의 결속력으로 사회적 여가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면서 현재 자신의 삶에도 높은 행복감을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60세 이상 시니어 인구의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태권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시니어를 위한 활동 및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실버 태권도에 참여하고 있는 시니어 수련생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태권도 프로그램과 행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실버태권도 수련생의 이야기

69세인 안영미(가명)씨는 경남에 소재한 노인복지관에서 실버태권도 수업에 참여 중이다. 태권도를 배운 지는 2년 이상이 되었으며, 1단을 취득했다. 수련 동기로는 복지관 내 태권도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보여 참여하게 됐다. 가족구성원은 현재 남편과 함께 살고 있으며 딸 2명과 아들 1명은 모두 출가하였다. 평소 멀리 있는 가족들과 안부를 자주 물으며, 관계가 좋은 편이다. 평상시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짓고, 수확한 채소 등은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정도로 인심이 좋다. 아래는 안영미 씨와의 인터뷰 발췌본이다.

어느 날은 복지관 프로그램을 봤는데 게시판에 실버태권도가 있더라고요. 재밌어 보이고 호기심이 생겨서 신청했지요...(중략)... 처음에는 제가 잘할 거라는 믿음도 아예 없었죠. 태권도는 자녀들만 보내는 줄 알았지. 나이 먹고 내가 태권도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요...(중략)... 너무 어색하고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서먹서먹하기만 해가지고 하다가 잘 안되면 중간에 도중 하차하려고 많이 그랬지요. 자신감이 없었어요.(2021.6.23. '안영미 씨' 와의 면담 중).

목표를 세우고 달성했던 경험은 없었어요... 여태껏 여자로서 밥하고 애들 맥이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집안의 어른들 모시고 그것만 중요시 여겼지. 내 몸을 위해서 한 가지라고 하고 싶다는 게 없었지요. 그저 가족만을 위해서 살았어요(2021.6.23. '안영미 씨' 와의 면담 중).

저는 성격이 좀 예민한 편이고, 남들한테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도 못했지요... 자신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말하면 제 주장을 얘기하기보다는 거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었어요. 항상 리드하는 능력이 부족하니까 당하는 것 같고, 억울한 점이 많고 그렇더라고요(2021.6.23. '안영미 씨' 와의 면담 중).

내 태권도 영상, 사진도 보여주고요, 단증도 보여주고요, 검은 띠 매고 폼도 잡아보고요. 그러면 사위들 딸들이 박수 치고 이럴 때가 제가 우뚝 솟은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제가 동작을 보여주면 '할머니 우와' 하고 손뼉 칠 때 너무 기쁘죠. 태권도로 가족과 소통이 더욱더 잘 되는 거 같아요(2021.8.20. '안영미 씨' 와의 면담 중).

이제야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태권도를 계속하면서 욕심도 생기고, 1단을 따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해서 1단을 땄어요. 나도 무엇을 이루어 냈구나. 하는 성취감이 들더라고요. 이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든든하지요. 앞으로 2단을 도전해보려고 해요(2021.8.20. '안영미 씨' 와의 면담 중).

태권도해서 활력도 생기고, 건강해지고, 자신감도 생기니까 지금은 모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에너지가 솟아날 때 기분이 좋아요. 이제는 제가 의견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좀 많이 참여하려 해요(2021.8.20. '안영미 씨' 와의 면담 중).

출처_정비룡. "실버태권도 수련자의 성공적 노화 경험과 변화 탐색." 국내석사학위논문 경남대학교 대학원, 2022. 경상남도

1. 실버태권도 대회

사진출처. 무예신문

지난 2023년 6월 24일 청북 충북보건과학대학교 학생체육관에서 '제3회 대한태권도협회장배 전국실버태권도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성료됐다. 이 대회에는 내빈, 선수, 지도자, 가족 등 5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 종목은 품새 개인전,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가족 품새', 30인 이내로 팀을 구성하여 시연하는 종합시범까지 총 4개로 구분되었다. 특히 남녀 최고령 참가상을 수상한 한종상(97세) 선수와 임정실(87) 선수가 고령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태권도 품새 및 시연을 선보여 더욱 화제가 되었다.

같은 해 10월 28일 동두천시 국민체육센터에서는 '2023 실버태권도 연맹회장배 전국태권도대회'가 열렸다. 경기도 동두천시체육회가 주최하고 전국실버태권도연맹과 동두천시태권도협회가 주관한 이 대회에는 시니어 태권도선수 약 400여 명이 참가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실력을 뽐냈다. 이번 대회는 품새(개인전, 단체전), 스피드발차기, 손날격파, 종합시범경연 종목의 경기가 진행되었으며 화려하진 않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본부석과 관중석에서 많은 박수갈채가 나왔다.

2. 실버 태권도 시범단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실버태권도시범단

인천 부평구의 할머니 태권도단은 1990년에 창단해 3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유일의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으로 이전부터 국내는 물론 영국의 BBC나 미국의 CNN과 같은 외국의 유명 방송사의 취재대상이 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단원들은 짧게는 4~5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태권도를 해온 할머니들로 모두가 2단 이상의 유단자들이다.

광산구 운남동 소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에서도 실버태권도 시범단이 운영 중이다. 23년 11월 10일 열린 축제에서는 23명의 실버태권도 시범단이 기본동작, 발차기, 품새, 격파, 태권체조 등 실력을 선보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은 도복만 입고 진행해야 하는 야외 태권도 시범을 멋지게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신나는 음악과 함께 진행된 태권체조 공연에서는 관객석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