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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권도하는변인섭 Mar 08. 2024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켜만 봐

월드클래스 선수를 만드는 코칭법

9000억의 사나이. 투타겸업 이도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시아 출신 최초의 홈런왕. 그리고 MLB 역사상 최초의 만장일치 MVP 2회 수상자. 100년의 한 번 나올까 하는 선수. 야구계의 GOAT. 

이는 모두 일본 국적의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향한 수식어다.


이 위대한 선수의 탄생배경에는 오타니를 가르친 요시이 마사토 코치의 지도철학이 있다.

"강요하지도 내버려 두지도 않는 코칭"

오타니 선수 외에도 다르빗슈, 사사키 선수를 키워낸 요시이 마사토는 훈련의 주체가 지도자가 아니라 선수 본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수는 제각각 다른 성장 과정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선수마다 가진 생각도 다르다. 더구나 코치의 말이 특정 선수에게 알맞은 조언인지 알기가 무척 어렵고, 코치의 말은 표현의 차이로 선수가 잘못 받아들일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때로는 코치가 제공한 조언이나 연습이 맞아떨어져서 단번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런 운명적인 만남은 흔치 않다. 게다가 코치가 해고를 당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동하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선수는 언제나 혼자서 상대와 맞붙어야 한다. 훈련의 주체가 코치가 아니라 선수 본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요시이 마사토 코치는 말한다.

"코치가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답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주기 위해서다."

코치는 선수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코치가 마음이 앞서서 1부터 10까지 다 알려준다면 선수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수가 훈련의 주체가 되어서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지도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다. '오 좋은 방법인데, 시도해 볼까?'란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탑급 선수들에게만 가능한 얘기지, 유소년 선수에게 저렇게 했다간 방치하는 거나 다름없어!'라며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


사실, 유소년 선수일수록 훈련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린 선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창의성도 풍부하다. 높은 창의력은 선수가 실력을 키워낼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다른 선수와 차별화할 '나만의 무기'를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이때, 코치의 역할은 선수가 마음껏 쌓고 부시고 다시 이어 붙일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배팅티 위에 멈춰있는 공만 때리는 아이는 날아오는 공을 칠 수 없고, 세워둔 콘 사이로만 드리블을 연습한 아이는 달려드는 수비수를 제칠 수 없다. 어떤 지도자는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백날 고립된 기본기 훈련을 시킨다. 어린 선수는 자신에게는 딱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교과서 같은 자세를 익히려 분투한다. 그러다 얼마 안 가서 흥미를 잃고 운동을 그만둔다. 새싹이 돋아나기도 전에 선수 생활이 끝이 난다.


한화이글스의 총괄 트레이닝 코치를 맡고 있는 이지풍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켜만 봐" 조언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다. 팀에서 나쁜 평가를 받으리라 걱정하지 마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 선수가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이다. 사람은 아파야 병원을 간다. 본인이 문제라고 의식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래라저래라 조언해 봤자 선수에겐 와닿지 않는다. 좋은 코치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선수가 찾아올 때까지 준비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선수가 받아들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건 '기다리는 훈련'이다.

선수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고 기다리자. 어린 선수일수록 지도자의 생각보다 창의적이고 위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실패의 시련 또한 선수를 강인하게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지도자의 임무는 선수가 도움을 청한다면 언제든 적절한 조언을 주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고,  끝내 이루어내면 격한 칭찬으로 축하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 요시이 마사토.『가르치지 않아야 크게 자란다 』. 코치라운드. 2023

- 롭 그레이.『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 코치라운드. 2023 

- 이지풍."이지풍 코치의 반대 의견". 딴지일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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