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과 고통의 관계
도파민이란?
도파민(Dopamine)은 우리 몸과 마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우리가 즐거움을 느끼고, 보상을 추구하게 한다. 도파민 방출은 그 행위를 반복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한다.
도파민 수치가 높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부적절한 방법의 도파민 방출은 일시적으로 기분은 좋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쾌락과 고통은 쌍둥이다.
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과정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 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중간에 지렛대 받침이 있는 저울이다. 평소에는 저울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지면과 수평을 이룬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 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우리의 저울이 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저울에 관한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저울은 수평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한 쪽이나 다른 한 쪽으로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작용이 작동한다. 이는 별도의 의지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반사 작용처럼 균형을 잡으려 한다. 도파민 방출을 일으키는 쇼핑, 게임, SNS, 포르노와 같은 성적자극 등이 일시적으로는 기분을 좋게 하지만, 결국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이유다.
찬물샤워와 러너스하이
쾌락-고통 저울의 조정 작용은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고통을 가하면 쾌락-고통 저울이 수평 상태로 돌아가려는 자기 조정 작용에 따라 쾌락이란 보상이 주어진다. 고통을 통해 쾌락을 얻는 건강한 방법으로 찬물샤워와 러너스하이를 소개해보려 한다.
체코 프라하의 카렐대학교 과학자들은 10명의 남자 실험자를 섭씨 14도의 찬물에 1시간 동안 담궈놓는(얼굴은 밖에 내놓고) 실험을 했다. 1시간이 지난 후 실험자들의 혈액 샘플을 살펴본 결과, 찬물 입욕으로 혈장의 도파민 농도가 250퍼센트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파민은 찬물 목욕 중에 꾸준히 증가했고, 목욕이 끝난 후에도 한 시간 동안 증가 상태를 유지했다. 거기에 더해서 찬물샤워는 운동 후 생기는 염증을 감소시켜 부상예방과 함께 근육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효과도 있다.
러너스하이(Runner's High)는 장시간 운동 중 느끼는 경쾌함과 행복감을 말한다. 오래 달리기를 할 때 주로 경험할 수 있는데, 운동 시 발생하는 신체의 스트레스가 일정 한계치를 넘으면 그 순간부터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하늘은 나는 듯한 기분좋은 감정을 느낀다. 짧게는 4분 길게는 30분 이상 지속된다. 마약을 했을 때와 유사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러너스하이는 꼭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축구, 수영, 싸이클 등 다양한 운동에서 경험이 가능하다.
건강한 방식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법
어디서나 쉽게 원하는 방식으로 도파민 분비가 가능한 세상이다. 우리는 신체와 정신을 해치는 유해한 도파민 분비 위험에 놓여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유해한 도파민 분비 경로를 자제하고, 삶에 유익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운동을 생활화하고 가끔씩 찬물 목욕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얻기 쉬운 쾌락을 선택하고 그 대가로 긴 고통을 받기보다 스스로 제어 가능한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다. 고통에 간헐적으로 노출되면 시간이 갈수록 고통에는 덜 취약해지고, 쾌락은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고통이 우리가 쾌락을 지불하는 대가인 것처럼, 쾌락 역시 우리가 고통을 통해 얻는 보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