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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림 Jan 04. 2018

암호화폐의 가치

600조는 어디에서 만들어졌는가?

이 글을 쓰는 시점, 암호화폐의 시총이 600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암호화폐를 쓰는 것을 볼 수 없다. 아무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가치를 형성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시총을 허공에서 뽑아낸 것 같아 보인다. 누굴까? 어떻게 가능할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하여 우리는 “가치”의 의미를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무언가가 “소유주의 욕망을 채워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어떻게 당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직접적 혹은 간접적. 전자는 그것을 사용하여 당신의 필요를 채우는 것이며, 후자는 그것을 당신이 사용하고 싶은 다른 것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을 소유하는 기쁨은 그 안에서 직접 살 거나 임대를 놓아서 누릴 수 있다.


이 교환의 가능성이 “간접적 가치”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가치를 말할 때 대개의 경우 시장 가격을 생각하게 되었다. 혹자는 금과 같은 원자재들은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나, 이 주장은 금을 위한 시장이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당신이 금을 직접 사용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귀금속 덩어리는 당신에게 유용한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의미가 있다. 금의 경우 단단하게 형성된 시장이 있기 때문에 이 의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든지 금을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그 현금으로 당신이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당신이 금 시장이 없는 사회에서 산다면, 그 정의대로, 당신은 금을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교환할 수 없다.) 즉, 당신이 직접 그것을 원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시장이 있다면 그것은 가치가 있다.


대개의 법정화폐의 경우 이 시장은 전국 혹은 그 이상이다; USD는 미국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국제 거래에 사용된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경우는 다르다. 내가 제공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가로 암호화폐를 수령한다고 하여도, 암호화폐를 지불할 수 있는 시장이 드물다.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는 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암호화폐는 화폐보다는 금과 가까운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직접적인 가치보다는 간접적인 가치가 있다. 암호화폐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수요가 늘지 않는다면 이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암호화폐의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해당 블록체인을 사용할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너무나도 많은 암호화폐가 발급되어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인 내용에 집중하도록 하겠다.) 즉, 내가 소유한 암호화폐의 양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용량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많은 비트코인을 소유할수록 타인의 비트코인 계좌에 더 많은 숫자를 더할 수 있고, 망 사용료를 더 지불함으로써 내 송금의 처리의 우선순위를 높일 수 있다. 이 일련의 작업을 지원하는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강력한 불변성이 있으며 계좌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높다. 이 블록체인 상의 여러 계좌의 숫자를 더 할 수 있다는 것이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기능이고 가치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형성된 가치도 중요하다. 비트코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사주지 않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0에 수렴하게 된다. 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은 더 이상 부의 축적이나 거래의 매체가 될 수가 없다.


경제적 가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암호화폐의 시가 총액은 그 블록체인의 블록 당 최대 가치이다 (블록 - 블록체인의 주기적 합의 일정): 1. 어떤 암호화폐가 그 블록체인을 쓰기 위해 쓰일 수 있는 유일한 결제 방식이다. 2. 그 블록체인의 한 블록 당 지불 가능한 최대의 암호화폐는 현재 유통량의 총액 이하다. 3. 따라서, 블록체인에 블록 당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그 암호화폐의 시총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블록체인이 블록 당 처리 가능한 최대 가치이다.


암호화폐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정된 수량의 암호화폐를 거래하고자 하는 자본의 양에 따라서다. 직접적 가치를 보는 사람들은 해당 블록체인에 대한 사용을 기준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들에겐 암호화폐 가격 X가 해당 블록체인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 Y보다 낮아야 한다.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그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가 많을수록 Y는 X에 가까워질 것이다. 투자자로서는 큰 수요가 예상되는 블록체인의 암호화폐가 X보다 낮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을 때 구매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누구도 X와 Y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계산할 수는 없지만, 그 기대 값이 암호화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의 개념과 생각을 갖고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이 많지만, 결국 직접적 가치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버블은 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 블록체인을 유지해 주지 않을 것이다; 개발자들도 채굴자들도 언제든지 더 채산성 있는 블록체인을 찾아 떠날 수 있다. 혹은 가격이 너무 높다면 사용자들이 떠나 버릴 것이다. 이 닭 계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시장에서 큰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용한 블록체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들을 바탕으로 어떤 블록체인이 유용한 것인지 인식이 생기고 시장 참여자들이 적절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 때, 이 시장은 단순 투기자들이 아니라 유용한 것들을 만들어 세상을 진일보시키는 사람들로 가득해질 것이다.


초고를 읽어 주신 이경석, Stuart Gardner, 오미림, tk0221, ted, red, rakk4403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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