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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이사는이야기 May 16. 2023

Ep.15 2012년, 구글과의 첫 만남

[군함 타고 세계일주]

2012년, 구글과의 첫 만남. 이 제목을 보고 무엇을 떠올렸는가. ‘오 그래서 그때 주식을 산건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분명 재테크에 많은 관심이 있는 주린이일 것이다. (이미 부자라면 미안하다. 사과를 할 테니 연락을 달라. 친해지자.)


2020년~2021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던 시절이었다. 다만 여타 다른 문제가 발생했던 시절들처럼 사람들은 제한된 환경이지만 나름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전쟁이 나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코로나에 고통받던 우리들에게도 행복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주식과 암호화폐였다. 자고 일어나니 돈이 복사되고 있다는 말이 평범한 우리들 입에서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투자 수익이 전 세계인의 행복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학개미운동, 서학개미, 벼락거지 같은 투자에 관한 신조어들이 계속 생겨날 정도로 투자붐이 대단했던 시기였다.


구글 역시 그 투자붐의 대상이었는데 구글 하면 세계적인 검색엔진 구글을 비롯해 요즘 대세 유튜브 그리고 애플에 대항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까지. 모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사업들을 보유해 투자하기에 유망한 회사였다. 그렇기에 투자붐이 일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아, 코로나 전에 유튜브 유명해지길래 구글 주식 살라고 눈여겨보고 있었는데!”라는 푸념은 누가 들어도 크게 아쉽지 않은, ”에이 그랬으면 나는 테슬라나 비트코인 샀을 거야 “ 하며 웃음을 자아낼 귀여운 푸념이다. 특히 나에게는 더더욱 귀여운 푸념이었는데 사실 나는 무려 2012년에 구글을 만나 투자할 기회를 얻었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될 기회를 얻은 그날은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항 중 실리콘밸리 투어 때였다.


그로부터 무려 7배나 오른 구글의 주가(최고점 대비로는 10배다)


그날은 단체로 스탠퍼드 대학교와 구글 본사를 방문하는 날이었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구글이 저 멀리 타국의 해군사관생도들을 초대했을 리는 없고 생도들에게 세계적인 대학과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훈육장교님들의 깊은 마음에서 정해진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저 시켜서 한 거라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사실 샌프란시스코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스탠퍼드 대학교와 구글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몰랐다. 심지어 구글이 있는 곳이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이며 그 실리콘밸리가 샌프란시스코 옆에 있다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 나는 실리콘밸리가 드넓은 그랜드캐년 근처쯤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재들이 그런 시골로 올 일이 없을 텐데 괜히 그 정도 환경은 되어야 세계적인 IT 동네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판교도 서울 옆이 아니라 강원도 태백 어디쯤이었어야 했다) 무튼 실리콘밸리가 어설프게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옆에 있어준 덕분에 구경을 갈 수 있던 셈이다.


(1) 스탠퍼드 대학교

내 생각에 약간의 당위성을 부여해준 것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건축물들이었는데 무언가 사막을 연상케 하는, 모래를 뭉쳐 만든 것 같은 그 건물들을 보며 왜 내가 그랜드캐년 근처쯤으로 헷갈렸는가 새삼 이해가 됐다. 다만 사막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푸르른 잔디가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 한 풍경이었다. 사막과 푸르름의 공존이라니. 사막에 오아시스가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한 번도 보지 못 한 이국적인 풍경에 매력을 느낀 건 당연했을지 모른다. 학구열이 높은 동기들은 더더욱 스탠퍼드 열병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던 공군사관학교 출신 전역한 선배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렇게 아름답고 이국적인 곳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분명 우리 학교에서 해군의 리더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학문을 공부하는 것에서는 아쉬움을 느끼던 그들에게 스탠퍼드 대학교는 정답 같아 보였을 것이다. 물론 단 하루의 관광에서 오는 설렘과 실제 대학교에 오래 다니며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마치 사막의 모래로 지은 듯한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정


(2) 구글 본사

학구열을 높이는 시간을 마치고 우리는 구글 본사로 향했다. 구글 본사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큰 흥미가 있진 않았다. 지금보다 더 무지했어서 뭐 겨우 웹사이트 만드는 회사, 그것도 메인화면이 너무나 성의 없어 보이는 회사가 무슨 볼 것이 있겠냐 싶었다. 근데 이곳저곳을 들려보니 생각보다는 성의가 있는(?) 회사였다. 익숙한 안드로이드 캐릭터 조각상이 우리를 맞이해주는 것으로 시작된 투어는 구글에서 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보여주었다. 3륜 전기 자동차라든지 카메라를 이용한 3D 구현이라든지 하는 기술들이 들어간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보며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 온 기분이 들었다. 처음 보는 기술들에 예술작품들을 경험하고 구경하는 느낌? 생각보다 재밌어서 좋았다.


구글의 다양한 기술들


그래서 구글에 투자를 했냐고? 진짜 놀이동산에 온 느낌만 들고, 예술작품을 구경하는 느낌만 든 것이 문제였다. 이런 기술들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지를 모르고 “야, 재밌다~ 다음 거 체험하러 가자” 했을 뿐이다(웃음) 오히려 스쳐 지나가는 흥미로 그치고 저녁에 있을 만찬에 뭐가 나올까 가 더 궁금했다. 척박한 사바나 초원 시대에 악착같이 살아남은 조상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후손다운 관심사랄까.


부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내가 ‘부자 되게 해 주세요’ 기도한다면 하느님이 지팡이로 머리를 탁 내려치며 말씀하실 것만 같다. ‘내가 그때 구글 만나게 해 줬어,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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