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케이크
어릴 때부터 케이크를 좋아했다.
고3때는 내가 먹고싶어할 때마다 부모님이 사주시던 케이크가 있다.
포숑의 오페라케이크인데,
녹진하고 부드럽고 달콤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한 번에 케이크 절반씩을 먹어버렸다.(우리나라에서 포숑이 철수하면서 다시는 못먹게 되었다..)
20대가 되어서부터는 내가 번 돈으로 언제든 먹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서울의 맛있는 빵집이라하면 어디든 가서 사먹어 보았던 것 같다.
빵, 케이크를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내 생일'은 특히 유난히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일케이크는 늘 특별해야했다.
20대의 어떤 생일날 부모님께서 내 생일을 깜빡했고,
뒤늦게 뚜레쥬르에서 케이크를 사오셨는데 너무 크게 실망을 해서 엉엉 울었던 기억도 있다.
여하튼, 그래서인지 남편이랑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내 생일케이크를 챙겨주고 있는데
연애할 때부터 결혼 초반까지는 호텔케이크를 사주었다.
롯데호텔의 델리카한스, 신라호텔, 포시즌즈 등등 맛있다는 곳은 다 먹어본 것 같다.
결혼하고 '이제 돈 낭비하지 말자!' 라고 마음먹고난부터는,
남편한테 호텔케이크는 너무 비싸니 참자고했고 그때부턴 커스텀 케이크를 사먹었다.
남편이 동네의 유명한 케이크집에서 주문제작해서 준비를 해주었더랬다.
그리고 지금, 임신 출산 과정을 거쳐 아이를 키우고있는 지금은
남편도 정신이 없고 나도 지쳐서 어느새 눈뜨니 생일을 맞이한 날.
남편이 케이크 준비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퇴근하는 길에 파리크라상에서 케이크를 골라왔다.
예전의 나같으면 케이크 하나에 속상하고 슬퍼했을텐데
지금은 아이와 함께 초를 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다음날 어린이집에서 동그란 무언가를 보고 자꾸 흥얼거리며 박수를 치고 초를 부는것처럼 후~했다는게 마냥 귀엽고 행복할 뿐이다.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는 걸까..?
2. Birthday Girl
언젠가부터 남편과 나는 서로의 생일날 Birthday Boy & Birthday Girl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생일은 무엇이든 허용해주는 것이다.
설거지를 하고싶지않으면 누워서 쉬고, 하고싶은걸 다 하게해주는 그런 날이었다.
이번 내 생일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나에게 Birthday girl이라고 불러주었는데,
잠시 고민을 했다.
'어, 나 이제 엄만데 아직도 Girl 이라고 불려도 되는건가..?'
그렇다고 Birthday mom 으로 불리는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아이처럼 맘대로 하라고 Boy Girl 이라고 부른건데 싶어서.
그래서 생일만은, 서로에게만이라도 아이처럼 굴 수 있는 날이 되자고
그냥 Birthday boy & girl 이라는 호칭을 그대로 두기로 마음 먹었다.
3. 어쩐지 슬프기도 한 날
불과 출산 전만해도 마냥 해맑게 생일을 맞이했다.
그냥 어렴풋하게 '우리 엄마한테도 고마운 날이지' 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씩만 표현했을 뿐이다.
출산 하고나선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미역국은 먹었냐고 물어보는데, 그걸 내가 왜먹어? 우리 엄마가 먹어야하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엄마의 그날 출산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하고, 전보단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하루다.
이번 생일에도 엄마가 굳이굳이 시간을 내서 집에 잠깐 오셔서 커피 한잔을 했는데
'생일인데 그래도 우리 딸 얼굴은 봐야지' 이 한마디에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버린다.
이제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나보다.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엄마의 사랑이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