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다운 글을 마지막으로 써본 게 언제였을까.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다. 매일 저녁 경건한 마음으로 뱃속 아이의 상태와 나의 감정,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성스럽게 기록했다.
출산 후 종이 다이어리는 수유와 수면 텀을 휘갈겨 쓴 글씨로 빼곡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스마트폰 캘린더의 간단한 메모로 대체되었다.
어린 시절에는 글짓기를 꽤 잘했다. 대회에 나가면 상도 받고, 우수작품으로 선정되어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
성인이 되어서는 독서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어느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지도 못했다. 독창적인 시선이나 참신한 표현력은 고사하고, 이 몇 줄의 글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솔직해야지.
그런 내가, 요즘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나는 유튜브를 하는 엄마다. 주로 아이들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린다. 가끔 내 얼굴이 나오지만, 스스로를 유튜버라 칭하는 건 아직까지 낯설고 부끄럽기만 하다.
1년 전만 해도 나는 연년생 육아가 힘에 부치던 엄마이자 아내, 완벽한 전업주부였다.
유튜브에 발을 들인 건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건 나를 위한 첫발이었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성장은 끝났다고 생각했던 나의 자아가 그 후로 줄곧 꿈틀대고 있으니 말이다.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유튜브에서의 성공을 수익창출에 둔다면 현재까지 나의 이야기는 실패에 더 가깝다.
하지만 나는 도전 속에서 나를 찾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본다.
그리고 그 희망들은 지금의 나를 기록하게 했다.
책장 깊숙이 꽂아둔 해 지난 종이 다이어리를 꺼냈다. 오늘과 다른 날짜는 중요치 않았다. 끄적댈 하얀 공간이면 충분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때그때 적었다. 이 다듬어지지 않은 끄적임이 온전한 글로 남겨질 언젠가를 상상하면서.
꿈은 또 다른 꿈을 꾸게 했고
언젠가는 오늘이 되었다.
나는 지금 또 다른 꿈의 시작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