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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Jun 09. 2024

아버지는 한번도 나를 때리지 않으셨다

금쪽이 아들, 매 없이 키우기 비법


내 나이 서른 둘, 두살 터울의 여동생을 포함하여 우리는 부모님에게 단 한번도 매를 맞아본 적 없이 자라왔다. 우리가 너무 바른 어린이였기에 매를 들 필요가 없던걸까? 분명 이런 이유였을리는 없다. 내 기억속에 나와 내 동생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분명 금쪽이 예능에 나와 세상 온갖 비난을 들었으리라 생각될만큼 보통 육아 난이도가 아닌 녀석들이었기 때문.


금쪽이 인증 자료


첫째인 내 경우는 엄청난 고집불통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이라 남의 집에 놀러갔다 치면 장난감을 꼭 하나씩 울고불고 난리쳐서 받아왔고, 교회에서는 또래 애들 데리고 예배 드리다 몰래 도망쳐나오기를 주도해 요주의 인물로 찍혔었다. 그 뿐일까, 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초등학교 1,2,3학년까지는 ‘주의산만함’이 꼭 등장할만큼 금쪽이 그 자체였음이 기록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여동생은 어떠한가. 향간에 유명했던 ‘단비짤’의 주인공인 아따아따의 단비가 내동생을 모델로 그렸나 싶을 정도로 마트만 갔다하면 뭐 사달라고 땅바닥을 뒹굴고, 오빠인 나랑 싸울때면 겁쟁이인 내 성격을 이용해 부엌에서 칼을 꺼내와 (죽이겠다도 아니고) ‘죽어볼까?’라며 협박을 하곤 했다. 또 한번은 고속도로에서 떼를 쓰던 동생에게 화가 난 아버지가 ‘너 내려!’라며 갓길에 차를 세우자 바로 뛰쳐나갔던 비상식적 금쪽이되시겠다.(다행히 발빠르게 잡아오셨다)


그 문제의 단비짤(@아따아따)


이런 극악의 육아 난이도 가운데, 매를 안들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보이지만 분명 우리는 혼은 났어도 맞은 적이 없다.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아버지의 경우 문제의 상황에서 보통 불같이 화를 내다 집 밖으로 나가곤 하셨다. 그러곤 스스로 진정되셨을 때쯤 돌아오셨는데, 이때쯤엔 꼭 잔뜩 삐져서 울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있는 우리 방문을 열고 들어와 엉덩이를 토닥이며 ‘아빠가 화내서 미안하다’며 말해주시곤 하셨다. 돌이켜보면 다혈질 성향이 다분한 아버지가 나름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택한 길이시리라. 


반면 어머니의 경우, 화가나서 화를 낸다기보다는 교육상 혼내야할 때 억지로 화를 내시다가 결국 지쳐 눈물을 보이시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딱 한번, 어머니가 내게 파리채를 매로 들었던 적이 있다. 글로 남기기 정말 부끄러운 과거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어머니께 대들다 처음 면전에다가 2 곱하기 9의 결과값을 외쳐버렸는데 그때 어머니가 충격받은 얼굴로 울면서 파리채를 들었던 모습이 생생하다. 처음 맞아서라거나, 파리채가 아파서였다기보다는 서럽게 눈물을 보이셨던 어머니의 모습에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라는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보통의 문제 상황에서 내 기억속엔 대게 어머니의 ‘화’보다 ‘눈물’을 보며 자랐다. 이렇듯 우리 부모님은 전혀 다른 성향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매없이 나름의 방법으로 키워오셨다.


선생님도 그렇게 하셨다고 한다.


지랄총량의 법칙이라고 했는가. 다행히(?) 총량 중 대부분이 앞쪽에 가득 몰려있던 우리 남매는 대략 10살을 전후로 금쪽이가 아닌 바른 아이로 자라기 시작했다. 아마도 둘 다 더이상 쓸 수 있는 지랄이 남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매 없이 자란 우리는 비록 금쪽이 출신이었음에도 (서로간의 평가로) 둘다 바르게 잘 자랐다고 생각하기에 역시나 우리의 자녀에겐 굳이 매를 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생각보다 우리처럼 매없이 자란 케이스들이 많지 않기에(더욱이 우리 세대에서는) 주변엔 나와 반대되는 입장의 육아관을 가진 케이스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본인들이 생각해도 어느정도의 훈육으로서의 체벌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 당장 내 경우엔 아내와도 이 입장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또 사랑의 매를 받으며 자랐지만 잘 자라서 내가 반했던 아내를 보면 어느정도의 체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드는 건 사실이다.


체벌없이 자란 우리의 경우, 매가 아니더라도 잘못된 방향을 잡아주는 다른 기재들이 있었기에 엇나가지 않을 수 있었을테고 체벌있이 자란 주위의 경우도 그 체벌이 과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지 않았기에 본인들의 성장 배경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이겠지 싶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정작 당사자인 부모님께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듯해 바로 전화해서 ‘왜 안때리고 키우셨는지’를 여쭤보고 받은 답변들을 생생한 녹음본으로 남겨둔다. 하나는 예상 외의 답변이었고, 하나는 예상을 뛰어넘는 답변이었으니. 답변은 직접 들어보시길. 그럼 이만, 안맞아도 잘 자란 사례 끝.


엄마아빠의 훈육에 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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