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이 퇴사한다고 말했다.
"태수님, 잠깐 말씀드릴게 있는데요."
퇴근시간즈음, 미팅룸을 청소하고 있는 내게 팀원이 찾아와 건넨 서두가 서늘하게 꽂혔다. 심각한 분위기로 건네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저 미소를 띈채 건넨 한마디가 왜인지 다른 때와 다르게 불안하게 느껴지는건 직감이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퇴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 그래서 일단 퇴사를 마음먹었고, 태수님께 먼저 논의드리고 싶었어요."
매달 첫째주 수요일에 팀원들과 1:1로 돌아가며 티타임을 짧게는 30분, 길게는 1~2시간씩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겨우 그 며칠전의 티타임에서도, 근래 한달여간 아무런 전조가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던터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순간. 그러나 어쩌겠는가, 퇴사이야기는 어지간해서 충동적일 수 없고 이야기를 꺼냈던 팀원의 성격상 수십, 수백번을 고민하다 오늘 그 이야기도 어렵게 꺼냈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빠르게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어디갈지는 정하신거에요?"
창업을 하고 벌써 5번째 퇴사 면담을하면서 매번 프로세스는 똑같다. 덕장 코스프레를 하기 위함인지, 쿨함을 가장하기 위함인지, 그 순간의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를 피하기 위함일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퇴사 수용 후 보통은 한참을 어떤 회사를 갈것이며, 향후 어떤 계획들을 가질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지 앞길도 모르면서 말이다. 이번에도 똑같았다. 다만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다는 팀원의 이야기에, 되려 생각이 더욱 복잡해졌을 뿐.
횡설수설 이야기를 나누고는 야근하려던 계획도 손에 잘 안잡혀 집에 일찍 돌아왔다.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가만히 복기해보니, 전조가 없었던 게 아니었구나 싶다. 근래의 한달이 평화로웠던건 팀원이 마음이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고 그 전의 2달여간은 티타임만하면 2시간씩 이야기를 나눌만큼 많은 고민들이 회사생활간 녹여져있었다. 원인을 찾던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니 이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잘못한건 없을까', '다른 남아있는 팀원들에게 영향이 가진 않을까', '회사 분위기는 어떻게 지키지?' 등의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해 생각을 멈춰보려 평소 잘 안하는 유산소를 한참하다 집에 왔다. 흘린 땀에 비해 효과는 미미했고 고민은 피로한 몸 위로 끊이질 았았다.
한명의 퇴사쯤은 티가 잘 나지 않는 큰 조직이라면 어땠을까. 그런 규모를 운영해본 적도, 또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 평생 모르겠지만 퇴사 이야기를 듣는 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기사 내가 회사를 다닐 때 퇴사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워 한번은 결국 긴 편지로 몰래 대표님 가방에 꽂아놓았다가 밤 11시에 집으로 불려갔던 적도 있다. 그냥 사람 관계에 약한 내 성향탓일지도.
이러나 저러나, 누군가의 퇴사가 곧 폐업이 되지 않으려면 나는 또 남은 팀원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나가야 한다. 또 채용을 준비하고, 아마 이제껏 그래왔듯 떠나간 팀원들과는 종종 웃으며 통화하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팀원들과는 별의별 망상에 빠져 살겠지. 그래야겠지. 딱 하루만 충분히 복잡해하고, 떠나는 날 충분히 아쉬워하고, 또 응원해주자. 그런 생각으로 복잡한 하루의 끝을 맺어보려 한다.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회사라지만. 떠나는 이에게도, 떠나 보내는 사람에게도 늘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