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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Oct 06. 2024

예쁘기만한 피드백은 쓰레기다

피드백의 중요한 본질은

우리 회사에서는 매월 첫째주 수요일, 대표자와 팀원들이 1:1로 가벼운 티타임을 가진다. 몇명 안되는 팀원들이고, 평소 이야기할 자리가 많다고 하더라도 뭔가 '이 시간은 불편한 이야기 무엇이든 해도 돼'라는 인위적인 장치를 하나 해두면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가벼운 사담부터 일적인 이야기까지 누군가는 10~20분 가량 짧게, 누군가는 1~2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는 둥 가지각색의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 그렇게 10월의 첫번째 수요일, 이제 막 입사 한달차인 팀원과 첫 티타임을 갖는데 가장 큰 고민점은 이것이었다.


"피드백(Feedback)을 어떻게 드려야할지, 또 어떻게 받아야할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듣자마자 '너두? 야 나두'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연차를 막론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들 어려워하는 개념이 '피드백'일 것이다. 나 역시 한 팀의 팀원부터 팀장, 대표인 지금까지를 거쳐오면서 직급을 막론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여전히 어렵다. 우리 팀원들 또한 입사 초 거의 통과의례마냥 거쳐가는 고민점이 이 지점이기도 하고. 과연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일까.



피드백의 의미


가만 보면 일반적으로 이 피드백이라는 개념에 있어 많이들 오해를 하는 것 같다. 바로 '피드백 = 평가'라고 오해하는 것. (아마 철저하게 '평가'위주의 학습과정을 거쳐온 탓일터) 이런 이유로 주니어들은 시험대에 오르듯 피드백을 부담스러워하게 되고, 시니어들은 '기분나쁘지 않게' 피드백 주는 방법에만 몰두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평가는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서, 결과물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행동이라 본다면 피드백은 '과정'가운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개선 과정에 좀 더 가깝다. 먼저 일반적인, 많이 나타나는 유형별 아쉬운 피드백 사례를 살펴보자. 


실무자 : 이번 A프로젝트 기획안입니다. 살펴보시고 피드백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A선임 : (미간을 찌푸리며) 아, 좀 아쉬운데. 예전에 해봤던건데 결과가 별로였어요. 다른 아이디어는 없어요?
B선임 : 왜, 괜찮은 것 같은데. 고생했어요. 8페이지에 있는 이 아이디어만 이렇게 바꿔보는건 어떨까요?
C선임 :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선임A : 해봤는데 그거 안돼요 


극단적인 예시들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보자면, A와 같은 피드백은 부정적인 피드백에서 단골로 나오는 '그거 해봤는데~'유형이다. 보통 선임들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결론을 지어버린다. 물론 필요한 이야기다. 과거의 실패사례에 대해 알지 못하는 실무자에게 선례를 공유해주는 것.  앞서 선례가 실패로 끝났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 상황과 어떻게 다르고 변화가 가능한지 NEXT에 대한 논의가 초점에 맞춰져야 한다.


선임B : 아주 잘했어요, 다만


보통은 '좋은 피드백'의 예시로 B와 같은 정도의 방향성만 제시가 많이 된다. 상대방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면서 본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그러나 B 역시도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기위한 완충재로 앞문장을 하나 꾸몄을 뿐 아쉬운 피드백임은 여전하다. 물론 상대방이 듣기 좋게끔, 방어적이지 않게끔 이야기하는 말의 스킬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본질은 이런 기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좋은건 왜 좋았고, 아쉬운 건 왜 아쉬워 보이는지. 그래서 어떻게 바꾸는게 좋은지 명확한 설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임C : (말만) 좋네요.


조금 극단적으로, 제일 불편한 유형이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말해봤자 바꾸긴 늦었네' 등의 생각으로 피드백을 놓아버리는 것. 애초에 해당 프로젝트에 함께 임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어지고 맥이 탁 풀려버리는 피드백이다. 왜 좋은지에 대한 설명이 불가하다면 그건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두자.




흔히 나타나는 몇가지 아쉬운 유형만 보자면 그러하다. 그렇다면 좋은 피드백의 구조는 무엇일까? 이걸 하나의 방향으로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본 영상 중에 적어도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내용이 있었다. 


EO '최성운의 사고실험 - 타일러 편' 중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상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안정적이지 않은 것을 썩 좋아하지 않고 검증된 거를 선호하는 게 있고..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피드백을 해줄 때 먼저 하는 소리가 <이거 안 될 이유가 이거>라는 거예요. '이거 안 될 이유가 이거다', 아니면 '이거 이미 어디서 해봤는데 망했다.' 그거를 안 되겠네 하고 이해를 해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못해요. 알 수 있게끔 다음 스텝을 넘어가는 걸로 하면 돼요.

다른 사람들이 했을 때 "이거 안 됐구나 왜 안 됐을까? 이것 때문에 안 됐다. 언제 이걸 했을까? 2년 전이었네 상황이 바뀌었을까 안 바뀌었을까? 이 부분은 다르게 할 수 있을까? 못할까? 질문을 다시 던지기 위한 기회다."라고 생각을 바꿔보 고 이렇게 하면 그 부정적인 피드백을 건설성 있게 좀 바꿔 볼 수가 있어요.

- EO 타일러 영상 중


'다음 스텝을 넘어가기 위한 단초.' 이게 피드백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피드백을 우리가 굳이 왜하는가?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해당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인것인데 대부분의 피드백에는 'NEXT'가 없다. 그냥 그 피드백을 결과물로서 평가하기 바빠지는 순간 '평가'의 자리가 되어버리는 것. 긍정적 피드백이건, 부정적 피드백이건 모든 피드백에는 근거와 개선안이 동반되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 두가지 요소 없이는 긍정적인 피드백 또한 알맹이 없는 소리가 될 뿐이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더욱이 상대를 방어적으로만 만들어갈 뿐인 것이다. 


피드백은 요청하는 사람부터 잘해야


추가로 피드백은 주는 사람의 태도와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받는 사람의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00님 피드백 부탁드립니다'라는 한문장과 함께 단순히 작업물만 던져놓는 요청에는 좋은 피드백을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피드백을 요청할 때는 작업물에 대한 명확한 의도와 듣고 싶은 내용 등 부가적인 내용들이 동반되어야 한다.


어떠한 근거로 도출된 내용인지

본인이 겪어온 시행착오 히스토리

작업물에 대한 본인의 코멘트


피드백을 받는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잘 주기위한 일도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예의로 최소한 위의 3가지가 포함된 상태로 피드백을 요청해야한다. 예를 들어보자.


이번 A프로젝트에 대한 기획 초안입니다. 2,3P 보시면 전체적인 개요와 히스토리 확인하실 수 있고 4P에 기획의도 기재해두었습니다. 참고로 A안의 경우, 킥오프 미팅에서 의견나왔던 A방향성을 토대로 디벨롭이 진행되었으나 제작 기한 이슈로 조금 더 컴팩트하게 축소되어 개선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B안이 A안 대비 최근 쇼츠 트렌드 등을 고려했을 때 진입장벽이 낮아 바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X일까지 제출되어야 하는 기획안으로 X일 X시까지 피드백 코멘트 남겨주시면 참고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듯 피드백을 잘 받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명확한 정보들을 공유해야한다. 그런것없이 좋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역량에만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럼 이렇게 잘 피드백을 요청했다면 앞서 아쉬운 사례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자료 잘봤습니다. 전에 진행하셨던 B프로젝트 대비 많이 짜임새 있어졌네요. 의도와 배경 등이 명확히 보여서 좋았습니다. A안 파트 중 12페이지의 경우, 말씀하신것처럼 일정상의 문제로 기존 아이데이션 방향보다 많이 작아진 것 같은데 저희 파트너사 중 해당 작업을 빠르게 잘 진행하시는 팀이 있어서요. 이전 진행 사례와 컨택포인트 전달드릴테니 고려해보셔도 좋겠습니다. B안은 작년에 진행됐던 P프로젝트와 컨셉, 예산규모 등 유사한 지점이 있어보이는데요. 당시 예상보다 참여도가 낮아 조기 종료 후 프로모션을 변경했던 이슈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장벽이 낮은만큼 유사 프로모션이 많아 차별점을 명확히 두는 지점이 더 고안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디어는 고민해보고 3시까지 따로 한번 정리드려보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처럼 피드백을 잘 받기 위해서도, 잘 하기 위해서도 각고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넷플릭스에서는 내부적으로 피드백을 가이드하기 위해 4A라는 행동양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AIM TO ASSIST (도움을 목표로)

기본적으로 피드백은 좋은 의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경쟁구도로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감정적으로 대하는 등의 피드백은 절대 용납되지 않으며 피드백의 구체적인 제언들이 상대방 개인 또는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되어야 한다.


ACTIONABLE(행동 중심 피드백)

단순 평가가 아닌, 받는 이가 어떠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


APPRECIATE(감사의 마음으로)

좋은 피드백을 주는 일은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피드백을 받는 이는 당연한 것이 아닌 상대의 수고가 들어간 피드백을 준다는 것을 알고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시말하지만 좋은 피드백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ACCEPT OR DISCARD(선별적 수용)

피드백을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피드백은 분명 아무 가치가 없을 수 있으며, 또 일부는 들을 때는 방어적으로 생각되었으나 곱씹으면 분명 도움이 되는 피드백도 있는 법. 좋은 피드백과 버릴 피드백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단 받아들이기로 한 피드백은 불만을 가지고 억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반되어야 의미가 있음을 명심하자.


어느 것 한가지만 충족하는 것이 아닌, 이 4가지가 온전히 균형이 맞추어 질 때 비로소 팀 간의 좋은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좋은 피드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자면 개인의 취향, 직급, 경험 등에만 초점이 맞춰진 피드백이 아닌 명확하게 각 피드백이 현재 결과물에 '목표'에 부합하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가를 끝없이 점검하며 수행되는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이러한 기본적인 본질이 정립되고나면 피드백을 위해 억지로 예쁜 말들을 꾸며 쓸 필요가 없어진다. 받는 이 또한 마찬가지. 피드백이 날향한 심사 또는 공격이 아닌, 여러 데이터들을 모으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일이 어렵다던 팀원에게 드렸던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보고자 한다.


"제일 지양해야 하는 건 피드백을 못말하고 참는거에요. 차라리 모나고 부족한 피드백이라도 뱉어버릇하고, 들어버릇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데. 배려랍시고 귀는 막고 입을 닫아버리면 그때는 진짜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니까 계속 같이 연습해봐요."




** 참고

최성운의 사고 실험실 - 타일러 2부 https://www.youtube.com/watch?v=TEuXF0BwoOc

넷플릭스 < 규칙없음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479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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