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간즘] 비교 없는 자유함이 나침반이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 삶
"유일하게 이기는 방법은 처음부터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우리는 언제부터 남과의 비교를 의식하며 사는 걸까?어느 부분까지 남과의 비교를 하는 것이 유익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까?유년기 시절을 돌아보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성적을 놓고 본다면 경쟁자였고,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친구보다 1시간 더 공부했다는 마음이 뿌듯했던 시기였다. 이왕이면 친구들보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내거나, 선생님의 칭찬을 많이 받는 학생이길 바랬고,다른 아이들보다 앞서 있는 느낌을 주는 반장 같은 타이틀을 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대학 입시를 치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은 그동안 노력을 증명하듯이 좋은 대학과 좋은 학과로 진학하였고, 대학의 문턱에서 미끄러진 나와 다른 친구들은 인생의 공식적인 1패를 체감하였던 것 같다. 그 뒤부터는 취업이라는 본격적인 경쟁의 모드로 진입하게 되고, 무언가 주변의 사람들보다 앞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으로 허덕이지 않았나 싶다.
나는 20대 중반까지 무언가를 이뤄 놓은 것이 없어서 매우 불안했던 것 같다.그 불안함의 기준은 먼저 취업된 친구들이었다.다니고 있던 대학의 학과가 싫어서 성적은 엉망이었고, 뚜렷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한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더욱 조급함이 많았고,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입학한 학교에서는 시간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생각에 조바심 탔던 시간이었다. 돌아보니 왜 그때는 그렇게 뒤처진다는 마음에 힘들어했을까. 무엇이 그렇게 불안함으로 가득하게 만들었을까.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에 미쳐 있는 시기에 길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 K를 만났다. 워낙 친했었고 반가운 마음에 가벼운 티타임 하면서 그동안의 삶을 나누었다. 공부를 꽤 잘했던 K는 의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창 Y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너 2학년 때 Y 기억하지? 만화 엄청 잘 그리던. 걔가 동창 중에 제일 잘 나간다. 게임회사에서 아트 디렉터인데, 공부 안 하고 그림만 그리더니 그 분야 최고 전문가 되었더라." 그 얘길 들으니 댕~~~ 하고 얼굴이 명확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오로지 그림만 그리던 Y의 모습이 생생하다. 연습장에 자신의 상상력으로 구성한 메카닉들로 가득했고, 각 페이지마다 침 튀기면서 설명하던 Y의 모습. 그 모습이다. '정말 미친 듯이 좋아하던 그림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 그랬구나. 정말 Y, 너는 남을 신경 쓰지 않았고 좋아하는 그림에만 인생의 레이스를 달리기 시작했구나.
조직에서 일해 보니 Y의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도 존재하고 있었다. 남들과의 비교하는 마음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좀먹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인생의 궁극적 도전은 나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이고, 남의 시선이나 비교하는 마음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린 사람들 말이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확고히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남은 남의 인생이고 각자의 삶이며, 결정적으로는 같은 레이스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이 부분이 공통적인 포인트였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분야나 업종에서의 경쟁은 있을 수 있으나 불필요한 비교 의식이나 경쟁의식은 의미가 없다는 초연함. 모두가 이렇다고 정리해 주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조직에서 즐겁고 몰입감 높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취지와 발언이 많았다.
어느덧 마흔을 넘다 보니 누구누구는 비싼 집을 샀다는 소식, 상상도 못 할 성과급을 받았다는 소식, 지인 중 누구는 어떤 차를 타고 다닌다더라는 소식 등 이미 끝난 줄 알았던 비교 의식의 쓰나미가 또 몰려오고 있었다. 다행히 이러한 쓰나미가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강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내가 모를 뿐이지 모두 각자의 레이스에서 어떤 방법이든 치열하게 성과를 이룬 것이며 모두 자신의 인생 레이스를 산 결과임을 이제는 안다.
감사하게도 일터를 통해 인생의 중간 즈음까지 달려오면서, 자신만의 레이스를 충실히 달려온 사람들의 현재가 나랑 함께 하고 있으며,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음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또한, 일하면서 그러한 부분들이 영향을 주고받게 되어 좋은 방향의 관계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정말 남들보다 앞서 보이기 위해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나 자신의 레이스를 개척하고 꾸준히 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삶의 중요한 관계 문제든, 인생의 커리어 문제든 온전한 나의 레이스로 꾸준히 달리는 것, 내가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