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놓인 흰 종이는
끝내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펜 끝에서 흐른 묵은 울음들이
조용히 스며들 뿐이었다
어쩌면 쓰는 일이란
스러진 별빛을 모아
하나의 창을 여는 일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마음의 조각이 흔들릴 때마다
그 조각들을 엮어 바람막이를 만드는 일
나는 묻는다,
왜 그토록 말이 필요했는지
침묵이 내게 위로였던 날들에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붙들고
무언가를 세우려 했는지
아마도 쓰는 것이란
내 안의 텅 빈 방을 채우고
그 방을 열어
누군가에게 작은 쉼이 되는 일
그래서 나는
쓰고 또 묻는다
나는 왜 쓰는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