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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은혜임을

by 아무개


쓰러진 줄도 모르고

다시 걸어 나왔던 날들이 있었다


눈 감은 사이

이마를 짚고 간 손이 있었고


지나간 것들이 스친 줄만 알았는데

한참 후에야 손이었다는 걸 알았다


버리고 떠난 기억 끝마다

닿지도 않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비워낸 마음 틈마다

이름 없는 무언가가 나를 붙들고 있었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오래 나를 지탱해왔음을


살아가는 동안

불러본 적 없는 것들까지

모두 주 은혜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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