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존재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인가
어디에서부터 왔는 가
왜 사는 것인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그날 이후, 나는 존재의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자주 멍해졌다. 그 멍은 허공에 잠시 걸린 빛 같았다. 현실이 전부라 믿었던 나는, 생각이 멈춘 이 공허를 한심한 나태로 여겼다. 오감에 매달려 살아왔던 나는, 오히려 이 ‘멍’이 가장 어려운 감각임을 몰랐다.
이제야 알겠다.
그 멍은, 나를 향해 열린 가장 깊은 창이었음을.
한 줌의 숨결로도 흩어져 사라지는 재로 변해
작은 항아리에 담긴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삶이란 무엇이며, 나는 왜 태어난 것인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사후 세계는 정말 존재하는가.
천국과 지옥은 실재하는가.
현실의 드라마 속에서만 살아온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끝을 알 수 없는 하얀 공간에 서 있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 그것만이 전부였다.
내 삶은 어느 낯선 차원에 와 있는 듯했다.
드높은 하늘은 빛을 잃었고, 상위 공간은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투명한 유리벽 속에 갇힌 듯 숨이 막혔다.
어디에 있든 답답함이 몰려왔고,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마치 영화 트루먼 쇼의 세트장처럼 조작된 세계 같았다.
꿈속에서 본 것처럼 세상은 뿌옇게 흐려졌고, 공기마저 눌려왔다.
나는 간절히, 이 혼미한 무대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사람, 영혼... 그 시작점을 찾아야만 했다.
존재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때부터였다.
사물의 본질을, 이치의 실체를 지켜보려는
내 안의 눈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 것은.
모든 것은 바깥에 있지 않았다.
외부 세계가 아닌,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깨닫는다.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그 진실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