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태풍 속으로 들어가다

2화 고통의 태풍 속으로 들어가다

by 태연

아빠가 돌아가시고 한 달가량, 내 몸은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어떤 걸 먹어도 얹히고, 고열과 두통으로 힘을 잃어갔다. 약국에서 병원에 가보라 했지만 필요치 않았다.
왜 이러는지 알고 있었고, 낫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하루는 평소 좋아하던 돈가스를 시켰다. 뭐라도 먹어야 한다며 지인이 보내준 밥이었다. 통통하게 가득 채워진 치즈, 노릇하게 바싹 튀겨진 돈가스를 쳐다봤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아빠가 생각났다. 병원에서 밥알을 물에 적셔 아빠 입에 한 입 한 입 넣어줬던 그 시간들. 이젠 같이 나눌 수 없다는 현실이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밀려왔다.


입안에 든 돈가스를 씹지도 못한 채 눈과 마음에 뜨겁고 매운 눈물이 차올라 그 상태로 엉엉 울어버렸다.

그 후론 한동안 돈가스를 먹지 못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자주, 밥을 먹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기억이 음식에 스며들어 있었다






아빠와 단둘이 살면서 저녁은 놓치지 않고 차려줬었다. 회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계란찜에 된장국을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밥을 먹고 들어온 아빠에게 성질을 냈었다. 밖에서 놀다가도 잠깐 집에 들러 아빠 밥상을 차려주고 다시 나간 적도 있었다.

지금이라면 '저녁 알아서 챙겨 먹어~' 했을 텐데.

그땐 저게 귀찮지도 싫지도 않았었나 보다.


한동안 떨어져 살다가 아픈 아빠를 위해 다시 끼니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밥을 직접 해서 먹일 여력이 되지 않아 병원밥과 식당에서 사 온 밥으로 챙겨줘야 했다. 폐암 말기 환자를 위한 식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당시엔 너무나 어려웠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아빠 죽기 하루 전날,
좋아하는 콩국수를 해주고 싶었다. 콩물은 직접 할 수가 없어서 산 것이었지만, 국수라도 쫄깃하게 시원하게 바로 한 것으로 먹이고 싶어 전기포트까지 바리바리 싸가지고 병원에 갔었다.

하지만 그날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실로 옮겨져야 했고 그리고 영영 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였던 건가.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해지고

지금 함께 나눌 수 없다는 부재의 슬픔으로
그렇게 밥을 먹을 때마다 울컥했던 것일까.


그땐 울면서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 밥을 먹을 때마다 슬픔이 가슴에 엉겨 붙어 비틀고 쪼이며 아픔을 자아내는 것인지.

그저 실컷 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에 존재하기 위한 생활을 이어가며,

본능적인 멍 때리기를 더 자주 실현할 뿐이었다.


세상이 멈추어 동시에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무로 들어가는 것.
모든 생각과 감정들을 못 느끼는 그 순간,
나의 존재가 없어지는 그 순간,
내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땐 알지 못했다.
내가 고통이라는 거대한 태풍의 눈 속에 있다는 것을.
이 無의 고요함은 앞으로 닥칠 거대한 고통의 쉼이었다는 것을.


고통에는 그만의 시간표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막 그 깊은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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