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은 영혼의 가장 거룩한 통과의례다

우 12_무너진 이들에게 보내는 빛의 안내서

by 태연

무너지는 데는 소리가 없다

돌처럼 무겁게 무너지기도 하고

바람처럼 조용히 무너지기도 한다

때론 아무도 모르게,

그저 혼자,

조금씩 부서져 내려간다

사람들은 말한다

저 사람은 끝났다고

바닥에 닿은 자를 향해

무너지면 무가치하다고

그러나 우리는 안다

무너짐은 실패가 아니라

태어남의 시작이라는 걸


무너짐은

영혼이 자기 껍질을 벗기 위해

바깥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견고했던 자존도,

반듯했던 자아도,

사랑받기 위해 쥐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부서질 때

그제야 우리는

비로소 진짜 자신을 만난다


무너짐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빛을 입기 위해 어둠을 껴안은 자의 통과의례다

그건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마지막 질문이다

"이제, 진짜 너로 살아볼래?"

눈물로만 지나갈 수 있는 문,

고통이 안내자가 되는 길,

고요한 폐허 속에 숨어 있는 사랑

그 모든 걸 통과한 자만이

말하지 않아도 빛난다


무너짐을 견딘 사람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 중심을 안다

그러니 누가 또 무너진다면

나는 말하겠다

“당신은 지금 거룩한 문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 폐허 속에서

빛이 되어 태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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