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잠시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실제로 만들어 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된 건 어느 저녁,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다가였다. 화면 속 배우는 작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무뚝뚝한 인물이었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장면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 드라마 속 이야기에서는 가상의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연애를 경험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 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 가는 방식이었다. 주인공은 그 안에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남자들이 등장하고, 그녀는 그들과 서로 다른 방식의 연애를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관계는 대학 시절의 첫사랑이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 있던 사람을 가상의 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남자는 실제 사람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만들어 낸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가짜라고 해서 그 경험까지 가짜가 되는 걸까.
그와 나눈 대화, 기다림, 설렘 같은 것들은 어쩌면 이미 하나의 기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억이 되는 순간 그 세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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