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사막에 발을 들일 용기가 생겼다

나는 나의 연금술사다

by 태연하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아마 이 책의 제목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오히려 미뤄두었던 숙제같았던 책을 이제야 손에 들었다.

어린왕자가 연상되는 포근한 표지 때문이었을까. 유치한 동화일 거라 짐작하며 책장을 넘겼던 나는, 인생의 반에 이르러 주인공 산티아고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읽는 일은 꽤 유쾌한 경험이다. 목적없이 걷다 우연히 발견한 딱 내 취향인 카페를 마주한 기분이랄까.

판타지 같은 설정임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혔던 건, 양들을 팔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궤도를 벗어난다는 것

20년 넘게 쌓아온 IT 분야의 경력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견고했던 커리어를 던져버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좌충우돌하는 지금, 내게 찾아온 이 책은 우주가 보낸 하나의 '표지(Sign)'처럼 느껴졌다.

산티아고가 사막을 걷듯, 나 또한 인생의 새로운 사막을 걷고 있다. 책 속의 문장들은 나를 꿰뚫는 날카로운 조언들로 가득했다.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문턱

'마음의 소리'를 다루는 대목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마음은 고통받는 것을 싫어하기에 사람들은 흔히 그 소리를 외면하며 산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말한다.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공포가 더 사람을 괴롭힌다"고.

정확히 지금의 나를 향한 일갈 같았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던 시간들. 평생 처음으로 5년 후의 꿈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며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써 내려가는 데만 꼬박 석 달이 걸렸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고단했고,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꿈을 그리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산티아고가 사막을 건너 보물을 찾아갔다면, 나는 이제 막 사막의 초입에서 모래바람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마크툽, 기록된 대로 흐르는 용기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주변에 흐르는 공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부끄럽게도 눈가에 살짝 온기가 돌았다. 그것은 슬픔이라기보다, 비로소 사막에 발을 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퇴직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책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고, 아직은 서툰 독서가이지만, 이 적절한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보물은 피라미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피라미드로 가겠다고 결심한 그 마음 속에 이미 있었다."

결과가 어떠하든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 보물은 이미 내 곁에 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안의 신화를 묵묵히 응원해 본다. '마크툽(Maktub)', 모든 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고, 나는 그 길을 기꺼이 걸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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