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7 - 아이슬란드(2)
쨍하고 맑은 하늘이 되어있다.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오늘 향할 곳은 바로 비크(Vik). 비크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하늘을 찢고 나오는 듯한 햇살 때문에 남부 해안을 따라 달리며 어떤 장관들을 보게 될지 괜스레 더 설렌다.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내릴 때가 된다. 처음 멈춰 선 곳은 셀야란즈포스. 폭포를 구경하러 조금씩 다가가는데 관광객들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다들 이 멋스런 폭포에 취한 나머지, 폭포 아래에서 물장난이라도 한 것처럼 머리와 옷이 흠뻑 젖어있다. 호기심을 안은 채 폭포에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가보니 다들 왜 홀딱 젖어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폭포에서 흩어지는 작은 물방울들이 바람에 실려와 나에게 사정없이 안긴다. 방수가 안 되는 나의 패딩은 물을 잔뜩 먹어 무거워지고 선글라스에도 물방울이 맺혀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정신없는 순간에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당연히 카메라의 안전.
물을 잔뜩 맞으며 길을 따라가다 보면 폭포 뒤쪽으로 갈 수 있다. 게임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온 것처럼 신비스럽다. 뽀얗게 일어난 물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질 않아서 몽롱한 꿈속을 거니는 것 같다. 꼭 기억하고 싶은 한 장만을 남기고, 다시 내 카메라는 물방울을 피해 가방 속으로 숨었다.
항상 보던 폭포의 앞면이, 아닌 안쪽에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셀야란즈포스. 물벼락을 맞아서 모두 쫄딱 젖어야 했지만, 맑은 날씨 덕분에 금방 말라서 오히려 샤워를 한 듯 더 상쾌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유명한 폭포인 스코가포스가 있다. 폭포를 보기 위해 차를 왼쪽으로 꺾는 순간, 두께가 엄청나게 큰 무지개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같은 곳을 보고 있던 나, 영일이, 효진이, 재원이 형은 난생처음 보는 두께의 신기한 무지개를 보고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고 그 탄성에 동참하지 못한 성원이 형은 '오로라는커녕 무지개도 못 보는 신세'라며 슬퍼했다. 잠깐 동안 나타났던 그 무지개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딱 그 자리, 그 순간에만 보였던 무지개라 여운이 남는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만 되면 매번 도화지에 무지개를 그렸다. 정작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완벽에 가까운 동그란 무지개를 말이다. 가끔 부모님께서 베란다 물청소를 하실 때 빨주노초파남보의 색깔이 보일 듯 말 듯 보이는 것이 무지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그렸던 무지개는 상상화에 가까웠다. 이런 무지개를 어렸을 때 보았다면 그 시절 내가 그렸던 무지개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었을 텐데. 적어도 무지개를 상상 속의 대상으로 여기고 짙은 원색으로 색칠하지는 않았을 거다.
멀리서 본 스코가포스는 마치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물이 아니라 하늘이 흘러내려와 땅으로 스미는 듯, 자연스럽게.
스코가포스를 다 구경하고도 차에 타지 않고 잠시 햇빛을 쐬며 여유를 부렸다. 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도 하고 오로라 이야기도 하면서 한참을 떠들다 차에 올라탔다.
거친 비포장도로를 올라 도착한 다음 목적지는 디르홀레이. 딱 한번 들은 지명인데 꽃청춘에서 이 지명으로 말장난을 한 것 때문에 머릿속에 콱 박혔다.
'앞으로 올레이, 뒤로 올레이.' (...)
뚫려 있는 구멍으로 바다가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멋있다. 너무 멀어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바위에 붙어있는 하얀 것들이 전부 다 새들인 것 같다. 효진이의 숨겨진 본심이 드러났던, 재미있는 사진도 남겼다.
검은 모래 해변으로 알려진 레이니스파라. 디르홀레이에서도 보이지만 해변은 걸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해서 도착했다. 티끌조차 없는 깔끔한 화선지에 누군가 먹물을 쏟는 것처럼, 새까만 모래사장에 하얀 파도 거품이 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통쾌하다. 온 해변을 순식간에 흰색으로 뒤덮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사라지는 거품들.
사실 파도를 찍느라 셔터를 마구 눌러댈 때, 대부분의 사진들을 지우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사진들이 모두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듯해서 쉽게 지울 수 없었다. 한 순간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레이니스파라의 파도.
주상절리가 생기는 원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느낌이 참 다르다. 원리를 알아도 신기한 주상절리. 이런 게 자연적으로 생긴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레이니스파라에서 돌아온 우리는 따끈한 저녁밥을 지어먹고 식탁에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를 손에 쥐었다. 힐끗 내다본 하늘은 여전히 흐리다. 오늘도 오로라를 보기는 틀렸구나 싶었는데 그 순간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우리와 같은 일정으로 다른 친구들과 아이슬란드에 온 종현이 형의 카톡이었다.
'오로라는 봤어?'
'아니 아직ㅠㅠ 오늘은 힘들 거 같아. 너무 흐려서.. 형은 봤음?'
'어제 거의 1000km 달려서 질리게 봤지ㅋㅋㅋ 근데 오늘이 거의 마지막 기회 아냐?'
이미 알고 있던 기상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좀처럼 가늠할 수 없어서 날씨 예보를 보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날씨 어플에서는 내일 밤이 꽤 맑다고 나와있긴 했지만 지난밤처럼 구름이 순식간에 몰려와 하늘을 뒤덮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아직 오로라를 구경도 못한 우리의 마음에 종현이형의 카톡이 불을 지폈다.
시간은 이미 저녁 9시.
하루 종일 여행을 하고 돌아온 우리에겐 꽤나 늦은 시간이었기에 편도 2시간 거리를 달릴지 말지 갈등에 빠졌다. 간다고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왔다 갔다만 4시간이었고 내일도 많이 달려야 해서 무리하게 다녀오면 내일 일정을 망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잡느냐, 아니면 무리한 주행을 포기하고 내일의 하늘에 맡기느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9시에서 12시까지 딱 세 시간이었다. 12시가 되면 아이슬란드의 모든 곳이 흐려진다고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 순간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쓸쓸하게 공항으로 돌아가며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는 나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나 진짜 오로라 못 보고 가면 이 순간이 너무 후회될 것 같아... 갔으면 좋겠어!"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운전해야 하는 재원이 형은 맥주를 거의 마시지 않았고 심지어 그 맥주도 알코올 도수가 2프로였다. 그 상황이 마치 우리 보고 빨리 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마자 효진이가 한 마디를 했다.
그 상황에 참 적절한, 기억에 남는 한 마디였다.
생각은 천천히, 행동은 빠르게 하랬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두 모금 정도 마신 맥주는 그대로 방에 두고 불이라도 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옷을 든든하게 갈아입고 그 어떤 때보다 신속하게 차에 올라탔다.
차로 두 시간쯤 달려서 예보에 날씨가 맑다고 표시된 지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맑은 날씨는커녕 구름이 잔뜩 낀 하늘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로라 보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렇게 된 이상 오로라를 만들어서라도 봐야겠다.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플래시를 이리저리 흔들어 우리들만의 '오로라'를 만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빛으로 글씨를 쓰며 놀고 있을 무렵, 정말 신기하게도 구름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다. 한번 갈라지기 시작한 구름은 빠른 속도로 멀어졌고 그 사이로 맑은 하늘이 비췄다.
잠깐 동안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 하늘은 곧바로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비록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부끄러운 듯 조심스럽게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잠시나마 행복에 잠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오로라를 향해 더 달려보기로. 왜 사람들이 오로라를 보러 가는 과정을 '오로라 헌팅'이라고 부르는지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다.
오랜 시간 밤길 운전을 하느라 힘들었을 재원이 형을 대신에 잠깐 동안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밤길 운전은 처음이라 조금 무서웠지만 다행히 차도 거의 없고 옆에서 재원이 형이 계속 조언해줘서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운전에 집중하느라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차에서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이며 날씨가 개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두 시간이 흐르고 성원이 형이 우리를 깨웠다.
얘들아, 저거 오로라 아냐?
비몽사몽 차에서 내려 하늘을 봤을 땐 오로라를 보면서도 오로라인지 몰랐다. 맑은 하늘에 옅은 구름이 낀 듯 아주 희미한 무언가가 보일 뿐이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구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름은 사라지거나 갑자기 나타나진 않으니까. 카메라를 통해 장노출로 촬영해보니 초록색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내 눈 앞에 있는 오로라의 존재를 카메라를 통해 확인하고 난 뒤에야 오로라의 영롱한 초록색 빛깔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을 보듯, 짧게 지나간 그 순간은 허무하면서도 강렬했다. 이걸로 버킷리스트를 지우긴 뭔가 아쉬웠지만, 어쨌든 오로라를 보는 데는 성공했다는 게 참 기뻤다.
오로라를 다 보고 차에 올라타 잠시 눈을 붙이니 숙소에 와있었다. 숙소에서도 잠깐 눈을 붙이니 일어날 시간이 되어 있었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호스텔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체크아웃을 하며 요쿨살롱으로 향했다.
요쿨살롱으로 가는 길에 있는 빙하호인 Fjallsarlon Glacier Lagoon 에 잠시 내렸다. 온 사방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서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는데, 하필 이곳에 내렸을 때 선글라스를 차에 흘려서 계속 맨눈으로 봐야 했다. 정말 눈부시던 눈.
아무도 밟지 않았던 새 눈을 찾으면 신나게 달려가 발자국을 내고 싶다. 마음은 벌써 저 멀리 눈밭 끝까지 가있는데 눈이 너무 깊어 발이 푹푹 빠진다.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눈이 신발 안으로 잔뜩 들어오기 때문에 저 멀리까지 뛰어가는 건 참기로 했다.
탁 트인 경치를 보고 있으니 한 여름에 빙수를 먹을 때처럼 속까지 시원 해지는 기분이다. 우리 차를 따라오던 다른 여행객들의 차가 경치에 잘 어울려서 잠시 배경으로 빌렸다.
요쿨살롱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빙하가 있는 곳이다. 북극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작은 얼음 덩어리들이 유유자적 떠다니고 있고 물에 비친 맑은 하늘의 빛깔은 더 없이 오묘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 밖에서 사진을 찍는데 과감하게 물속에 삼각대를 설치한 사람이 있었다. 카메라 앞에는 필터도 채워져 있던데 과연 어떤 작품을 만들어 냈을까. 나도 사진을 참 좋아하지만 저런 열정 앞에선 자동으로 입이 벌어진다.
성원이 형이 사 온 빵을 보고 나도 사려고 달려갔으나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빙하를 보면서 성원이 형이 먹던 크림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빵을 보고 달려가는 내 모습이 부끄러울 정도로 해맑다.
수면 위로 낮게 뜬 구름이 한층 운치를 더해준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천천히 흘러가는 것도 볼 수 있다. 구름이라기 보단 엉켜있는 솜뭉치 같은, 충분히 단단해 보여서 밟고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은 구름이었다.
요쿨살롱을 지나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재원이 형이 앞에 뭔가가 있다며 속도를 줄였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도로 한복판에 말떼?
아주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의기양양하게 보란 듯이 우리 바로 곁을 지나가는 말떼. 이 많은 말들을 이끄는 사람도 없었는데 이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지루할 뻔했던 도로에 뜻밖의 선물까지 내려준 이곳 아이슬란드를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마지막 숙소가 될 회픈에 도착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더없이 깨끗한 날씨였다. 호스텔에서 나와 왼쪽을 바라보면 작은 동산이 하나 있는데 다들 그 동산을 보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걸어 올라갔다. 작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모습과 노을 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해가 거의 다 질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별빛도 참 예뻤지만 조금 더 욕심이 났던 우리는 마을의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20분 정도를 달리니 불빛이 거의 없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고 차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봤을 때의 기분은 감히 글로 쓸 엄두가 안나 사진으로 대신한다.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밤, 드디어 정말 깨끗한 날씨를 만났다. 비록 오로라 지수는 1과 2 사이였지만 전날보다도 선명한 푸른빛을 볼 수 있었다. 푸른색이 눈에 확실하게 보인다. 이제야 비로소 오로라를 보고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해서 되도록 달 쪽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달빛만 숨어 주었다면 두 배 정도의 별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오로라에 빠져 손발이 꽁꽁 어는지도 몰랐던 우리는 추위에 떨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역시나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언덕을 지나치기 힘들다.
그 순간, 언덕 너머로 보이는-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스카프타펠 빙하워킹 이다. 인터스텔라 얼음 행성의 배경이었다고 하는 이곳에서 가이드와 함께 빙하 위를 걷게 된다. 가이드분께서 가끔 재미있는 농담도 던지시고 영어도 천천히 하는데 왜 이렇게 집중하기가 힘들던지. 터프하고 전문적으로 보이셨던 우리 가이드 선생님, 제 목숨을 지켜주세요!
빙하가 너무나 진한 파란색으로 보이길래 그 이유를 가이드 선생님께 질문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가이드 선생님께서 이런 나의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먼저 설명해 주셨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처럼 물분자가 파란빛을 더 많이 산란시켜서 그렇단다. 난 물리학관데...알고 있는 지식도 여행에 와서는 꺼내질 못하는구나...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약간 아쉬울 만큼 짧았던 빙하워킹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레이캬비크. 꽃청춘에 나왔던 누들스테이션에서 맛있는 국수로 저녁을 해결한 뒤, 시내를 돌아다니며 기념품점들을 돌아다녔다. 기념품점에서 인상 깊었던 기념품들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개성 넘치는 티셔츠였고 하나는 아이슬란드의 신선한 공기였다. 수많은 티셔츠 디자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날씨가 마음에 안 드세요? 그렇다면 5분만 기다리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날씨 시계가 그려진 티셔츠였다. 1주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정말 변덕스러웠던 아이슬란드의 날씨. 그런 날씨 때문에 울고 웃었던 여행이 된 것 같아서 이 표현이 아이슬란드를 참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걸 왜 파는 걸까 하면서도 괜히 사가고 싶었던 아이슬란드의 공기가 담긴 캔.
이제는 여기가 내가 처음에 도착했던, 적잖이 실망했던 그 도시가 맞나 싶다. 일주일 사이에 거리는 더 활기 있어지고 가게들도 많이 열었다. 칙칙해 보였던 집들도 왠지 모르게 밝고 명랑해 보인다. 분명 내가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뭔가 달라진 게 틀림없다. 달라진 게 레이캬비크인지 아이슬란드에 대한 나의 애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슬란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