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영 Jun 14. 2016

더블데이트

Day 9 오스트리아 - 빈(2)


쉔부른 궁전 앞에 있는 정원으로 들어가서 꽤나 오랫동안 걸으니 막다른 곳이 나왔다. 걸어온 거리를 고려하면 꽤나 큰 정원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도를 보니 내가 온 방향은 길쭉하게 생긴 정원의 모양에서 짧은 쪽, 즉 옆면 쪽이었다. 실제 정원의 크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3배는 더 컸다.  



햇빛이 쨍- 하고 드는 그런 맑은 날씨는 아니었다. 적당히 구름이 있어서 선선한 날씨. 그래서 좋았다. 햇빛 가득한 날이라면 얼마 못 가고 지쳐버려서 그늘에 앉아 있다가 힘이 빠진 채로 돌아왔을 테니. 

이따금씩 구름이 살짝 비켜주면,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온다. 유럽에 온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빨간색 단풍(?) 나무도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내 것보다 훨씬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단풍나무 앞에서 한참 동안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가장 답답하지 않은 벽


정원은 미로처럼 되어있다. 미로처럼 길이 복잡한 게 아니라 높게 솟은 초록색 벽이 미로 속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 미로 구석구석엔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부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인다.  



조금 더 가보면 언덕이 나온다.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던 탓인지 이미 나는 별생각 없이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언덕을 다 오르고 뒤를 돌아 내려다보는 순간, 더블데이트를 나온 두 쌍의 커플이 눈에 띈다. 


더블데이트


두 커플 모두 예쁜 사랑 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