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오스트리아 - 빈
동유럽 국가 중에 가장 물가가 비싸고, 탑 하나 오를 때마다 입장료가 붙는 '오스트리아 - 빈'은 계획 없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가지를 다니는 말과 마차를 보았을 때, 모차르트 복장을 한 아저씨들이 어설프게나마 공연을 보러 오라고 권유할 때,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곳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면서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빈에 오면 꼭 공연을 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입석 표를 사러 시간을 맞춰 오페라 하우스에 갔지만, 반바지를 입은 상준이의 옷차림을 지적하여 표를 살 수 없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시 숙소에 다녀오면 이미 표는 다 팔렸을 테니, 오페라는 포기하고 다른 공연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유명 공연장이 있어서 표를 구할 수 있었고,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버린 우리는 내일 가려고 했던 벨베데레 궁전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 정원에서 참 재미있고 인상 깊은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딸 : 아빠, 나 여기 올라왔어요! 나 좀 찍어줘요!
아빠 : 응~ 잠깐만 있다 찍어줄게!
아내를 예쁘게 찍어주느라 정신없는 남편과 저만치 떨어져 뾰로통한 입으로 아빠를 부르는 딸. 벤치에 앉아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딸은 분명히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할 거다. (이를 갈면서...)
벨베데레 궁전의 정원에서 나와, 무언가에 홀린 듯 이끌린 분수에서 시원하게 흩뿌려주는 물방울을 맞으면서 달궈진 몸을 식혔다. 기분이 좋아져서 분수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선명한 무지개가 떠있었다.
날이 더워서 고생한 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았던 빈에서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