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1위 책을 국내에서 출간한 1인 출판사 이야기
본 내용은 #2. 1인 출판사 설립부터 외서 판권 확보까지 내용을 정독 후 읽으시면 더욱 이해가 쉽습니다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의 한국어판 판권이 며칠 전 구청으로 걸어가 27,000원을 지불하고 1인 출판사를 만든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책은 이미 4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선정되고, 미국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0인에 이름을 올린, 세계 최고 디지털 마케터로 인정받는 게리 바이너척(Gary Vaynerchuk)의 5번째 책 <Crushing It!>이었다.
국내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와 계약을 체결했고, 이제 나에게는 책을 출간하는 일만 남았었다. 하지만 이전 글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출판사 근처에 가본 적도 없고, 출판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도 전혀 지식이 없었다.
기본 과정만 생각을 해도:
1. 영어 원고를 한국어로 번역해야 하고
2. 한국어 번역본 본문을 편집해야 하고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3.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해야 하고
4. 완성된 최종본을 책으로 인쇄해야 하고
5.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할 수 있게 배본/진열해야 하고
6. 책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한다.
책 판권 구매는 혼자서 국내 에이전시와 해외 출판사와 직접 소통을 하며 협상을 하고 계약 체결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책 출판 과정에는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아무리 한국어로 소통하고 글 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해도, 거의 20년을 미국에서 살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다 미국에서 나온 나는 책 전체를 번역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두 언어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과 번역/통역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다르고, 후자는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전문 번역가를 찾았고, 다행히도 홍보 컨설팅 및 개인 브랜딩 분야 경험이 많으신 전문 번역가가 함께 해주셨다.
전문 번역가에게 번역을 맡긴 후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번역가를 찾을 때는 내가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할 수 있으니, 이전 번역 샘플을 보며 누가 가장 번역을 잘했는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편집과 디자인은 내 개인적인 감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웠고, 인쇄와 유통은 전혀 절차를 알지 못했다. 과연 번역 후 다음 과정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동생이 책 홍보를 하는 글을 보았다. '아! 이 친구 아버지가 출판사를 운영하시지?' 생각이 나자마자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도, 편집부터 인쇄 그리고 유통까지 가는 출판 과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배우고 싶었다.
알고 보니 지수는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만났고, 25년째 책을 만들고 계시고 2016년에 '천그루숲'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시고 정말 좋은 책들을 엄청난 속도로 출간하고 계신 백광옥 대표님께 책과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 <Crushing It!>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서,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는 모습을 보고 제안을 하나 드렸다.
<Crushing It!>을 CNH북스와 천그루숲이 함께 출간하는 것은 어떨까요?
CNH북스는 책 판권을 소유하고 있고, 번역도 진행하고 저자와 직접적인 연결선을 갖고 출간 후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를 직접 받을 수 있었다. 천그루숲은 원고 편집, 표지 디자인, 인쇄, 유통 등 실제 책으로 나오기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하고 계셨기에,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들을 완벽하게 채워주실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대표님께서 제안을 받아주셨다. 나에게는 책 출간 이상의 경험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지금까지 국내 저자의 책만 출간해온 천그루숲은 첫 외국인 저자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2달이 조금 넘게 걸려 한국어 번역본이 나에게 전달됐고, 본격적인 책 만들기 작업을 시작했다. 편집 과정에서 나와 백광옥 대표님은 변역 본을 읽으며 꾸준히 고민했다:
독자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가 되어있나?
각 챕터(chapter)마다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있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 연결이 잘 되어있나?
원서에서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느낌을 한국어로도 충분히 담고 있나?
**국내 독자에게 연관성이 있는 내용인가?
나는 번역본 전체를 인쇄해서 펜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수정할 부분들을 표시하고, 최종 검토를 위해 대표님께 전달드렸다. 영어 원서와 한국어 번역본을 번갈아 읽으며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톤(tone)과 느낌이 적절하게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작업 때문에 일반적인 글 편집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대표님께서는 번역본과 나의 수정사항들을 받으시고 전체적인 편집 작업을 진행하셨다.
마지막 **표를 해둔 부분은 ("국내 독자에게 연관성이 있는 내용인가?"), 해외에서 마케팅 혹은 경제/경영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는 많은 출판인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시장도 문화도 다르다 보니, 국내에서 전혀 활성화가 안돼 있는 플랫폼 혹은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국내 독자들은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크러싱 잇!> 원서에서는 "Musical.ly"라는 플랫폼의 활용 예시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책 출간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국내에서 "Musical.ly"는 인지도가 전혀 없었고, 굳이 책에 넣어야 할지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책 판권 확보 이후 "Musical.ly"는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라는 기업에 인수됐고, "틱톡(TikTok)"이라는 앱에 흡수되며 책 번역 작업을 진행할 때 국내에서도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대중적인 플랫폼은 아니지만, 확장성을 보고 "틱톡"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3년 전부터 Musical.ly를 보고 그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그 플랫폼의 영향이 더 커질 거라 믿고, 플랫폼을 활용한 이야기들을 책에 담은 게리의 통찰력도 대단하다!)
디자인 작업 또한 전문가와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책 출간 과정에 '디자인'을 생각하면 흔히 표지만을 생각하지만, 국내에서는 내지 디자인 또한 중요하다 (미국에서 살면서 읽었던 영어 책들은 주로 텍스트만 인쇄돼있어서 내지 디자인을 잘 못 봤는데, 한국어 책들은 내지 디자인도 정말 잘 돼있다). 이번 책 출간을 통해 국내에 게리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표지에 게리의 모습이 확실히 모이고 그의 업적을 강조하는 문구로 채우기로 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전문성이 모여야 이 작업이 가능한지 배울 수 있었다. 번역, 편집, 디자인까지 완성했으니, 이제 인쇄를 하면 실제 책으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서점에 책을 유통하기 전에, 게리를 한국에 더욱 임팩트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게리를 누구와 연결하면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마존 소셜미디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게리 바이너척의 5번째 책 <Crushing It!> (크러싱 잇!)의 한국어판 출간 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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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엔터테이너 ‘에릭남’이 감수한 한국어판 출간!
“1,200만 팔로워를 사로잡은 게리 바이너척!
그의 전략과 인사이트를 드디어 한국에 소개한다!”
좋은 사람, 의미 있는 상품, 선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10명부터 1,500명 대상 강연을 약 10년간 기획/진행했고, 브랜드 콘텐츠 전략 기획 일을 합니다.
콘텐츠 기획 에이전시 CNH Studio, 출판사 CNH Books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