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로 시작해볼까.
어린 시절 잠이 덜 깨서 두 눈을 반도 못 뜬 채,
교회 연중 행사인 전교인 특별 새벽 기도회에 참석 했더니, 설교 시간에
목사님이
카더라.
지금 잠과 사투 중인 이 아이들을 새벽기도에 올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지금 당장 변화 될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 힘든 일이 생기고,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면, 본인도 기억 속에서 잊고 있었을,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가보았던 새벽 기도 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UBUD, YOGA BARN에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요가 수업을 마친 8월 31일 오전, VINYASSA YOGA 수업을 진행해 주셨던
요가 선생님이
카더라.
지금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진 발리 섬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 맑고 고요한 아침부터 모여, 바람을 느끼며, 숲 내음을 맡으며, 벌레 소리를 들으며, 햇살도 느끼며, 함께 호흡하고 요가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냐고.
감동의 끝판 왕이었던 실화 서핑 영화, ‘소울 서퍼’에서 주인공
‘베써니’가
카더라.
인생도 서핑과 같아서, 부서지는 파도에 빠지면 바로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그 이유는 파도 너머 무엇이 올지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초등학생이 되던 해부터
우리 아버지가
카더라.
10km 를 거뜬히 뛰어 낼 수 있는 체력을 가지면, 언제 어디서 무슨 문제가 생겨도 해결해 낼 수 있다고. 허벅지 튼튼하게 매일 아침 꾸준히 연습을 해서 10km 를 거뜬히 뛰어 낼 수 있는 체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글자를 쓸 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우리 엄마가
꾸준히 카더라.
모든 배움에는 나이가 없으니 꾸준히 배워야 한다고, 그리고, 매일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돌아보고, 삶을 하나씩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발리에 머무는 동안 종종 아사이 볼을 먹으러 갔었던 캐주얼 레스토랑의 벽면에 대문짝 만한 글씨로 써져 있던
글이
카더라.
"If we meant to stay in one place, we’d have roots instead of feet!
우리가 만약 한 곳에만 머물도록 만들어 졌다면 우리는 두 발 대신 뿌리를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다."
발리 곳곳을 돌아 다니는 내내, 길가에
‘TAXI’ 팻말을 가지고 서 있는 기사들, 마사지 샵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친절한 직원들이 귓등에 딱지가 않도록 카더라. “YES, Taxi?” “YES, Massage?”
절대, No로 시작하는 질문은 없다
카더라.
쳇바퀴처럼 돌아가서 지루하고, 매일 같이 사건 사고가 터져 숨이 막히는 직장 생활과, 노력해도 이해하기 힘든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어려운 관계에 지쳐 드디어 사직서를 내고, 31살 워홀 막차를 타기로 선택한 나. 달러로 환전한 용돈을 쥐어 주신
외삼촌과 외숙모가
카더라.
"나가서 힘들고 지칠 때, 꼭! 제일 재미있는 일에 쓰렴."
꾸역꾸역 이어 나가던 직장생활에 잠시 표를 찍고 선택한 호주 워홀 막차
몸과 마음과 정신의 회복을 위해 하루 하루 내려놓음의 훈련을 거듭하고 노력하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시간들이었다.
친구가 가까운 발리로 여행을 온다는 말에 떠오른
지갑 한구석에 아껴둔 외숙모의 편지와 용돈으로 제일 재미있는 일로 나를 위로하기도 결정했고
그렇게 떠난 발리는 길거리 호객행위에서도 부정이 없고,
소소하고 평범하게 시작한 아침을 아주 위대하게 감사하게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활짝 웃고 있는 발리 특유의 밝음에 나도 밝아졌고,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의 의미를 넘어서 사람 대 사람으로 친절을 베푸는 따뜻함과 살짝 과한 면이 있더라도 싫지 않은 오지랖에 곪아있던 마음에 싹이 나고 따뜻해 졌다.
그 곳에서 받은 쉼과 여유와 따뜻함을 그 회복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결정한 후에는 10km 를 거뜬히 뛰어 낼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헬스장으로 갔다.
발리에 간 후에는
빠질 수 없는 매일 아침 일정이었던 요가 원 에서 배운 호흡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복잡한 머리를 비우는 법을, 매일 기록하며 일기에 담았다.
당장 나에게 크고 대단한 변화가 생길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저, 언젠가 다시 내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복잡하게 차오르고, 마음이 많이 지쳐 있을 때, 그 때, 내가 언젠가 이렇게 나를 정화하고, 쉬고, 채우려는 노력 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큰 상처를 입었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지 않을 것만 같아도 결코 늦지 않게 다시 내 힘으로 일어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에게 찾아올 어떤 모습일지 예측할 수도 없는 다음 파도는
혹시나 더 크고, 더 매몰차더라도 예전만큼은 무방비로 넘어져서 힘들어 하지 않고,
멋지게 즐기며 타기 위해서 말이다.
다양한 모양의 나만의 ‘카더라’ 퍼즐들을 하나씩 맞춰보면서
지쳐 있던 스스로를 거뜬히 회복 시키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글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