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숟가락 Nov 13. 2023

대안학교 학생은 왜 줄어들까요?

대안적 가치의 확산과 대안학교의 위기


  현재 대안학교에서는 신입생 입학 절차를 끝내고 2024년 계획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2년 대안교육기관법이 시행되면서 대안학교는 학교가 안정되고 성장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고, 일부는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몰린 학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학교 학생 수는 왜 줄어들까요? 얼핏 학령 인구의 감소를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가 영향이 없지 않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회 변화와 대안교육의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보면서 정확한 원인을 찾고, 각 대안학교의 특성에 따라 해결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안학교는 협동, 자율, 자유, 생명, 공동체, 전인교육 등 대안적 가치를 지향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2000년대 초반 처음 대안학교가 만들어질 때는 이러한 가치를 지향하는 공동체가 많지 않아서, 학부모들이 대안학교에 모여 토론하며 학교를 꾸려 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대안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가 많아졌기 때문에, 굳이 대안학교를 가지 않고도 자신이 가진 가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적'만을 내세우던 일반학교들도 '혁신학교 운동'을 거치면서 다양한 가치를 교육과정과 수업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대안학교에서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여러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안교육 운동이 실행되면서 널리 퍼진 대안적 가치가 반대로 대안학교를 위기에 빠트린 것입니다.


공동체 가치 추구와 경영적 관점의 대립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부모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맞게 자녀가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안학교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학교 공간을 마련하고, 교육 기구들을 채우고, 교사의 인건비를 지급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학부모가 낸 학비로 모든 걸 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건물은 낡았고, 교육 기구는 부족하며, 교사의 월급은 적습니다. 입학생이라도 줄어들면 학교 재정에 타격을 주어 학비를 올리거나 교사 수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 교육 여건은 더욱 나빠져 학생을 모집하기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적 관점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교는 기업이 아니고, 특히 대안학교는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경영적 관점을 가지고 운영되기 어렵습니다. 해결책 마련을 위해 수많은 회의와 난상토론이 이어지지만 결국 '홍보를 열심히 하고, 학교 설명회 준비를 잘 하자'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대안학교가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


  그렇다면 대안학교가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대안학교 교육과정을 정교화해야 합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다음 세대에게 그것을 교육하는 것은 다릅니다. '다양성을 존중하자'라는 가치를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쉽지만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제가 어느 대안학교 공개 수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체육 수업에서 단체 줄넘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혼자 넘습니다. 모두 쉽게 넘었습니다. 다음에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넘기로 했는데, 혼자 할 때보다는 어려웠습니다. 마지막에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눈을 감고 함께 넘는 것이었는데, 모든 사람이 실패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대안학교 수업을 통해 체육 수업의 목적인 신체적 능력 향상을 넘어서 타인과 공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대안학교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다양한 아이들에게 특별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게 교육과정과 수업을 구성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예산 지원이 포함된 조례 제정이 필요합니다. 2023년 현재 대안교육기관과 관련된 16개의 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조례 제정은 대안교육기관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운영비, 인건비 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최근 예고된 '파주시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안'을 보면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학생 급식비, 교육환경 및 교사처우개선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 고무적입니다.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대안학교를 위해 각 지역에서 현실적 도움이 되는 조례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덴마크처럼 모든 아이의 학교가 교육을 할 수 있게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의 배경을 거칠게 요약하면 학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고, 한 달에 50~100만 원 정도 학비를 내고,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않고도 다양한 아이들이 자기에게 맞는 교육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덴마크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공립학교나 국가 보조로 운영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립학교들 중 하나를 마음에 드는 대로 선택해서 보낼 수 있다. 용기와 끈기가 있다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새로운 학교를 설립할 수도 있다. 덴마크에는 이런 형태의 다양한 사립학교들이 있다. 학교의 색깔은 종교적, 정치적, 교육학적 스펙트럼에 따라 모두 다르다. 진보적 성향의 학교도 있고, 보수적 성향의 엘리트 양성 학교도 있다. _<덴마크 자유교육> 중에서


  덴마크 대안학교(사립학교에 포함)의 운영비는 국가에서 대부분 보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거나 만들 수 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이상 사회가 상상 속에서는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덴마크에서는 그룬트비의 철학을 이어나가 150년 동안 노력해서 다양한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모든 아이의 학교에게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77238

매거진의 이전글 대안교육에 투자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