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이유와 대안교육
“교사인데 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요?”
공립학교 교사와 대안학교 학부모라는 정체성을 가진 제가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왜 대안교육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1시간 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간단히 대답합니다.
“아이가 지금 행복하기를 원해서요"
10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에게 한 공간에 앉아서 4~5시간을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합니다. 제 체면 때문에 딸아이가 누려야 할 현재의 행복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냅니다. 1990년대 후반 전일제 대안학교가 처음 생긴 이후 전국에 수많은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2022년 8,000여 명의 학생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안교육은 1960년대 무교육주의 운동, 1970년대 자율학교 운동, 1980년대 민주교육운동이 이어지면서 1990년대 출현했습니다. 즉 30년 동안 교육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들이 축적되고, 공교육 체계 내에서 실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현한 실천적 모델입니다. 대안학교는 협동, 자율, 자유, 생명, 공동체, 전인교육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각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기간의 대안교육 성과는 공교육을 개혁하고 혁신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공교육과 다른 미래지향적, 민주적 교육을 실현해 온 대안교육에 대해 교육 당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참여정부는 2006년부터 새로운 학습환경과 체험적 교육기회 확대 및 학교부적응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안학교 법제화를 추진했습니다.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대안학교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대안학교 설립 운영규정을 제정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학업중단학생의 교육지원사업'으로 정책 명칭을 변경하고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을 유지했습니다.
대안교육기관법과 차등 지원 정책
2022년 대안교육에 중요한 변화가 생깁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대안교육기관이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여러 대안학교들은 법률 제정을 환영하며 200여 개의 기관이 등록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등록하지 못한 기관도 있었습니다. 학교 구성원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거나 등록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등록 기관과 미등록 기관이 생기게 됐는데, 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지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등록기관만 지원하거나, 미등록 기관은 지원금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 저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로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은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대안교육기관법 제1조는 “이 법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대안교육기관의 등록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며 법률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등록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록 여부보다 교육받을 권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헌법 31조에 명시된 교육받을 권리는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둘째, 교육 정책의 변화는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대안교육기관과 관련된 교육 정책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관련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토론회,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민주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듭니다. 예를 들어 2010년 교과부가 사업 명칭을 ‘학업중단학생 교육지원 사업'으로 변경하고 이전과 다른 평가 기준(공교육으로 복귀 실적 등)을 적용하고, 대안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추진하자, 대안교육연대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2013년부터 지원금 반환 운동을 하였습니다. 10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정책 변경 과정이 민주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새로운 대안교육 기관이 만들어지기 어려워집니다.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새터민을 위한 대안학교, 다문화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등 공교육에서 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대안교육기관이 만들어져 왔고, 지금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안학교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소수자를 위한 교육기관은 꼭 필요하고 그 역할의 일부분을 대안교육기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대안교육기관만 지원할 경우 다양한 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학교가 생기고 성장할 수 없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대안교육기관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새로운 대안교육을 꿈꾸는 학생, 교사, 학부모를 위한 교육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안교육에 투자하세요
앞서 말한 자녀의 행복을 위해 대안학교를 다니는 개인적 이유 외에도 대안교육을 선택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미래교육을 위한 투자입니다.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데, 공교육 체계 내에서는 교사로 있으면서 그러한 시도가 국가교육과정, 평가 등의 한계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학교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다양한 학교가 자유롭게 설립되는 것이 멈춰져서는 안 되고,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늘어나야 합니다.
16세기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사회를 “하루 6시간 일하고, 8시간 이상 잠을 자고, 여가 시간에는 강좌를 듣거나 독서를 하는 사회”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지만 500년이 지난 지금, 그가 꿈꾼 사회와 비슷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이상을 지향하는 공동체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계속되어야 오래 걸리더라도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위 글은 오마이뉴스 기사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omn.kr/24e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