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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Mar 20. 2023

배움분과장을 그만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숟가락입니다.

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배움분과장을 약속했는데 지킬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학교 공동체나 저 개인적으로도 영향이 있는 일이기에 과정과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배움분과 계획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2023년에는 학부모-학교 성장 프로그램으로 ‘아이와 개울’을 2달에 한 번 실시하고, 대안교육 공부모임을 활성화해 배움과 관련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배움분과 계획에 대해 2월 초 운영위에서 2시간 동안 논의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전통적으로 이루어진 ‘아이와 강’, ‘민들레 모임’과 제가 하고자 했던 ‘아이와 개울’, ‘대안교육 공부모임’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배움분과에 대한 개인적 소회’라는 글에서 제 생각을 밝혔습니다.


이후 다양한 의견을 곱씹으면서 구성원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와 개울을 고집하지 않고 학부모회에서 진행하는 전체회의 주제와 연관해서 구성원 생각을 함께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와 강을 진행하고 싶다는 배움분과원이 있어 함께 진행할 새로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3월 15일 있었던 운영위에서 이러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말들이 있었습니다. 신편입생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아서 아쉽다, 배움분과에서 할 일을 학부모회에 떠 넘기는 것 같다, 대안교육 공부모임의 상이 명확하지 않다 등 제 생각과 다른 의견과 평가가 많았습니다. 논쟁 중 생각의 차이가 생긴 이유에 대해 파악했습니다.


“우리 학교 배움분과는 구성원들이 배워야 하는 가치에 대해 교육하고, 그것을 토대로 ‘아이와 강’이라는 대중 강연을 열어왔다”


이 말을 통해 그동안 배움분과는 ‘교육’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분과에서 하고 싶은 일은 ‘배움’에 있기에 생각의 간극이 벌어진 것입니다. ‘교육’과 ‘배움’은 비슷한 단어 같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교육은 교수 행위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바탕으로 하는 반면 배움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교육은 교수자가 중심에 있고 배움은 학습자가 중심에 있습니다.


‘아이와 강’은 교육의 의미를 더 가지고 있고, ‘아이와 개울’은 배움에 닿아있습니다. 저는 우리 학교의 가치를 구성원에게 가르치지 않고, 함께 만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해 학생, 교사, 학부모의 생각을 묻고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하던 대로 해볼까도 고려해 봤지만, 정체성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에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교사로 18년 동안 살면서 교육에서 시작해서 배움의 철학을 만들어갔습니다. 신념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잠시 멈추지만 우리 학교의 배움이 멈춰서는 안 됩니다. 철학과 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다른 구성원이 계속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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