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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Feb 09. 2023

배움분과에 대한 개인적 소회

  1년 동안 배움분과와 운영위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듣고 성찰해야 할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배움분과가 배움보다는 의견을 듣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다’

‘의견을 묻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고 폭력적이다’

‘배움분과에서 안건을 너무 광범위하게 알려준 듯하다. 정확히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배움의 부재가 느껴지고 주제가 이슈될 때마다 걸림이 있는 것 같다.’

‘너무 분과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아이와 강, 민들레 모임을 원상 복귀하는데 배움분과가 힘써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러한 평가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제가 말하고 행동한 것들이 15년 동안 학교가 만들고 유지해 온 체계를 이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해를 좀 풀자면, 저는 수원칠보산자유학교가 만들어 온 것들을 존중합니다. 다만 새로운 것이 더해지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변화를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기존의 것을 잘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더하면 좋은데, 제가 그럴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못해 제가 생각한 것을 먼저 실행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 첨부된 2023년 배움분과 계획을 보시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것이 맞습니다. 사실 제가 세운 계획은 1년이 아닌 장기적 관점으로 구성했고, 배움분과만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해야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가 꾸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아이와 개울에서 함께 이야기 나눈 주제 중에 관심사가 같은 사람끼리 대안교육 공부모임을 스스로 만들고, 공부한 내용이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과 수업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학교에 모인 근본 목적은 좋은 가치를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하는 데 있기 때문에 학교 활동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 생명 등을 실현하는 방법인 교육과정, 수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획서 말미에 둘러서 표현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배움분과장이라는 타이틀을 수단으로 가지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과장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 ’배움분과가 그동안 해왔던 공적인 일은 하지 않느냐’라는 비판이 있는 것입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이 학교 공동체를 해치는 일이라면 멈춰야 합니다. 철학과 목적에 대한 문제제기라면 받아들이고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적은 과정, 방법의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대안교육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목적인 아이와 강은 제가 만든 아이와 개울과 목적이 같습니다. 그러나 방법과 형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해왔던 공적인 일은 다른 분이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아이와 강, 아이와 개울 둘 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이해하고 마을연대분과장님께서 ‘아이와 강’을 진행하겠다고 해서 감사합니다. 물론 ‘아이와 강’의 성격과 방향에 대해서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제가 하지 못하는 다른 일들도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배움을 함께 할 수많은 배움지기가 출현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는 ‘이상’이 좋은 말이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말한 사람의 의도는 현실을 모르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정신 나간 돈키호테’ 같은 정도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돈키호테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행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돈키호테를 옆에서 지킨 산초가 그에게 배운 이상을 실현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현실에 맞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하지 않은 것보다 의미가 있다고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생각을 실천하는 것을 인생 목적으로 하고, 수원칠보산자유학교 구성원일 때도 삶의 목표를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개인적 사정으로 총회에 참석하지 못해 그때 할 이야기를 글로 적었습니다. 총회에서 우리 학교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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