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새롭게 보기

by 숟가락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부모는 학창 시절 느꼈던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결정하는 사람이 바로 교사라는 사실이다. 부모는 선생을 불신하면서도 갓 초등학생이 된, 희망에 가득 찬 아이들을 학교에 맡긴다. 그러니까 교사들에게 맡긴다. 이제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바로 그 교사들을 거쳐 흘러간다. 아이가 받아오는 모든 도장, 성적, 평가 등을 비롯해 아이에 대한 판단, 칭찬과 특히 비판 등 모든 것이 교사의 입이나 손에서 비롯된다. 내 아이가 평균보다 느리다고? 교사가 그렇게 주장했다. 내 아이가 집단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고? 교사가 그렇게…, 내 아이의 사회적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교사가… 그러다 엄청난 재앙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모가 그렇게도 바라던 학교에 자녀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부모가 바라는 학력을 자녀가 얻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것도 부모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교사들 때문에

이데마리 브로셰가 쓴 『교사가 알아야 할 학부모 마음, 학부모가 알아야 할 교사 마음』 중 일부분이다. 이 내용을 부모가 되기 전 교사의 마음으로 읽었다면 ‘학생이 못한 걸 왜 교사 탓을 하지?’라고 생각하며 억울해했을 것이다. 9살 아이의 부모가 된 현재 학부모의 마음으로 읽으니 이해가 된다. 딸이 받아 온 선생님의 평가 중 ‘이해가 빠르지는 않지만’이라는 구절만 마음에 콕 박혀서 아팠다. 교사인 내가 보호자에게 무심코 한 말을 떠올렸다. 교사들은 주로 문제 행동을 보인 학생의 보호자에게 잘못을 전달하고 행동 수정을 부탁한다. 부모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나도 그랬다.

교사도 학부모를 만나면 불안하고 두렵다. 학생이 집에 가서 교사에 관해 전한 말들, 학교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들, 교육청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학부모를 만날 때 교사들은 방어적으로 변한다. 아이를 매개로만 하여 대화 주제를 한정하고, 풍부한 대화는 되도록 피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들도 그럴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마주한 학부모자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부모는 부모라는 글자에 학교라는 의미인 배울 ‘學’자를 덧붙였을 뿐이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것 같지만 학부모는 자식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 같다. 이러한 관점은 2010년 한국방송공사에서 만든 공익광고(공익광고협의회/부모의 모습 편)에도 투영되어 있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위 광고 문구는 내용 자체는 좋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혼나는 느낌이 든다. 부모가 자녀를 교육 기관에 보내 학부모가 되었을 뿐인데 비난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과거의 학교도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라고 여기기보다 동원의 대상, 계몽의 대상, 교육 소비자 등으로 바라봤다. 개학식, 체육대회, 졸업식 등 학교 큰 행사가 있을 때만 불려 다녔고, 자녀 교육만 신경 쓰고 학교 교육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교육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자치 프로그램은 주변에만 머물렀다. 학부모회는 학부모끼리 모여 취미를 공유하고, 시험감독 같은 봉사 활동이나 외부 활동 참여에 그쳤다.

학교 교육의 목적이 학생의 성장이라고 할 때 학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고, 아이의 미래를 함께할 사람이다. 학교와 교사는 1~6년 동안 학생과 만나서 교육을 실시하지만, 학부모는 20여 년의 시간 동안 아이의 성장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학교구성원인 학생, 교직원과 인원을 비교할 때 학부모가 가장 많다. 학부모는 학생의 성장에서 중요한 존재이고 학교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동안 교육 담론에서는 무시되거나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다.


학부모는 학생의 원천교육자로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부모는 민법에 친권을 행사하는 자이고, 교육기본법에는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가지는 존재로 규정되었다. 학부모의 교육권은 자유롭게 자녀 교육을 형성할 권리, 교육의 목표와 수단을 결정할 권리, 형성하고 결정한 대로 이행할 권리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와 교육자는 부모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교육을 실행한다. 학부모와 교사는 학생의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의 통찰과 경험을 공유하고 교육의 동반자로 관계를 새롭게 형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부모는 시민의 자격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한다.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는 공공적 성격을 띤다. 미래의 시민을 길러내는 중요한 일을 교직원과 같이하는 공동체적 활동이다. 교직원은 학생의 부모가 아닌 교육 시민에게 학교를 개방한다고 여기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여 함께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는 자녀의 부모만이 아니라 스스로 교육주체로 인식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학교 교육을 바라보면 좋다. 학교의 중요 의사 결정에 학부모가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