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치로 연결되다

by 숟가락

2019년은 ‘학교자치의 해’라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전라북도, 광주광역시, 경기도에서 차례로 학교자치와 관련한 조례를 발표하고, 조례에 따라 단위학교에서 기존에 있던 학생회, 학부모회에 교직원회를 더해 학교자치기구가 구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법과 제도가 바탕을 이루면서 학교마다 학교자치가 이루어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학교에서는 꿈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공문의 원활한 처리와 완벽한 보고를 목표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교자치를 실행할 뿐이었습니다. 물론 이 결론은 제가 듣고 경험한 학교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와 자치를 지지하는 법과 제도가 완벽히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완성되었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와 자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었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와 자치는 달라집니다. 학교는 매년 구성원이 바뀌기 때문에 계속 민주주의와 자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잘 되었다고 내년에도 잘 될 거라 확신할 수 없고, 한 번 실패했다고 다음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사람을 믿으면 공동체는 형성됩니다.


학교구성원이 바라는 자치는 무엇일까? 자치가 일상이 되면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자치가 이루어지면 무엇이 좋지? 학교자치에 대한 고민 하면서 이런 질문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학교자치가 이루어지면 먼저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3주체 무리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살아납니다. 학생들이 아니라 1, 2, 3학년 학생들. 1학년 5반 학생들, 1학년 5반 15번 학생. 학부모가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보호자. 교직원이 아니라 청소노동자, 급식노동자, 행정직원, 교사 등 학교 속에 감춰져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복원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학교구성원의 관계도 좋아지겠죠. 학교자치의 목적은 구성원들이 자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징역살이에서 터득한 인간학이 있다면 모든 사람을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는 것입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유심히 봅니다. 그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을 최고의 ‘독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에 나누어서라도 가능하면 끝까지 다 듣습니다.


위의 신영복 선생님의 말(신영복, 『담론』)처럼 학교에 하루하루 새로운 주인공이 출현하면 좋겠습니다. 1교시 주인공, 역사 시간 주인공, 체육대회 주인공, 축제 주인공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길 원합니다. 이제까지 제가 말한 민주주의와 자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궁금해하고 한 사람의 이야기에 감응하며 모두에게 맞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학교자치를 꿈꿉니다. 이 글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학교에서 자치의 쟁점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