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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윤 Jul 16. 2023

낮아질 때 이겨낼 수 있는 낯선 스트레스

압박감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 프로젝트

최근, 신차를 인수했다.


부모님께 받아 지금까지 몰던 2003년식 그랜저 XG를 폐차하고 2023년식 신차를 몰게 된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자동차를 하나하나 배워가며 서툴게 몰았으며, 운전하는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3일의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도 내 안에 불편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와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문득 이러한 감정이 어쩌다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졌다. 해서 낯선 상황을 맞이했던 지난날을 기억해 보았다.


첫 입사한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에 다닐 때였다. 직장에 출근하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처음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후 어색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그동안 꿈꿔왔던 새로운 마케팅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이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낯선 상황을 쉽게 적응하고 이겨낸 것 같다.


첫 회사를 출근했을 때에 나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힘들어하기보단 새롭게 무언가는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재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이전의 나라면 낯선 스트레스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흥미로 쉽게 치환해서 이겨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산 새 차에서는 그 방식이 적용되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작년에 이직한 새로운 회사의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아무리 10년 가까이 일을 했어도 이직해서 새로운 직장을 가게 되면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간다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 상사의 기대에 충족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치열하게 업종을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새로운 업무를 한다는 흥미보다는 작년 내내 적응하는 데 긴 시간을 소요했을 정도로 이질감의 감정을 동일하게 느꼈음을 감지했다. 생각보다 이 감정은 오래전부터 발현된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모든 새로운 것에 낯선 스트레스가 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작년 11월에 선물처럼 다가온 아들과의 관계에서는 이러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매일 아이가 커감에 따라 기존의 육아 스킬만을 가지고는 아이를 달랠 수 없다. 매일이 새롭고 낯선 상황의 반복이지만, 그 과정이 스트레스이거나 이질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차이가 무엇일까?


원인을 분석하다 보니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내가 이직한 직장에서 적응했을 때와 육아에서는 딱 하나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들보다 더 잘해야지"라는 압박감이 존재하는가의 차이였다. 이직한 직장에서도 그동안 해온 경력이 있는데 남들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부담감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발현되는 흥미가 발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슬프게도 말이다.


나에게 있어 낯선 스트레스는
"타인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찾아왔던 것이다.

심리적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그 답을 찾게 되었다. 낮아짐.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낮아져야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직장을 다니던 나도 신입이기에 타인보다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직장 선배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낮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신차를 샀을 때의 나의 감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너드라이버로 운전한 지 4년도 안되었으면서 내 딴에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된 것처럼 내가 높아져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다시금 차알못처럼 낮아지는 상황이 되니 마음 한편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섰던 것이다. 해서 이전에 하던 방식이 편하고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에 불편하고 이질적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크나큰 고정관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가지를 오래 하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다. 오랫동안 경험하기에 남들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익숙하게 활용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10년을 넘게 볼링을 했지만, 평균이 100을 넘기다 말다 하는 내 볼링 실력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귀한 경험을 끝으로 매사에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타인보다 잘해야지가 아닌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신입의 자세로 다가가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낮아지면 그만큼 올라갈 길이 많아짐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인사이트를 주었길 고대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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