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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윤 Jul 23. 2023

뜨겁거나 차갑거나,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이유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

나는 뭐든 마실 때 뜨겁거나
차갑거나 한 게 좋아.
미지근한 것은 별로!

아내가 커피를 마실 때 자주 하던 이야기다. 아주 뜨거운 커피 아니면 정말 차가운 커피와 같이 확실한 온도가 좋다는 의미이다. 미지근한 것은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리기 어렵다는 논리였으며, 그것은 단순히 기호식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중간하게 머물러 있기보다는 열정적으로 참여하자는 것이 그녀의 모토이자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공감이 된다. 나도 비슷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군대 전역 이후의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그 시절에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기에 절박했고, 그러한 마음이 열정으로 나타나며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그중 국토대장정을 떠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의 나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려 처절히 노력했었다. 그 당시만큼 뜨거웠던 적은 손에 꼽으며, 그 기억이 자양분의 되어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1년 여름, 18박 19일 동안 경남 사천에서 서울 시청까지 약 480km의 거리를 걸었다. 당시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2011 대한민국 희망원정대"였으며, 전국의 대학생 중 총 96명만 선발해서 진행했다. 당시 선배의 추천으로 지원했으며, 운 좋게 선발되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작할 땐 자신감이 넘쳤다. 당시 군대를 전역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기에 호기로웠고, 생각보다 초반엔 걸을만했다. 그래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 당차게 선발대로 나가 기수를 자처한 적도 있었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행군은 하루만 하는 것이 아니었고, 18박 19일 동안 대미지는 차곡차곡 적립되었다. 그리고 중간에 사건이 터지게 된다.


충북 보은군에 피반령이란 고개가 있다. 요즘은 라이더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으로 풍경이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고등학교 시절 한국지리 점수가 '미'였던 나로선 특정 지역을 외우는 것은 손에 꼽히는 경험 중 하나다.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에서 나의 호기로움이 절망스러움으로 바뀐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평상시 같은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초등학교에 세팅한 텐트를 정리하고, 아침밥을 먹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7시에 출발해서 1시간 걷고 10분간 휴식하며 여느 날과 같이 국토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오르막길이 많았으며,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국토대장정 중반이라 처질 것을 염려한 진행팀이 다독이며 올라갔고, 정상에 올라가는 순간 긴장감이 탁 풀렸다. 그리고 내 다리도 같이 풀렸는지, 내리막길을 걸어가면서 계속 무릎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옥과 같은 매일이 반복되었다. 무릎이 안 아픈 날이 없었고, 매일 압박붕대로 다리를 봉인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세가 무너지자 물집이 이곳저곳 생겨났고, 매일 저녁 의료 텐트를 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것이 아까웠고, 함께 걸은 전우(?)들이 있기에 혼자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새벽,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했다. 의료 텐트로 가서 그날 걷기 위한 준비를 미리미리 했으며, 의료진의 권고를 적극 반영하여 압박붕대도 풀고 최대한 스트레칭을 하면서 준비해 걸어갔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열정적으로 참아내고 묵묵히 걸은 결과, 서울 시청에 당당히 입성할 수 있었다.


이날의 기억은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뜨거운 열정이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것이 모토가 되었으며, 그 결과 비슷한 사람과 결혼해 뜨거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늘 뜨거울 것 같던 나의 삶에 차가운 시련이 찾아오게 된다. 피반령의 고개에서처럼 말이다.



2022년은 유독 차가웠던 나날이었다. 마케팅 대행사 생활이 아닌 내가 속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호기롭게 회사를 퇴사했다. 하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다. 구직활동을 6개월간 했으며, 그 구직 활동 중에 아내는 임신한 몸으로 힘겹게 출근했다. 나는 매일이 절박했다. 그러다 운 좋게 핀테크 스타트업 회사로 취업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적응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11월 겨울, 선물 같은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 두 부부는 인생 첫 엄마 아빠가 되어 매일의 낯선 하루에 지쳐만 갔다. 육퇴 이후 매일 티비를 보며 야식을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TV의 삶과 우리의 삶이 비교되어 우울한 나날이 계속 이어졌다.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 나는 절실한 마음으로 다른 활동을 찾아보던 도중 글쓰기 커뮤니티를 발견하게 된다.


2023년 3월, 오글클이란 글쓰기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된다. 입으로만 글을 써야지를 되풀이하던 내가 직접 창작하는 경험을 한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매주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매주 한 개의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끼며, 2011년 여름의 뜨거웠던 열정이 다시금 생겨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글쓰기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쓴 글을 모아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서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오픈애즈 인사이터, EO의 오늘 많이 본 아티클 1위에 선정되는 등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차가웠던 나의 마음에 다시금 열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다시금 뜨거워진 나는 아내에게도 같이 글쓰기를 하자고 설득했다. 아내 역시 글쓰기를 통해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이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매주 새로운 인사이트가 담긴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뜨거웠다가 차가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좌절하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 뜨거웠던 나날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가움에 늪에 빠져 우울감에 빠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걸 계속 되뇔수록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살아가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선택을 미루거나 회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경험하고 다시금 치열히 준비해서 나아간다면 또 다른 성공의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토대장정을 할 때도 2023년도 글쓰기 커뮤니티에 참여할 때도 나는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매일 뜨거울 것 같던 열정이 차갑게 식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나의 선택으로 계속할지도 포기할 수도 있는 선택의 기로는 어김없이 찾아오게 된다.


고민이 된다면 다시금 뜨거움으로 극복했던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그것이 용기가 되어 눈앞의 문제만을 바라보던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차갑다고 느낀다면, 당신의 뜨거웠던 나날을 끄집어 계속 걸어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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