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방식으로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한 3가지 사례
축구를 좋아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축구 경기를 눈으로 보는 것을 즐긴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와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축구 경기 중에서도 특히 A매치를 종종 챙겨본다. 그 중에서도 내가 최애하는 선수 중에는 기성용 선수가 있다. 그가 한 말 중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있다.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던가"
당시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무승부(0:0)로 끝난 일이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일부 대중은 기성용 선수의 SNS(싸이월드)에 욕설과 비난을 남겼고, 화가 난 그는 자신의 싸이월드에 위와 같은 말은 남겼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로 인해 본인이 가장 아쉬움이 많을 텐데 대중마저 냉담하니 답답해서 쓴 글일 것이다. 덕분에 미래의 우린 여러 밈으로 활용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나에겐 마냥 웃프게만 다가오지 않았다. 우리는 살다가 보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갑자스럽게 문제에 봉착한다. 내가 해결하기보다는 이름 모를 히어로가 찾아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해결해 주면 좋겠지만, 보통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슬프게도 내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홀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성용 선수의 말은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하는 말로는 최고의 워딩이다. 문제는 푸는 과정에서 결과가 어떠하든지 타인의 시선이 어떠하든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게 만드는 극강의 까방권과도 같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가 움직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관련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해결한 3가지 예시를 통해 나는 공통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았고, 그것을 간단하게 나누고자 한다.
: 한국 엔터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창업한 타일러
나는 비정상회담 때부터 타일러란 사람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외국인이라 그런지 한국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주는 이야기 할 때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잘 챙겨보는 편이고, 거기서 받은 영감으로 최근에 글도 작성했었다.
EO 유튜브에 타일러가 출현한 사고실험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앞서 내가 서론에 언급한 내용과 유사한 주장을 그도 이야기한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타인이 나의 인생을 완벽하게 챙겨줄 수는 없다. 남이 내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 없다면, 내가 그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 역시 의도하지 않게 문제를 봉착하게 된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엔터사업에 몸을 담고 있을 때 일이다. 미국과는 다르게 한국은 매니지먼트의 힘이 강하다. 아티스트의 시장에서의 평가를 투명하게 공유받기 힘들고, 회사의 정리된 입장에 수용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싫었다고 한다.
해서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티스트 섭외를 매니저를 통하는 방식이 아닌 온라인으로 편하게 만들었다. 구글 시트에 아티스트가 알아야 할 필수 질문을 만들었고, 섭외하는 입장에서도 사전 정보를 명확하게 안내하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섭외정보는 데이터가 되어 아티스트는 시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고, 거기에 반응해 새로운 업무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본인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화하고 법인을 만들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문제를 누군가가 해결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설을 세우고 도전해서 답을 찾은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발 누군가가 투명하게 운영하는 회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만 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도움을 주는 회사를 만들었고, 그렇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되었다.
결론은 내가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을 잘 아는 내가 움직여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 문제에 대해 가장 전문가는 나이고, 가설을 세우고 도전하고 안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인사이트가 될 수 있다. 직접 행동하되 그것은 하나의 실험이니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좋은 도전이 될 수 있다.
: 일본축구의 흥행을 만든 Japan's way
A매치 참여 국가 중 최근 가장 핫한 팀은 일본이다. 독일과의 친선 경기에서는 4:1로 일본의 완승을 기록했으며, 터키를 상대로는 4:2로 승리했다. 그 결과, 친선경기한 두 나라의 감독이 경질되면서 상대팀 감독 킬러(?)가 된 일본의 우수한 경기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은 자신만의 축구 스타일로 월드컵 1위 하는 축구강국이 되고 싶었다. 해서 2005년에 Japan's way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해당 프로젝트의 목표는 2050년까지 축구인구 1,000만 명 확보와 월드컵 우승으로 했다. 단순히 월드컵 우승이란 목표가 아니라 자국의 축구 인프라 구축을 우선시한 것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명확한 비전을 만들었다. 포지션별로 일본 축구가 이상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키워야 하는 약량 목표, 플레이 스타일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고 그 내용대로 육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만 축구인구 확보를 위해 유스팀을 잘 운영하는 팀에 인재를 스카우트해 자국 코치를 먼저 키웠다. 이후 시동기(5~8세), 성장기(9~12세), 도전기(13~17세), 성숙기(18~21세) 등 연령대별 훈련법을 만들어 축구의 뿌리부터 강화하는 투자를 진행했다.
그리고 해당 문서를 누구나 다운로드하고 확인할 수 있게 공개했다. 타국이 해당 문서를 보고 파악해서 이겨낼 방법을 연구해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일 수 도 있다. 45년이란 긴 세월을 투자해 하나의 팀을 만들었고, 그것이 2023년에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해결은 단기전으로만 끝날 수 없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인생의 반을 투자해야지만 이루어지는 것도 있다. 당장 벗어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부분을 바라보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된 문서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론화하면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에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
: 백종원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가게가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같은 공간에서 그 명성을 유지하는 곳은 많지 않다. 백종원이란 스타가 홍보하고 솔루션을 제시해 사람들의 많은 방문을 이루어냈지만, 한 가지 부분은 그도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바로 임대료 문제이다.
대부분의 장사는 장소를 임대해서 운영하게 된다. 방송을 통해 인기가 생긴 가게에게 건물주들은 높은 임대료를 요구받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고, 그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을 알아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가게가 사업을 접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백종원 대표의 고향은 예산이다.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언젠가 추억의 공간을 가보니 대부분 임대 표시를 붙인 곳이 대부분인 것을 보게 되었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회사와 함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가 한 일은 많은 상가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변인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백종원이 산 곳의 임대료가 시장가격을 주로 형성하면 다른 가게도 임의로 크게 올리는 것에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조용히 준비하지 않았다. 유튜브나 MBC특집 다큐에도 참여해 대대적으로 해당 소식을 알렸다. 내부적으로 해당 방법을 누가 따라 하면 어떠냐는 걱정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괜찮으며 이것은 순기능이 되어 결국에는 전 지역이 활성화되는 좋은 영향력을 줄 거란 의견이다.
나에게 봉착한 문제는 나 혼자서 움직인다고 해결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골목식당의 솔루션으로 가게를 못 살리게 되자, 특정 지역 활성화를 위대 상가를 대대적으로 구매하는 모습처럼. 아예 생태계를 바꿀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보다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될 수 있다.
위의 3가지 케이스처럼 나도 이러한 비슷한 과정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의 일상은 반복적이고 무미건조하게 변하였다. 이 문제를 겪어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해결하겠지”란 생각으로 버티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근원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고, 저번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부부는 글쓰기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부부가 공통의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큰 긍정적인 영향력을 준다. 서로의 글을 보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좋다. 또한, 서로가 같은 문제를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게 되어 상대방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더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좋다.
비록 1년도 안된 변화이지만, 이 변화는 우리 부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만 알고 있기엔 뭔가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 커뮤니티에 대한 부재에 큰 상실감을 느낀다. 아이를 낳아야지 보이거나 알게 되는 것이 많으며, 그것을 공유하고 함께 소통할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
우리 부부가 글쓰기 커뮤니티를 통해 공통의 취미를 얻고 위기를 이겨낸 것처럼 부부가 같이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부부만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커뮤니티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생길지는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이것이 만들어진다면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