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겨울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콧잔등과 귓볼이 시린 차가운 겨울바람을 먼저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방안의 찬 공기를 피해 두꺼운 이불속 따스한 온기를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미드 왕좌의 게임의 명대사로 기억되는 말 중 하나인 "Winter is Coming"이 기억될 수도 있다. 이 대사는 평화로운 대륙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말로 이 드라마에서는 고난으로 해석했다. 악몽과도 같은 적의 공격이 다가올 것을 예고하며,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라는 뜻에서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겨울이라고 하면 어떠한 역경이나 고난에 마주치는 것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준비하거나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단어로 해석된다. 그러나 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겨울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이야기이다. 연말이 되면 내년을 준비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한다. 건강한 몸을 위해 헬스장에 등록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강의를 수강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매년 겨울이 오는 것이 즐겁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 매년 찾아온다는 것은 “계획중독자”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방금 발언은 너무 파워풀할 수 있으나 어쩌겠는가? 태생이 그러하니 감당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이번 해에도 지키지 못할 계획 수립을 위한 빌드업은 아니다.)
그래서 2024년 봄을 고대하며 이번 겨울에는 이것을 꼭 준비해보고자 한다.
계획중독자인 내가 올해 딱 하나 성공한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2023년 3월 오글클 2기에 참여한 이후로 지금까지 총 약 30여 개의 글을 작성했다. 처음에는 노션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다음에는 브런치 스토리로 넘어갔다. 그리고 현재는 이오플래닛이나 오픈애즈에도 글을 종종 기고하고 있다.
그러나 8개월 가까이 글쓰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오글클과 같이 강제적으로 글 쓰는 환경에 내 몸을 맡기지 않으면 다음 글이 생성되지가 않았다. 5주간의 불꽃같은 활동이 끝나면 그 이후에는 고슴도치가 겨울잠을 자듯 긴 휴식 기간을 갖게 된다.
또한, 글을 쓰는 주제도 중구난방이다. 처음에는 브랜드와 마케팅 관련 글을 쓰다가 요즘은 에세이 위주로 쓰고 있다. 브런치 스토리의 매거진으로 엮어보려고 해도 워낙 다방면의 주제를 다루다 보니 하나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다음의 목표를 수립하고자 한다.
매일 저녁에 의무적으로 책상에 30분 동안 앉아서 글을 쓰겠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나오는 루틴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그는 글쓰기를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하루에 원고지 20매씩 규칙적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글을 써야 한다. 그런데 한 번에 다 쓰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조금씩 작성해야 긴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내년부터는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이 루틴을 적용해보고자 한다. 매주 1개 이상의 포스팅이 쌓일 수 있도록 매일 30분씩 글을 쓰는 훈련을 하고자 한다.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당시 그는 매번 음반을 내는 것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음반이 망할 것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매월 1곡이상 정기적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 곡이 성공하면서 예전 곡들도 찾아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하게 되었다. 올해는 잠시 쉬고 있지만, 그 효과로 14년간 꾸준히 활동하면서 "월간 윤종신"이라는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나도 매월 한 가지 브랜드를 정하고 그것을 알아보고 정리한 글을 콘텐츠화하여 꾸준히 만드는 훈련을 하고자 한다. 기존의 중구난방이던 글쓰기 주제에 한 가지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그는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기 위해 이와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 그것은 자신이 쓴 글을 영어로 다시 써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휘나 표현의 수가 줄어들게 되지만, 제한된 단어를 효과적으로 조합하면 제법 멋진 문장이 나오면서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괜히 어려운 말을 쓰지도 않아도 남들이 놀랄 만한 아름다운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이다. 나도 내가 쓰는 글을 완성하면 퇴고의 과정으로 영어로 한번 문장을 다시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이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어에 대한 어려움도 다소 이겨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에게 겨울은 찾아온다. 그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 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매년 겨울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 더 발전할 내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내년 연말에 내가 어떠한 계획을 세울지 기대하면서.. 나 자신에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