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텍스트 기반의 SNS 앱을 출시하는 이유
메타가 트위터 같은 SNS를 만든다고?
최근 뉴스레터를 보다가 재미난 기사를 발견했다. 연합뉴스에 올라온 기사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서 “텍스트 기반의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출시한다는 소식이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텍스트 기반 SNS는 트위터다. 그러나 최근 트위터의 균열(일론 머스크의 과감한 정책 변화로 인한 광고 수익 급감)이 발생했고, 그 틈을 메타가 비집고 들어가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름부터가 메타버스에서 따온 메타는 신사업인 메타버스와 AI라는 돈이 많이 드는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아닌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했다. 메타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이미지 중심 인스타그램과 텍스트 중심 트위터의 강점을 섞은 새로운 SNS"를 만드는 것에서 답을 찾는 듯하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텍스트 기반의 SNS가 인기인 것인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것도 그렇고 트위터가 부진하자 메타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궁금해졌다. 내용을 알아보다 보니 3가지 정도의 인사이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가 처음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싸이월드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페이스북에게 그 인기가 넘어갔으며, 현재는 인스타그램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SNS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소셜미디어에서 한 브랜드가 계속 사랑받기는 쉽지 않다. 기업도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를 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만인에게 사랑받는 SNS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간 이유는 "업로드할 때 힘주고 제작해야 하는 것"을 뽑을 수 있다. 페이스북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자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지자체 등 다양한 참가자가 등판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했다.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다년간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면 페이스북 콘텐츠를 제작할 땐 정성이 필요하다. 예쁜 이미지도 툴에 맞춰 제작해야 하며, 멘션도 트렌드에 맞추면서도 채널마다의 색을 느낄 수 있게 차별화해서 써야 한다. 소셜미디어 특성상 너무 진지하고 무거우면 부담스러운 법. 마치 늘 진지하게 이성을 대하다 인기 없던 나의 지난날이 떠오르는 페이스북은 그렇게 인싸의 자리를 넘겨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인스타그램은 "업로드할 때 힘을 빼고 가볍게 업로드하기 좋은 곳"이다. 이미지 중심의 SNS 채널이다 보니 예쁜 카페에 가거나 여행 중에도 핸드폰 카메라만 있으면 가볍게 보정해서 바로 업로드하면 되었다. 멘션 또한 힘줄 필요가 없다. 예쁜 사진과 간단한 멘트만 있으면 쉽고 편리하게 업로드할 수 있다는 장점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인기가 이동한 이유라 생각한다. 또한, 인맥 위주의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인스타그램은 해시태그 기능이 있어 사람들이 궁금할 때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유효했다. 파워블로거의 인기 키워드 공략과 같이 사람들은 인기 해시태그를 공략하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래머란 인싸를 양산하면서 인기인이 애용하는 채널로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 이후에 새로운 소셜미디어가 생겨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새로운 소셜미디어는 지금도 탄생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세 SNS의 판도가 넘어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최근에 내가 쓴 누군인지 궁금해서 사랑받는 브랜드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GAS와 HYPE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소셜미디어 브랜드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다변성이 존재하기에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는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만들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이 2012년도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한 것처럼 말이다.
위키트리의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2030대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있다. 미국 아칸소 대학 연구팀이 2030대 98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하루에 약 2~3시간 사용한 사람 중 22.6%, 3~5시간 사용한 사람 중 32.3%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확인된다. 우울증에 걸린 기분이 드는 주된 이유는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과 비교 심리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증상은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 역시도 비슷한 이유에서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멀리했다.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에 다니며 마케터로 일하던 도중에도 말이다. 인스타그램 피드의 내용을 보다 보면 이러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해외여행 가서 즐기는 친구, 바디프로필에 성공한 친구, 비싼 맛집에서 식사하는 친구, 여자친구와 행복하게 인증샷 찍은 친구 등 모두 행복한 모습 뿐이다.
인스타그램은 이 세상에 행복한 모습만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삶만 불행한가?" 회사에 치이고 일상에 치여 지쳐있던 나의 모습과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고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이 감정이 싫어 인스타그램을 멀리한 지 5년이 된 거 같은데 이러한 생각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말이다.
이러한 형상이 많이 나타나게 된 이유로 이미지 중심의 소구 방식이 일으킨 효과라 생각한다. 예쁘고 부러운 사진이 많은 반응(하트)을 불러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 속 나의 모습은 행복한 모습만 담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좋을 때의 나만 기록하는 채널로 변하고, 기쁘지 않은 날은 가까이하기 싫은 채널로 변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지금처럼 조용히 인스타그램과 안녕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소셜미디어를 찾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이미지 중심의 소구 방식의 대항마로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텍스트 중심의 소구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IT에 콘텐츠를 제공한 맨오브피스님의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한 이유"란 글을 보고 재미난 인사이트를 얻어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트위터의 주 수입원은 광고 수익이다. 2012년부터 꾸준히 손실을 보던 트위터가 2018년 3분기 기점으로 대부분 큰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트래픽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인다" 말이 있는 것처럼 텍스트 기반의 구 SNS가 갑자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에 대한 트윗 내용을 보면 "문명의 미래를 위해서는 모두가 발언할 수 있는 디지털 광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모두가 발언할 수 있는 디지털 광장은 결국 여론이 쉽게 형성되는 곳이라고 해석된다. 세계에 여러 시위의 움직임에 기폭제로 작용하는 것이 트위터였다.
뉴시스의 기사를 보면, 최근(5월 31일) 서울시의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가 잘못 알려져 네이버 앱 접속자 수가 폭증하여 한 때 접속이 안되는 이슈가 발생했다. 네이버가 접속되지 않자 사람들이 찾은 것은 트위터였다. 텍스트 기반의 빠른 소통이 가능한 소셜미디어이기에 실시간 상황을 파악하려고 찾았고, 오죽하면 사람들이 “재난에 특화된 소셜미디어”라 칭찬하게 된다. 이러한 파워가 있기에 트위터가 여론 형성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텍스트는 작성하는 데 속도가 빠르며, 가독성도 좋기에 전체 주요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기 좋다. 또한, 글로 보면 글쓴이의 감정과 생각이 느껴지기에 더 공감하기 좋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텍스트가 가진 힘이며, 이 힘은 다시 돌고 돌아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텍스트 기반 소구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행복한 모습만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 속 기쁨, 슬픔, 우울,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담은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공감받고 소통하기에도 부담이 적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도 그렇고 메타도 그렇고 이렇게 텍스트로 소구하는 소셜 미디어에 주목했다고 생각한다. 텍스트에는 힘이 있으니 말이다.
텍스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
지금까지 텍스트 기반의 SNS 앱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지 3가지 인사이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행이 돌고 돌아 다시금 글을 중심으로 소구하는 소셜미디어가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이미지 중심의 소구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외부환경도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또한, 여론이 형성될 정도로 강력한 글의 힘과 매력이 그 텍스트 중심의 SNS가 다시금 인기를 끄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글쓰기엔 힘이 있다. 텍스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글을 쓰면서 나의 감정을 속일 필요가 없기에 "행복한 모습만 보여줘야지"란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솔직하고 편하게 나의 일상을 공유하기 용이하며, 누군가가 쓴 글에 공감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여론이 형성되는 강력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요즘 글쓰기의 힘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혼자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글쓰기 커뮤니티(오글클)에 합류해서 서로의 글을 보고, 피드백 주며, 온라인에 쓴 콘텐츠가 누군가에겐 유용한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텍스트의 힘을 주목한 일론 머스크와 메타가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만들 메타의 새로운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반응을 이끌지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