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달리기는 어쩌다 처음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단한 계기는 없었다. 이별 직후 상실감을 채우려 온갖 취미를 병적으로 수집하던 때였다.
달리기는 무의식 통발에 걸린 취미 중 하나에 불가했다.
김상민 저, 아무튼, 달리기 내용 중 발취
5년간 5,000km를 달리게 된 어느 한 남자의 에세이에서 발취한 내용이다. 인생에 큰 변화를 안겨준 변화는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의 평범한 재즈카페 오너는 야구 직관하다가 문득 소설가가 되길 결심(a.k.a 무라카미 하루키) 하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한 김상민 저자처럼, 이별을 이겨내려 취미를 찾다가 덜컥 하나 얻게 되기도 한다.
올해 들어 나의 삶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3월부터 시작한 정기적인 글쓰기는 어느덧 일상의 한 부분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이 마감이다 보니 월요병이 아닌 일요병이 생긴 것은 소소한(?) 아픔이지만 말이다.
내가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결단한 계기 역시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너무 소소해서 그런지 한 번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2번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으며, 첫 번째는 21살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책을 좋아했다. 8월에 군 입대를 하기에 자유의 시간이 소중했던 것이 큰 이유였지만 말이다. 평소 보고 싶었던 무라카미가 쓴 모든 책을 찾아 읽었고, 그러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책을 읽었다.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소설을 쓰는 것은 육체노동이다. 그러기에 그는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달리게 되었다"라고 말이다.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작가가 되기 위해서 매일 뛰게 했을지 궁금했다. 아침마다 운동화 끈을 묶는 것이 힘들어 주문을 외우면서 말이다. 나도 그렇게 글쓰기의 매력을 느끼고 싶어 노트에 소소한 글들을 작성했다. 그리고 군대에 갔고, 그것은 머릿속에서 잊히게 된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올해, 페이스북을 하다가 두 번째로 결심하게 된다. 그날도 평소처럼 업무에 도움이 될 인사이트를 찾아 페이스북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오글클이란 글쓰기 커뮤니티 모집 공고글을 읽게 되었다.
약 20만 원의 금액을 1달간 내고 참여하는 커뮤니티였다. 목적은 딱 하나다.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쓰라고 하면 안 쓰니까 자신의 돈을 내고 강제로 마감을 만들어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운영자는 “돈기부여”라 이야기했으며,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왠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21살의 여름처럼 말이다.
이렇게 나의 취미생활은 시작되었고, 어느덧 3달의 시간이 지났다. 2기만 참여하고 글쓰기 습관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4기를 지원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1달 만으로 글을 쓰는 습관은 생성되지 않았고, 지금도 글을 쓰는 습관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슬프게도 말이다.
그래도 첫 번째 결단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2기 때 쓴 글을 모아서 지원한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가 되어 어느덧 9번째 글을 작성하고 있으며, 이오 플래닛과 오픈애즈 등 고정적으로 글을 올리는 채널이 다양하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글을 쓰는 사람이 생겨났다. 혼자 글을 쓰면 잘 썼는지 이상한지 알 수가 없다. 가까운 사람으론 배우자가 매주 내 글을 읽어주고 있으며, 글쓰기 커뮤니티의 사람들도 내 글을 보고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 수정하며 글이 더욱 정교해지는 것을 느낀다.
삶의 일부는 사소한 것에서 나온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이렇게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로 피토하며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 계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할 수 있으나, 그것이 시작이 되어 지금은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일부가 되었다.
무언가가 내 삶의 일부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끝이 기약이 없으며, 어느 정도 한다고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묵묵하고 꾸준하게 시간을 쌓아야 가능한 것이다. 나는 내 삶의 일부를 글쓰기에 맡기고 싶다. 그것이 주는 유익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내 삶을 정리할 수 있으며,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브랜드를 탐구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도 한번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꾸준히 그것을 시간을 드려 하루 하루 하다 보면 어느덧 그것을 매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누군가 또 다른 삶의 일부를 발견하길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