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뭐?

자영업자인데요. 글 씁니다.

by 태그모어

등단 정도의 대단한 이력은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제가 글쟁이라는 사실을 살짝 쿵 인증해 주는 '브런치 작가'란 타이틀에 아주 미미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꽤 클지도 몰라요.


저는 한국에서 '태그모어(TAG MORE)'라는 일본 세컨핸드 스토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입니다. 일본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고 의류 및 잡화를 수입하여 온오프로 판매하고 있지요. 처음엔 본업인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온라인 스토어만 운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전업으로 도전해보고 싶었고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하게 됩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충분히 먹고 살 정도의 매출이 나서 내린 결정이 아니었기에 많이 불안해했던 나날들이 기억납니다.


태그모어 해방촌점


첫 매장은 해방촌 신흥시장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요. 때마침 신흥시장이라는 공간이 SNS 채널들을 통해 핫해지면서, 태그모어 오프라인의 첫 단추는 많은 유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신흥시장 내외부에 있는 멋진 카페나 식당들의 대기를 걸어두시고는 워크인으로 구경 오시는 손님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한참의 고민 끝에 구매를 하지 않고 나가시더라도 커피나 식사를 마친 뒤 다시 돌아오셔서는 고민했던 아이템을 구매하시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만족스러운 매출에 마음이 들뜨기도 해서, 이를 가라앉히고자 굳이 걷지 않아도 되는 길을 거닐며 퇴근하기도 했습니다. 재고 보관을 위해 인근에 창고도 계약하고, 5일 간 매장을 돌봐주실 직원 분도 구하게 되었죠. 해방촌 신흥시장 안 쪽 자리를 고른 것은 그 누구의 조언도 아닌 순전히 제 감이었고 그렇기에 더 뿌듯했습니다. 단스토어 사장님은 그런 저를 두고 '운칠기삼'을 늘 운운하곤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운칠의 영역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보라는 조언이었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태그모어 판교점


그런 자신감을 안고선 최근엔 태그모어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판교 백현동카페거리. 이번에도 역시 감이었습니다. 일전에 그런 삶을 꿈꿨거든요. 카페거리 빌라 2~3층 어딘가에 홀로 살고 있고, 아침 10~11시쯤 느지막하게 기상하여 1층 카페에 내려와 노트북 작업하는 모습. 뭐, 저명한 프리랜서쯤 되어야 가능한 일상이겠죠. 아무튼 그 상상 속 배경은 늘 백현동카페거리로 그려졌던 것 같습니다.


백현동카페거리는 2010년대 초부터 서서히 조성된 상권인데요. 제 어렴풋한 기억에도 드라마 배경으로 굉장히 많이 나와서 당시 꽤 핫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게다가 그 시절엔 소위 이쁘고 분위기 있는 카페가 요즘처럼 만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현동카페거리의 메리트가 유난히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은 아주 핫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좀 더 정적이고 차분한 공간처럼 느껴져요. 여유롭게 커피나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온다거나. 머리를 하기 위해서 바버샵이나 미용실에 온다거나. 주말에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 온다거나.


아무튼 그러한 입지에 메인 거리는 아니고 한 골목 꺾어 들어와서 태그모어 판교점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놀랬습니다. 해방촌점에서 누렸던 방문 손님 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방문 손님 수로 인해서요. 평일의 어떤 날은 혼자 출근했다가 그 누구 하나 맞이해보지 못하고 혼자 퇴근한 날도 있습니다. 이제야 체감합니다. 해방촌 신흥시장은 진짜 운 좋게 맞이했던 유동 많은 상권이었고, 아, 이제야 판교점으로서 진짜 시험대에 올랐구나. 운칠 말고 기삼으로 승부 봐야 하는 순간인 것이죠.


그래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 글이 태그모어를 널리 널리 알릴 홍보 수단이라 생각하지 않고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태그모어를 운영하는 제 자신을 제일 잘 표현해 줄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명 그 결이 맞으시는 분들이 매장을 찾아와 주실 것이라 믿고요.


연재 제목은 '택!뭐?'입니다. 사실 '태그모어'를 두 글자로 줄인 싱거운 표현인데요. 살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 선택(택)의 연속이고 무엇(뭐)을 택했는지에 따라 펼쳐지는 일상이 달라지기도 하니, 꽤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연재하겠습니다. 심심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