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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구두를 신은
Aug 08. 2024
휴직 예찬
- 병 휴직이 아니면 더 좋았겠지만이라고 토 달지 않기
휴직, 좋은 말이다. 백수처럼 놀지만 돌아갈 직장이 있으니 구직에 대한 걱정이 없어 좋다. 백수처럼 놀지만 매달 70퍼센트의 급여가 들어온다.(물론 기간이 1년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추석, 설 상여금 등 여러 수당은 나오지 않으므로 기대하지 마라. 그리고 복직 후에 1년간 밀린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징수당하여 6개월은 또한 월급이 적다.) 내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항목을 세어본다. 아파트관리비, 통신요금, 형제들 회비, 은행 적금, 통신요금, 또 통신요금, 아들 수학 학원비(영어 학원을 가지 않겠다는 아들은 효자인가 불효자인가), 한국기아대책기구, 국경 없는 의사회, 보험, 친정 엄마 용돈, 아들 무에타이, 교회, 큰아들 용돈, 작은아들 용돈, 친정아빠 용돈, 여선교회 회비, 신한카드, 롯데카드, 체육센터, 대여료, 병원... 무수한 지출 속에 오아시스처럼 단 한번 입금되는 급여를 볼 때 맑은 샘물처럼 감사가 올라온다. 그 한 번의 입금은 한 번이 아니라 이렇게 해석된다.
"이건 네 친정 엄마에게 용돈으로 드리렴. 얼마 되진 않지만 그분에게는 기쁨이 될 거야."
"이건 아들의 휴대폰 무제한 데이터 요금을 쓸 수 있는 돈이야. 유튜브 프리미엄도 포함되어 있으니 아마 엄마 최고,라고 할 거야."
"이건 너를 위한 돈이야. 라인댄스든 수영이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을 회복하렴."
급여통장에 적힌 숫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 생각 끝에 이렇게 말하는 것도 같다.
"그동안 애썼으니 일하지 않았어도 주는 거야. 좀 쉬어."
이러한 감사를 근무 중에는 전혀 누리지 못했다.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생하느라 정작 고생의 결과로 얻어진 급여를 음미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것보다 훨씬 적은 돈이지만 오늘은 급여 통장의 입금, 출금 내역을 보면서 문득 행복을 느낀다.
좀 더 멋진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사실은 그냥 내가 좋아서) 도서관에 왔다. 이 휴식 또한 나의 내면의 통장에 차곡차곡 플러스를 가지고 온다.
이게 다 휴직 덕분이다. 감사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