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페어 레이디

- 우리 엄마

by 향기로울형

아빠가 울타리라면 엄마는 우리 집 기둥이었다. 엄마는 네 귀퉁이의 기둥 역할을 모두 감당했다. 그나마 첫 번째 귀퉁이인 언니는 일찌감치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제 먹고 살 것을 챙겨서 다행이었다.

엄마는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말했다.

“예, 윤이 아버지. 여기 좀 도와주시오.”

부탁을 하면 울타리 아빠는 마지 못해서 손을 내밀었지만 다시 울타리의 자리로 돌아갔다. 고단한 한평생이었다.

엄마는 키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장군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투스타 쓰리스타 대신 투잡 쓰리잡을 뛰었다. 그러고도 집에 와서 허허허 웃었다. 김치 볶음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

“좁아”

라고 하면

“사람 있는 데서 좁다는 말 하는 거 아냐. 그럼 있는 사람한테 나가라는 말과 뭐가 달라? 자리는 풍선처럼 늘어나게 되어 있어.”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옛날에 어느 가난한 집에 일곱 형제가 살았는데 어느 날 콩 한 쪽이 생긴 거야. 그 한 쪽을 일곱 형제가 나눠먹었대. 어떻게 됐는줄 알아?”

“몰라.”

“먹고도 남아서 다음에 먹으려고 물에 던져넣었는데 퐁당 소리가 나더래.”

이야기를 지어낸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고 안쓰러웠다.

고단한 엄마가 주무시면 코 고는 소리가 방문을 넘었다. 자는 모습도 인생 거칠 게 없다는 듯이 대자로 누워 입을 벌리고 잤다. 아빠는 가끔 그것을 웃으면서 놀렸는데 그러면 엄마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따위 것으로 흉을 보는 아빠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무시하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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