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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터리 공작소 Jan 26. 2024

만년필

귀찮지만 호사스럽고 갖고 싶은 필기구 Day-1

펜의 몸체 안에 잉크를 저장하는 통이 들어있는 필기도구를 만년필이라고 한다.

나무위키에 보니까 기원은 고대 이집트까지 올라간다. 현대식 만년필은 1884년 미국의 루이스 워터맨이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만년필을 발명하였다고 한다. 이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뭐 대체로 만년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볼펜이 대중화되었고 아주 다양한 필기구가 나온 요즘에는 만년필의 사용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만년필 특유의 필기감과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잉크의 리필이나 카트리지의 구매가 번거롭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임에도 만년필을 사랑한다. 


그리고 잉크의 점성이 낮아 볼펜처럼 잉크가 뭉치거나 하지 않아 손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어떤 종이에 쓰느냐에 따라 많이 번지는 경우도 있어서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종이도 많이 가려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렇다, 좋은 만년필을 쓴다는 것은 호사스러운 글쓰기를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튁 149

만년필의 구매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주 초저가부터 필기구의 가격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고가의 제품까지 다양하다. 만년필을 제작 판매하는 브랜드도 많아진 거 같다. 만년필 하면 몽블랑, 파커, 펠리컨 등 만년필을 사용하지는 않아도 이름을 아는 브랜드들이 많다. 몽블랑 만년필 중 아주 비싼 것은 백만 원이 넘는 것도 많다. 


무슨 필기구에 백만 원 이상의 가격을 들여 사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마도 이렇게 고가의 만년필은 오로지 필기구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성공의 표식으로 구매를 하거나, 존경하거나 고마운 사람에게 힘들게 마련해서 주는 선물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나는 만년필이 너무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유명 메이커의 만년필을 구입할 형편도 아니고, 형편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나의 첫 번째 만년필은 라미 사라피 만녀필이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대략 2만 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손석희 앵커가 들고 있는 모습이 뉴스 방송을 통해 나와서 많이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전에 만년필을 사용해 본 적 없었던 나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샤프와 볼펜류의 필기구를 쓰던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이전의 습관대로 꾹꾹 눌러서 썼다. 조금 지난 후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써진다는 것을 알았다. 사용할수록 또 다른 만년필도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이래서 뭔가에 빠지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름 있는 만년필들은 대체로 10원대였다. 그렇게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우연히 문구점에서 발견한 것이었는데, 2~3천 원대의 만년필을 발견한 것이다. 

설마 만년필이 이렇게 싸다니 하는 마음으로 구매해서 사용해 보았다. 프레피라는 이름의 만녀필인데 만년필 입문자들에게 많이 추천되기도 한다는 걸 구입하고 난 후에 알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아주 괜찮게 느껴지는 만년필이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세필(가는 선)을 좋아하는 나에게 만족할 만한 닙(펜촉)이었다.


프레피 만년필 0.2

하지만 프레피 만년필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길지 않았다. 가성비는 좋지만 너무 볼펜 느낌의 디자인이 내 마음을 계속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무렇게나 막 쓰는 글일 경우에는 아직도 즐겨 사용한다. 같이 구매했던 잉크 카트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테들러 만년필 TRX 476


나는 다시 만년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가격도 디자인도 후기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유튜브에서 실사용하는 영상을 보고 더욱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했다. 연필로 유명한 독일의 스테들러에서 만든 만년필이다. 스테들러 TRX 476. 가격은 5~6만 원대인데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닙의 굵기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치스럽지도 않은 디자인에 그렇다고 싸구려 느낌도 없고 무던해 보여서 더 마음에 들었다. 

노트 위에 글을 쓰는 맛이 아주 좋았다. 한동안 이 녀석을 사용하며 즐거웠는데 많이 사용해서 닙이 닳고 모양이 틀어져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든 시점이 오고야 말았다. 사용하면서 만족했지만 약간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이었다. 나는 또다시 검색을 하고 있었다. 뭔가에 빠져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지만 나는 계속 검색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녀석을 발견하고 말았다.


TWSBI 만년필 

그래서 구매한 녀석은 twsbi 만년필이다. 이번에는 촉이 제일 굵은 거 하나와 가는 촉 하나 두 개를 동시에 구매했다. 카트리지를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고 잉크를 빨아들여서 사용하는 방식이라 파커 잉크도 한 병 같이 구매했다. 사용해 보고 느낀 점은 내 입장에서는 스테들러 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저렴한 가격이라 우아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필기감이 딱 내 취향이다. 한동안은 이 녀석이 내 필기구로 계속 사용할 거 같다.

한 가지 결심한 것은 더 이상은 만년필을 검색하거나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들고 다니면서 서명할 일도 없고, 뭔가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 만년필이면 아주 호사스러운 필기구인 셈이니. 

여기서 만족하자.


글쓰기 챌린지 1일 차 - 만년필 이야기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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