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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Mar 19. 2024

8년차 사무직의 숙소 노가다 경험기 - 4

대구에서 천장맨이 되다

 대구에서 우리 팀이 맡은 일은 아파트 상가동의 천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친구들은 나를 "천장맨"이라 불렀다. 천장 자재도 종류가 정말로 다양하다. 보통 자재 관계없이 경량철골이라 불리우는 밑작업을 공통적으로 진행한 뒤, 석고보드로 간단히 마감하는 경우도 있고 사무실에 흔히 보이는 텍스, SMC 등등이 있다고 했다.


 대구 현장에서 우리는 SMC 자재를 천장에 붙여 마감하는 일을 했다. 나는 노가다 경험이 거의 없는 생 초짜였기 때문에, 하루종일 하는 일은 대부분 단순작업이었다. 자재를 나르거나, 선배들이 갖다 달라고 하는 물건들을 갖다주거나, 파워바나 몰딩과 같은 경량철골 자재를 길이에 맞게 재단해주는 일을 했다.

이런식으로 기초 공사가 된 곳에 SMC 합판을 붙여서 마감을 한다. 중간중간 구멍이 있는 합판은 스피커가 들어가거나, 형광등이 들어가는 자리라고 했다. 선배들은 BT비계 위에 올라가 붙이는 작업을 하고, 나는 설계도면을 들여다보며 해당 위치에 필요한 합판을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일한지 한달도 안된 내가 설계도를 보며 작업 지시(?)를 하는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 금방 적응하게 되더라. 대구 현장은 김해 현장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일단 현대건설이라는 메이저 건설사의 현장이다 보니 안전 관리가 정말 타이트했다.


 작은 현장이었으면 그냥 도배다이를 펼쳐서 금방 끝냈을 작업을 대구 현장에서는 BT비계를 만들고, 발막이를 설치하고 안전고리까지 체결 후 진행해야 했다. 하이바를 하루종일 쓰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점이 좀 답답하긴 했지만, 겁쟁이인 나로서는 안전에 깐깐한 이런 부분이 오히려 더 좋았다.


 여담이지만 대구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첫 날, 호이스트에서 사람 주먹만한 쇳덩어리가 떨어졌다. 몇층 높이에서 떨어진건지 알수 없지만, 진짜 그야말로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그리고 그 곳에서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우리 팀은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이 맞았으면 무조건 죽었을 것이다. 정말 무서웠다.

 대구 현장에서 금속용 절단기, 그라인더와 함께 나에게 가장 많은 공포를 주었던 "각도기"라고 불리는 절단기이다. 왜 저걸 각도기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으나(각도 조절해서 자르는 기능이 있어서 그런가?), 벽과 천장 사이를 마감하는 몰딩은 mm 단위로 오차가 있어서는 안되기에 세심하게 절단해야 했다. 그리고 금속 절단기 대비 RPM이 높아서 그런지 몰딩 끝을 살짝 자르는 과정에서는 날카로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서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장갑을 끼고 각도기를 잘못 사용하면 장갑의 실밥이 딸려 들어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많다고 들었다. 수 많은 목수들의 손가락을 날려버린 무시무시한 도구다. 겁쟁이인 나는 조금 느리더라도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나에게 가장 큰 멘붕과 욕을 듣게 만든 "오사마리" 작업. 천장 마감재가 깔끔하게 떨어지면 참 좋겠으나 구석 부분 등은 이런식으로 사수가 재단해주는대로 판을 잘라서 줘야 했다. 석고보드면 그냥 줄자를 대고 칼로 슥 그어서 자르면 되지만 금속 합판이기 때문에 연필로 그린 후 그라인더로 절단해야 했다.


 일단 나는 공간지각능력? 이런게 남들보다 떨어지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림을 그려서 자르는게 너무 어려웠다. 또한 마감재도 상하좌우 다 똑같은게 아니라 날개가 3개 있는 면, 날개가 2개 있는 면, 날개가 없는 면이 있어 그런 부분들도 고려해야 하는게 힘들었다. 내가 제대로 못그리고 허둥대고 있으면 사수는 위에서 답답함에 소리를 질러대다가 결국 못참고 내려와서 직접 그려서 후딱 자르고 올라가긴 했다.


 나같은 일당쟁이야 그냥 하루 버티면 땡이지만 팀을 이끌고 작업 진행도가 곧 실적이 되는 오야지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도 초짜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잘하고 싶어서 점심시간을 일부 반납하고 종이 박스를 찢어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하곤 했다.


 그라인더질 또한 무서웠다. 물론 전기선을 꽂아서 하는 찐(?) 그라인더에 비하면 충전용 무선 그라인더는 장난감이라고들 하지만, 선배들과 오야지가 그라인더를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번씩 미세한 쇳가루들이 얼굴에 튀는데 정말 따가웠다. 눈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안과에 가서 바늘로 눈알을 쑤셔서 빼내야 한다고 했다. 그날 이후 그라인더를 써야 하면 무조건 보안경을 착용했다.

 작업이 진행될 수록 천장에서 흉물스러운 회색 콘크리트와 배관 등의 부자재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우리가 작업한 깔끔한 천장 마감재가 뒤덮였다. 하루하루 묘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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