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블로그,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
내가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 글을 쓰게 된 데는 내 생각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 시절에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검토하는 것은 종종 해봤지만 내 생각을 글로 써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35년 전, H대학교 분교에 다닐 때 우리 학교 신문에는 학우들이 짧은 에세이를 작성해 기고할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는 H대신문의 한쪽 지면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코너명이 조금 독특해 보였다. 코너명은 '세뇨르·세뇨리따'였다.
'세뇨르와 세뇨리따'
위 단어들의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스페인어로서 세뇨르는 남성을 세뇨리따는 아가씨나 미혼 여성을 의미했다. 낯선 코너명과 달리 학우들이 쓴 내용은 특이하지 않았다. 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학우들의 일상과 교내외에서 느끼는 삶의 흔적들을 글로 작성한 것들이었다.
[출처: 역사가 된 한대신문 코너 속으로, 한대신문 1500호]
재미있는 표현을 썼네. 학우들이 쓴 글이 비록 짧긴 했지만 읽으면서 가끔씩 학우들의 글솜씨를 느낄 때가 있었다. 나도 한번 글을 써서 학교 신문사에 투고해 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 생각을 접곤 했다.
신문을 읽을 때면 이 코너에 왜 자꾸 눈길이 갔을까. 교내외 정보를 알려주는 기사나 학문적인 기사에 비해 글의 내용이 무겁지 않고 읽기 쉬워서였던 것 같다. 20대 청년들이 경험하고 사색하며 쓴 글들은 같은 학교에서 학업을 하고 있는 내가 공감하기 좋은 내용이 많았다. 이 코너는 학교신문사에서 매주마다 주제를 주고 지원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선정된 남학우 1명과 여학우 1명의 글이 게재되었다. 남학우는 세뇨르가 되어서 여학우는 세뇨리따가 되어서 자신들의 생각을 글을 통해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5년 전에 인터넷에서 학교신문을 찾아보다가 이 코너가 이미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교신문의 '세뇨르·세뇨리따' 코너가 기억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조금은 독특해 보이는 코너명과 매주 바뀌는 남학우와 여학우의 글이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라 스마트폰을 보면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인터넷이 없던 대학생 시절에는 때때로 학교신문을 통해 학우들이 쓴 글을 읽는 것도 소소한 재미 중 하나였다.